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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과 반목의 협곡을 가로질러 화해의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들을 위해 천리를 마다 않는 아비의 마음.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을지언정,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끝끝내 바다가 됩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길 오른 분들 많으시죠. 우리는 왜 명절 때만 되면 그 힘들고 고단한 길을 마다 않고 고향을 찾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도 언제나 말 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품어주는 부모님의 그 따뜻하고 넓은 품이 그립기 때문일 겁니다.


한가위 명절을 맞아 이런 부모님의 사랑이란 게 어떤 것인지를 감동적으로 전해주는, 아주 따뜻한 영화 한편 소개합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 장이모우의 휴먼 드라마, <천리주단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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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감독 장이모우가 일본 배우 다카쿠라 켄을 캐스팅해서 만든 이 영화는 아들과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다카타라는 한 노년의 일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아들의 입원 소식을 듣고, 다카타는 이걸 계기로 아들과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며느리의 안내로 아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은 다카타. 과연 아들 켄이치가 자신을 반갑게 맞아줄까, 슬며시 걱정이 앞섭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에게 차가운 문전박대를 당하고 마는데요. 켄이치는 도대체 어떤 억하심정 때문에 저렇게 아버지를 냉대하는걸까요?


아버지는 결국 쓸쓸하게 발길을 돌립니다. 미안한 마음에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달래 보지만, 이미 깊게 패인 상처를 가누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그리고 며느리가 건네는 비디오 테이프. 아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지만, 그가 찍은 비디오라도 아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단초는 얻을 수 있겠죠.


절박한 심정에 비디오 테이프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온 다카타. 비디오에는 동양 민속예술학과 교수인 아들이 중국 운남성에서 찍은 경극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인터뷰한 한 경극 배우. 최고의 경극이라고 자랑한 <천리주단기>의 공연을 다음 기회로 미룬 배우, 일년 후 다시 오면 멋진 공연을 보여주겠다 약속했지만, 불치병에 걸려 병원에 있는 아들은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습니다.


다카타는 결국 병상의 아들을 대신해 중국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그것이 얼마 살지 못하는 아들에게 해줄 아버지로서의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끝내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진 못했지만, 아버지로서의 어떤 본능이 그를 중국으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요.


중국에 오자마자 곧바로 경극 배우가 살고 있는 운난성 리장으로 찾아간 켄이치. 천리주단기의 공연을 촬영해 아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심산입니다. 그러나 아들에게는 당분간 비밀로 해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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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비디오 테이프에 나왔던 그 배우, 리쟈밍이 감옥에 갔다는 소식. 다른 배우는 안되는데...아들은 그 배우를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사람들이야 아들의 약속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고 싶은 다카타의 절박한 마음을 알 리 없겠죠.

중국에 오자마자 뜻을 이룰 수 없게 된 다카타. 리쟈밍이 갇혀 있는 감옥에라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쉽지 않은 일이겠죠. 어쨌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다카타는 감옥에서라도 리쟈밍의 천리주단기 공연을 촬영하기 위해 당국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역시 예상대로죠. 방법이 없을까.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는 법.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인데 말입니다. 다카타는 마지막 호소를 시도합니다. 죽어가는 아들에게 해줄 것이 이것밖에 없는 아버지. 그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똑같이 절감할 수 있는 것이겠죠.


결국 다카타는 교도소에서의 촬영 허가를 얻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경극 배우 리쟈밍을 만나게 되는데. 드디어 촬영 개시, 우여곡절 끝에 이제사 아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을 해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요? 리쟈밍이 노래를 하지 않습니다. 가면 뒤에서 구슬피 울고 있는 리쟈밍, 도대체 어떤 사연이길래. 자신의 공연을 보기 위해 어렵사리 교도소 촬영허가까지 얻어 온 손님 앞에서조차 노래 할 기분이 아니라는 리쟈밍의 눈물, 저 눈물의 의미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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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그건 앞서 다카타가 흘렸던 그 눈물과 다르지 않은 눈물일 겁니다. 아들이 보고 싶은 마음에 목이 매어 노래를 할 수 없는 이 젊은 아버지 앞에서 다카타는 순식간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사 직전에 리쟈밍의 감정 상태 때문에 촬영을 못하게 된 다카타, 이제 정말 별 도리가 없는 것일까요? 한 가지가 남았습니다. 바로 리쟈밍의 아들을 데려와 아버지와 만나게 해주는 것. 이제 다카타는 리쟈밍의 아들을 데리러 먼 산골 마을 석촌으로 향합니다. 참으로 산넘고 산입니다.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진심. 그 진심을 이루기 위해 이곳 교도소에 갇힌 또다른 아버지 리쟈밍의 소원을 이뤄주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과연 다카타는 리쟈밍의 아들을 데리고 가 촬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의 마음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기만 합니다.


<영웅>이나 <황후화> 등의 블록버스터급 무협 영화 뿐 아니라 <책상 서랍 속의 동화>나 <집으로 가는 길> 등 소품 휴먼 드라마에서도 남다른 통찰을 선보여온 장이모우 감독, 부성애라는,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중국 운난성의 유려한 풍경을 배경으로 담아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전문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사람들이 가진 선한 마음의 풋풋한 표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죠.


자식 사랑의 마음은 천리를 달려도, 바다에 이르고 맙니다. 그 끈질기고도 아름다운 풍경은, 그래서 저절로 눈물이 나게 만듭니다.


*목포mbc '시네스쿨' 출연코너의 방송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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