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기 전에, 옛 말에선 '어리석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린 어린아이들이 뭘 알겠어?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의 아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아이들이 아니죠. 사건을 제공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영화의 중심을 차지하는 무서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쫄쫄이 의상의 슈퍼맨이 북치고 장구치는 영화 <수퍼맨 리턴즈>(2006), 하지만 이 영화에서 수퍼맨의 아내가 결정적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엉뚱하게도 어린 아이입니다. 수퍼맨의 피가 섞인 자녀임을 증명하기 위해, 또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자폐증처럼 내성적이었던 아이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이 순간, 수퍼맨은 어디있었단 말입니까? 아버지의 직무유기를 참지 못한 아이의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은... 아이들이 미래라는 소파 방정환 선생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영악한 아이도 있죠. 영화 <아이 엠 샘>(2001)에서 등장하는 다코타 패닝은 지능이 모자란 아버지 숀 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더 이상 나이 먹기가 싫다고... 아버지보다 똑똑해지는 게 싫다고...”
영악하다 못해 세심한 배려까지 나타내는 이 대사는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가 아이들이 어리석고 생각없다고 말하는 겁니까? 때로는 복잡하고 어려운 어른들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아이들입니다.
사랑이란 이름의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빠져 어른들이 허덕일 때, 아이들은 노련한 해결사로 등장하죠.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에서 어색한 첫 데이트를 시작하는 톰 크루즈와 르네 젤위거. 하지만 이들에겐 아이가 있었으니, 처음보는 남자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그 애정을 표현하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전되는 것입니다. 마치 유능한 중매자처럼, 돈도 안받고... 그런 과정을 모두 끝낸 뒤, 급기야는 천부적인 야구 선수로의 재능을 마지막에 선보이며, 아버지에게 돈을 많이 벌어다줄 효자로까지 급부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포스를 보여주는 가장 멋진 영화는 바로 <미스 리틀 선샤인>(2006)입니다.
자신이 색맹임을 알고, 비행기 조종사의 꿈이 깨지는 순간, 10대의 오빠는 9개월만에 입을 열고 울부짖죠. 가족들 누구도 그의 슬픔을 위로해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동생 올리브가 전하는 따뜻한 포옹 한 번에, 오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는 기적같은 일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자신에게 춤을 가르쳐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는 올리브. 그리고 이 작은 소녀는 드디어 자신의 포스를 마음껏 펼쳐보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 어린 소녀가 이런 춤을 보여줄 수 있단 말입니까?
라스베거스의 쇼무대가 절대 부럽지 않은 그녀의 춤사위, 아~ 관객들은 입을 떡 벌린채 숨을 죽일 수 밖에 없는 그 포스~! 영화의 마무리는 가족의 어른들이 아닌, 올리브의 이 한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것이죠.
어린아이들의 세계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시절을 지나보내고 너무 쉽게 잊어버린 우리 어른들이 더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때의 순수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Wriiten by Jacosmile(김태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