구애의 수난사

영화 이야기 2011. 6. 20. 15:25 Posted by cinemAgora


세상을 살면서 여러분들은 어떠한 가치에 목표를 두고 계십니까? 아마도 젊은 나이라면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인생 최고의 가치다, 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남녀가 같이 공유하고 해서 같이 즐겁고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말하자면 이인삼각과도 같은 경기이죠. 하지만 애정을 얻기 위한 몸부림은 남녀간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입에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습니까?  그저 가만히 화단 속의 꽃처럼 주저앉아서 누군가 나비를 닮은 남자가 찾아 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남성들은 헐벗고 굶주린 한마리 승냥이처럼 애정을 얻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때로는 자신의 자존심을 버려가면서 구걸 아닌 구걸을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오늘 영화 몇 편을 통해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애정을 얻기 위해 당해야만 하는 수난사를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바로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프리티 우먼> 입니다 국내 개봉명은 <귀여운 여인>!

이 영화 속에서 리차드 기어는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는 백만장자 신사로 등장합니다. 단지 그에게 단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라면 최신식 스포츠카를 운전하지 못한다는 것. 조금 뛰어난 운전기술을 갖고 있다는 장점만으로 우리의 줄리아 로버츠는 리차드 기어의 자동차에 편승하게 되고 그의 인생에 뛰어들게 됩니다. 영화는 그저 그런 단계를 거치며 너무나 뻔한 러브스토리의 전형을 보여주며 흘러갑니다.


대단원의 마지막 장면,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즐거운 해피엔딩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해피엔딩을 조금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죠. 여성들에겐 가장 낭만적인 프러포즈의 장면이지만 남성들에겐 결혼 이후에 펼쳐지게 될 험난한 인생사의 은유로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산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운동부족의 남성들에게 가장 힘든 것, 그것은 바로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죠. 지혜로운 인간은 계단을 오르기 싫어서 엘리베이터라는 문명의 이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가장 낭만적인 순간에 리무진을 타고 등장한 우리의 리차드 기어는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그 낡은 계단을 숨을 헐떡헐떡 거리며 올라갑니다.

반면 줄리아로버츠는 마치 몸종을 기다리는 우아한 공주처럼 여유만만한 웃음으로 그런 리차드기어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죠.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도 평상시에 헬스클럽조차 다니지 않았던 이 백만장자는 인생의 역경과도 같은 계단을 헐떡헐떡 거리며 올라가야 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영화는 수많은 영화 팬들이 걸작 가운데 한 편이라고 손꼽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입니다.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 케이블TV가 없던 시절에 이미 선견지명을 발휘했던 그 남자 배우 클라크 "케이블"이 주연을 맡고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멋지게 콧수염을 기르고 등장한 배우 클라크 케이블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남성으로서의 자존심과 품위를 잃지 않은 채 고전적인 의미로서의 남성상을 확고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단 한 장면, 비비안 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 장면에서 2미터에 가까운 이 거구는 자신의 한쪽 무릎을 꿇습니다. 정말로 치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지요. 자신의 키의 절반도 되지 않는 비비안 리에게 그저 조금 넓은 집이 있을 뿐 빚더미에 올라있는 이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에는 단지 남성이란 이유만으로 자신의 한쪽 무릎을 굽혀야만 했던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예를 들어볼까요. 부모가 아닌 누구에게도 고개를 굽히지 않겠다, 그래서 빳빳이 선 채 세수를 했다는 그 자랑스런 일화마저 떠오르게 된다면, 클라크 케이블이 꿇었던 그 한쪽 무릎에서 같은 남자로서의 모멸감과 또는 인생의 수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겁니다.

또다른 영화 <노팅힐>에서 절세 미모 휴 그랜트는 떠나간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자존심마저 굽히며 촬영현장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마이크를 달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줄리아 로버츠의 폭소에 결국은 상처를 입게 되죠. 자존심을 버리고 비굴함마저 삼켜야 했던 휴 그랜트에겐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상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거론했던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리차드 기어를 굴복 시킨 데 이어 결국은 휴 그랜트에게마저 단지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수난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 속에서 상습범입니다. <런어웨이 브라이드> 보셨습니까? 도망치는 신부! 바로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 듯 줄리아 로버츠는 급기야 결혼식 당일 자신이 무슨 애마부인도 아닌데 말을 타고 도망가 버리는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이게 됩니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고 계단을 오르고 모멸감과 수난을 감수한 채 드디어 결혼식 승낙을 받아냈을 그 남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죠. 만약에 인민재판이라도 벌이게 된다면 그녀는 남성들의 공공의 적이 되지 않을까, 심이 우려되는 영화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그래서 난 도끼 부인과 결혼했다>입니다. 우리에게는 오스틴 파워스 그리고 슈렉의 목소리 연기로 유명한 마이크 마이어스가 등장합니다. 클럽에서 시를 낭송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교우관계를 자랑하는 마이크 마이어스. 하지만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에게 역시 애정의 수난사는 시작되는 것이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전남편들이 다 도끼로 살해당했다는, 차마 현실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악몽까지 경험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무슨 소리십니까? 그 남편들을 살해했던 사람은 여주인공이 아닌 그 여주인공의 언니였다"고 입바른 소리를 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집안 대 집안의 만남이라는 우리의 고전적 사례를 떠올려 본다면 마이크 마이어스는 극중에서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목숨까지 걸어야만 하는 비극적 상황과 만나게 되는 것이죠.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손잡고 팔짱 끼고 심지어는 목에다 손두르고 어깨에다 손 올리고 허리마저도 꽉 부여안은 채 많은 연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죠.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남성분들! 당신은 애정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지불하셨고 수난을 당해왔습니까? 사랑이라는 것이 평등해지고 남성처럼 여성도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그런 프러포즈의 시대가 올 때까지 시네마자키의 영화탐구는 계속될 것입니다.  

written by Jacosmile(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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