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의 감성홀] 고고 70

수빈's 감성홀 2009. 11. 2. 17:1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아나운서라 좋겠단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아마 화면 속 단정하고 지적인(?)모습 덕분이겠죠. 물론 현실 속의 저는 아나운서가 되기 전처럼 여전히 허술하고 덜렁댑니다만... 어쨌든 직장생활도 4년째에 접어들자 어색하기만 했던 아나운서라는 옷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의 재미도 알 것 같고요.

회사에 적응하는 기간이 지나자 방송 말고도 하고픈 것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꽃꽂이를 배워 친구에게 부케를 선물할 실력도 갖추게 됐습니다. 화요일마다 일본어를 공부하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달리고 싶어 빨간색 자전거도 장만했습니다.

아예 직업을 바꾼다면 뭐가 하고 싶을까요? 가수도 재밌겠네요. 네? 아나운서나 똑바로 하라구요? 발끈하실 필요 없답니다. 노래방에서야 백점이 빵빵 터지긴 하지만? 무대에 설 목소리는 아닙니다. 끼도 없고요.

그래도 다시 태어난다면...가수를 해보고 싶어요. 아마..‘영화가 좋다’의 MC였던 성시경씨의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를 본 날 이후 그런 소망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혼자 가진 않았습니다! 성시경씨가 영화가 좋다 팀을 초대한 자리였죠. 연대 노천극장에서 진행된 콘서트 날은 아쉬운 팬들의 마음처럼...주룩주룩 비가 왔더랍니다. 그런데.. 전 깜짝 놀랐어요. 비도 오는데 그냥 가버릴까...망설이고 있었는데...노천극장을 꽉 채운 사람들이 비를 맞으면서 촛불을 든 채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거에요.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눈물을 흘리는 모습..충격이었습니다.

목소리 하나로도 저런 감동을 줄 수 있다니,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성시경씨를 보면서...난 한 사람에게라도 감동을 주는 방송 한 적이 있는지...와!! 다시 태어난다면 가수를 꼭 해봐야겠어!! . 저, 그래서 요즘 노래 연습 하고 있습니다. ㅋㅋ

<고고 70>은 그런 ‘가수’에 대한 이야깁니다. 열기 가득한 콘서트를 직접 본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룹 ‘데블스’와 함께 했습니다. 70년대 시퍼런 전경들의 압박 속에서도 음악에 미쳐 노래를 부르고 환호하는 모습은, 사막 속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같았습니다.

노래란, 음악이란 무엇이기에 사람을 열광하고, 미치게 히는 걸까요? 우리는 한번뿐인 인생에서, 영화 속 젊은이처럼, 무언가에 미쳐 산 적이 있을까요? 아..정말 음악에 미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저주받은 절대음감만 아니라면! 아, ‘춤’보다는 ‘노래’가 낫다던 ‘노래가 좋다’ 피디님의 말에 희망을 걸어볼까요? 하하.

아나운서란 직업, 정말 갈망했습니다. 또 그래서 행복합니다. 하지만 on air라는 말 그대로 방송이란 공기 중에 흩어져 버리는 것인가? 할 때도 있답니다. 불과 10년 전 9시 뉴스 앵커도 누군지 가물가물한데...난 방송이란 큰 판에서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이죠.

가수란 직업은 어떤가요. 감동을 주는 것도 그렇지만, 음반이 남는다는 게 부럽습니다. 아나운서로서 난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요? 시대를 초월한 방송까지 욕심내는 건 아닙니다만, 10년 20년 뒤에라도 소수정예 팬들에게라도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성시경씨의 콘서트처럼 <고고 70>도 제 인생에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놀고 싶어서, 음악에 미쳤던 ‘데블스’처럼... ‘신도림역앞에서 스트립쇼를’할 정도는 아니어도 저도 뭔가에 미쳐보고 싶고, 그 미침이 감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손상되지 않는 그 무엇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제가 욕심이 과했군요. 이런 저런 공상하느라 흐트러진 마음부터 챙기고 오늘 방송에나 집중하라는 선배님들의 불호령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음반은 남길 수 없어도 � 분짜리 라디오 뉴스 하나에라도 미쳐, 한 사람에게라도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야겠습니다. 그 때까지 가수의 꿈, 일단 접어두겠습니다.

ps. 신민아씨 이야기를 빼놓았네요. 제가 본 중 신민아씨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습니다. 아기같은 얼굴에 그런 섹시함이 숨어있었다니! 특히 쭉쭉뻗은 몸매...연기력도 연기력이었지만, 저의 운동 본능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런..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겨버렸군요.

 posted by  조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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