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너무 복잡해' 사랑에 프로가 어딨어?
모든 사랑은 다 등가라고 하지만,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만큼은 표면적으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사랑이 찬란한 청춘의 전유물이라도 된 듯 대다수의 영화나 드라마가 20-30대의 달뜬 설렘과 아픈 이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은가. 세상이 개화된 덕에 기혼자들의 로맨스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나마 여전히 파릇한 성적 매력을 갖추고 있을 때야 가능한 얘기다.
노인들의 성과 사랑을 다룬 페이크 다큐 <죽어도 좋아>나 김해숙이 딸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 <경축! 우리사랑> 같은 영화가 '파격'이라는 수사와 함께 어느 정도의 대접은 받을지언정 광범위한 흥행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걸 보면, 여전히 공식적으로 장년층의 사랑은 '늘그막에 주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배가 나오고 옆구리살이 늘어지고 얼굴에 검버섯이 피어날 나이엔 사랑도 섹스도 물 건너 가는 게 당연한 노릇일까?
이 영화를 소개한다는 게 서론이 길었다. 제목부터 통찰적인 <사랑은 너무 복잡해>(It's Complicated). 할리우드에서 가장 여성적인, 그래서 어쩌면 가장 현실성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온 낸시 마이어스의 신작이다. 주인공은 메릴 스트립. 실제 나이로는 환갑이 넘었고, 극중 이혼한 전남편으로 나오는 알렉 볼드윈이 52살이니까 극중 나이가 대략 50대 중반 정도로 해두자.
젊고 섹시한 여성과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지 10년. 제인은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은 '돌싱'으로 살고 있지만 옆구리를 파고드는 외로움만큼은 어쩌지 못하던 와중에 '사고'가 일어난다. 하룻밤의 실수로 인해 전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와 불꽃튀는 사랑에 빠져든 것. 운명의 장난도 유분수지, 하필 버젓이 아내가 있는 전남편과 불륜에 빠져버렸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런 와중에 준수한 건축가 이혼남 아담(스티브 마틴)이 매너좋고도 사뿐하게 들이대주니 늦바람난 양다리 삼각관계에 날 새는 줄 모른다. 마냥 행복한 비명이라도 지를 상황이라고? 빠져들 때야 좋지만, 사랑이란 게 막상 해보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제목 그대로 모든 사랑은 복잡하다. 통제되지 못한 욕망과 이성의 개입을 허락하지 않는 질투심이 끼어들고, 그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처를 내거나 받는다. 망할 놈의 외로움이 싫어 시작한 사랑이지만 머리가 깨질만큼 복잡한 사랑의 미로에 빠져 버리면 차라리 외로움이 그립다.
사랑이라면 이골이 났을 제인은 그걸 몰랐을까? 왜 몰랐겠나. 하지만 사랑 앞에선 경험과 나이가 통하지 않는다. 사랑을 한 번 하든 백 번 하든, 10대든 50대든, 사랑 앞에선 누구나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철부지다. 그래서 또 달뜨고, 또 서툴고, 또 상처받기 마련이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그렇게 뒤늦게 찾아든 기막한 삼각 관계를 통해 어느 누구도 프로일 수 없는 사랑의 보편적 풍경을 설득력 넘치게 제시한다. 주인공들이 산전수전 다 겪었을 법한 50대 장년층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제인과 제이크의 늦바람이 절로 미소가 감돌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한편으로는 결혼과 사랑의 현실적 함수관계에 대해서도 곱씹을만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광고를 보니 주로 여성 관객들을 홍보의 메인 타깃으로 삼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건 여성 관객들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결코 아니다. 이런 로맨틱 코미디라면 남자들도 배울 게 많다. 3월 11일 개봉. 기혼 커플이나 이혼자, 실연 유경험자에게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