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버 기억전달자' 기억의 양면성

영화 이야기 2014. 8. 13. 19:21 Posted by cinemAgora



가난은 없다. 차별도 없다. 고통도 없다.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정확한 문법의 언어를 구사한다. 모든 이는 기초 가족이라는 단위에서 가정 생활을 하는데, 이 기초 가족은 혈연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가 그리고 있는 미래 사회다. 내가 보기엔 공상적 사회주의에 가까운, 참 유토피아적인 사회다. 

어쨌든, 이 사회에선 정규 교육을 마치면 원로들로부터 직업을 부여 받는다. 그런데, 수석 원로(메릴 스트립)는 주인공 조너스에게만큼은 각별한 임무를 준다. 그는 인류 역사에 대한 기억을 전수 받아야 한다. 사실,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전쟁과 기아로 점철됐던 인류 역사에 대한 기억이 삭제돼 있다. 그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다시 그런 오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큼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로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 조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너스는 바로 그 기억 전수자로 뽑힌 것이다. 그에게 기억을 전달할 전수자가 이른바 "기버 Giver"(제프 브리지스)이다. 그는 조너스에게 인간이 잊고 있던 다양한 감정과 기쁨의 순간들을 전수한다. 조나단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이 사회는 그런 기억들을 삭제했을까.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인류 역사의 참혹한 순간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는 '인류의 공유된 기억'을 매개로 제법 흥미진진한 화두를 던지는 SF다. 인간에게 추악한 과거의 기억을 모두 삭제한다면, 과연 그 사회는 바람직한 것일까? 이를테면 사랑과 같은 감정조차 삭제된다면 사람들은 갈등과 고통이 없는 더 합리적인 사회를 일구어낼 수 있을까? 영화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가운데, 조너스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지켜보게 만든다.

90년대 발간돼 전세계 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로이스 로우리의 소설이 원작이다. 할리우드에선 주로 중급 규모의 영화를 배급하는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작품인데, 따라서 블록버스터 스러운 화려한 볼거리를 앞세우기 보다 사유의 여지를 좀더 많이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스터에 뮤지션 출신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크게 나오는데, 영화 속의 비중은 아주 작다. 

완전한 평등을 이룬 미래 사회를 흑백으로 처리하고, 조너스가 과거의 기억을 전수받으면서 점점 사물에 색이 입혀지는 방식의 화면 연출이 독특하다. 8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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