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영화 이야기 2018. 7. 30. 15:28 Posted by cinemAgora

영화 토론 모임 사람들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토론 자리에서 나는 "어떻게 보셨어요?"라고 참석자 한 분에게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와락 눈물을 쏟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내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슬픈 눈물을 보았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낳았다고 다 엄마가 되는건가요?" 너희가 생각하는 가족이 도대체 무엇이니? 아마 그녀는 그렇게 되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 어떤 핏줄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이 가족이 '가족의 이데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늘 가족이라는 테마에 천착해 왔다. <걸어도 걸어도>에선 상실을 겪은 가족의 드러나지 않는 빈자리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선 기억과 가족애의 상관 관계를,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선 배 다른 자매의 평화롭고 선량한 연대를 그렸다. 아마도 그 모든 영화들은 이 작품을 위한 전주곡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가족>은 긴 말이 필요 없는 걸작이다. 고레에다는 혈연의 끈 바깥에 놓인 가족을 설정해 놓고, 거꾸로 서로를 옭아매는 현대 가족의 혈연주의적 상식을 비웃는다. 버려진 자들, 그들이 엮어낸 이 가족은, 비록 훔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해도, 명백한 낙원이다. 그 낙원이 세상의 오염된 상식에 의해 파괴될 때 노부요(안도 사쿠라)가 말 없이 훔치는 눈물은, 영화 역사에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