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자키] 자동차 추격신에도 옥석이 있다!

영화 이야기 2011. 4. 27. 17:2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일찍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속에 이런 구절을 담아 썼습니다.

“내게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차가 한 대 있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곳 어디라도 나를 데려다주지.”

글쎄요. 여성분들에겐 자동차에 대한 의미가 조금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적지 않은 남자들에게 자동차란 바로 그 자신이며 꿈꾸는 미래이고, 여성의 핸드백과 구두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영화 속에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주인공들. 그들은 자신의 젊음, 청춘, 혹은 액션스릴러의 주인공으로서 자동차를 사용한 맹렬한 추격신들을 선보입니다.

영화 속에 나타난 자동차 추격신의 명장면들, 만나보시죠

첫 번째 영화는 전 세계 자동차 매니아들을 열광시켰던 <분노의 질주 2>(2003)입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스카이라인 자동차의 위용, 그리고 수많은 일본 브랜드들이 쏟아낸 스포츠카의 명차들!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자동차 영화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시작부터 자동차의 경주신을 삽입함으로써 자동차 매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내죠.

현실에 존재하는 자동차들에 튜닝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또 그 기능을 업그레이드시켜 영화 속에서 꿈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색한 이야기의 구성, 그리고 만화 같은 캐릭터들이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영화 자체를 살리는 데는 실패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추격신의 고전이라 한다면, 역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1971)을 들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일명 "뽀빠이"라고 불리는 진 핵크먼이 범인들을 추격하는 자동차 추격신은 영화가 발표된 해부터 지금까지 멋진 고전으로 남아있는 명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시의 허공을 가르고 있는 철도 이미지, 그리고 종으로 횡으로 엮여있는 그 수많은 전선 사이를 자동차 두 대를 통해서 맹렬하게 추격하는 장면은 현재의 어떤 디지털 기술도 선보이지 못한, 원초적인 아드레날린 분비를 이끌어 냅니다.

특히 당시로선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쿼터 분할방식을 통해 자동차라는 단순한 탈 것을 액션영화의 그 어떤 주인공들보다 더 중요한 위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고전영화의 아우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들어와서 만들어진 수많은 자동차 영화들은 자동차 추격신의 원초적 본능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식스티 세컨즈>(2000)속에는 영화 전체 제작비의 절반이 넘어갈 듯한 고가의 스포츠카들과 명차들이 무수하게 등장하죠.

더구나 지정된 시간 내에 원하는 자동차를 훔쳐야하는 주인의 절박함! 이 절박함이 자동차 추격신과 함께 또 하나의 장치로써 영화속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독창적이지 못한, 어디선가 본 듯한, 또는 백화점 나열식의 자동차 등장으로 인해서 자동차 추격신이 가져야할 스릴과 서스펜스, 또는 속도감과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어 버리죠.

한마디로 꽤 좋은 옷들을 입고 있지만 그 옷들이 관객들에겐 제대로 된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정말 서글픈 상황마저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자동차 추격신의 최고라고 한다면, 역시 <매트릭스 2 리로디드>를 들 수 있습니다.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는 하이웨이 위에서 여주인공 트리니티가 오토바이를 탄 채 역주행을 펼지는 이 영화의 한 장면은 이전에 나왔던 그 어떤 영화도 보여주지 못했던 충돌의 이미지를 통해 추격신의 범주를 한층 더 넓혀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많은 관객들은 디지털로 만들어진 이 장면에서 피가 흐르고 땀이 튀는 듯한 전시대의 아날로그 추격신을 더 그리워하는 묘한 반작용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3부작으로 기획된 본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본 슈프리머시>(2004)입니다.

러시아까지 날아간 우리의 본은 택시라는 극히 일상적인 소품을 통해서 그전엔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가장 격렬한 자동차 추격신을 보여주고 있죠.


자동차의 외형이나 자동차의 가격, 또는 그 성능이 자동차의 긴장감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 역할을 맡고 있는 맷 데이먼은 아날로그 추격신을 통해 여실히 증명해보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영화의 기술적 진보를 통해 보다 리얼한 자동차 추격신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져 왔지만 오히려 <본 슈프리머시>가 담고있는 자동차 추격신은 프렌치 커넥션이 가졌던 가장 아날로그적인 영상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죠.

영화는 단지 영화일 뿐입니다. 유년기의 추억처럼 성룡이나 이소룡의 영화를 보고 나와서 극장 앞에서 괜히 어깨에 힘을 주었던 분들, 혹시 제가 소개해드린 몇 편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애차를 끌고 사람이 없는 한적한 도로 위에서 규정속도를 무시한 채 마구 달리시지는 않으시겠죠.

지금까지 시네마 자키였습니다.

Written by Jacosmile(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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