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페스티발' 변태가 변태를 욕하는 세상
cinemAgora
2010. 11. 9. 17:49
'변태'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해설이 나온다.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사전적 의미에는 가치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이 사회에서 통용될 때는 거의 어김 없이 부정적인 의미가 실린다. 한마디로, 뭔가 비정상적인 성적 집착을 가진 이들을 일컬을 때가 많다. 다른 말로 '페티쉬'와 혼용되기도 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이 선보인 신작 <페스티발>에는 그런 사람들이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떼로 나온다. 사도 마조히즘적 관계에 빠져든 우아한 싱글맘(심혜진)과 동네 철물점 아저씨(성동일), 이성 복장 도착을 숨기고 살아가는 학교 선생님(오달수), 팬티를 팔아 돈을 버는 여고생(백진희)의 애타는 들이댐을 무시하는, 괴취향의 총각(류승범), 그리고 동거녀(엄지원)를 만족시켜주지 못한 컴플렉스 때문에 남근의 크기에 집착하는 경찰(신하균).
굳이 따지자면 마지막에 소개한, 남근 숭배가 도를 지나친 경찰은, '변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기보다 '마초'라는 범주로 묶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유사 이래 남근은 국가 권력의 메타포로 자주 활용된다.) 실제로 그는 이 동네에 암약한 음란한 변태 삼총사들과의 한밤중 맞짱을 뜰 정도로, 그 자신은 정상의 범위에 놓여 있다고 굳게 믿는 사이코다. 그러나 남성들이라면 흔히 경험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로지 남근만이 세상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성적 능력이 남성적 정체성의 최고 미덕이라고 믿는, 그 외의 것들은 모조리 변태 취급하는.
당연히, 이 캐릭터와 앞선 변태들은 영화의 어느 지점에서 정면 충돌한다. 굳이 설명하자면, 변태 캐릭터들이 뭔가 다르지만 그 자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비주류적인 가치라고 한다면, 경찰은 폭력적인 집착으로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는 외형적 주류이자 권력적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페스티발>은 특별한 중심 스토리를 갖지 않고 이들 인물들을 종횡무진 오가며 변태 행각에 조용히 탐닉하다가 예기치 않게 사회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시선의 온도는 꽤 따뜻하다. "내 자신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한 이해영 감독의 말대로, 그들 변태를 껴안는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변태가 뭐? 당신들 중에 변태 아닌 사람 있어?" 영화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주류적 가치에서 비껴나 있다는 이유로, 쉽게 누군가를 타자화하고 배제하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그렇게 쓸쩍 꼬집는다. 한마디로 (공해적) 변태가 (생태적) 변태를 욕하는 세상에 대한 우화라고나 할까.
혹시라도 성적 소수자, 또는 다른 성적 취향에 대한 거부감이 깊은 분들이거나, 엄숙한 세계관을 가진 관객들에겐 불편할 뿐더러 불쾌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트위터에서 자신의 영화를 일컬어 "낭심을 울리는 영화"라고 했던 이해영 감독은 무대 인사에 나와 "귀여운 변태로 봐달라"고 했고, 류승범은 "영화 속에서 여러분의 변태성을 찾아보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11월 18일 개봉.
트위터: @cinemagora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사전적 의미에는 가치 판단이 개입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이 사회에서 통용될 때는 거의 어김 없이 부정적인 의미가 실린다. 한마디로, 뭔가 비정상적인 성적 집착을 가진 이들을 일컬을 때가 많다. 다른 말로 '페티쉬'와 혼용되기도 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이 선보인 신작 <페스티발>에는 그런 사람들이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떼로 나온다. 사도 마조히즘적 관계에 빠져든 우아한 싱글맘(심혜진)과 동네 철물점 아저씨(성동일), 이성 복장 도착을 숨기고 살아가는 학교 선생님(오달수), 팬티를 팔아 돈을 버는 여고생(백진희)의 애타는 들이댐을 무시하는, 괴취향의 총각(류승범), 그리고 동거녀(엄지원)를 만족시켜주지 못한 컴플렉스 때문에 남근의 크기에 집착하는 경찰(신하균).
굳이 따지자면 마지막에 소개한, 남근 숭배가 도를 지나친 경찰은, '변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기보다 '마초'라는 범주로 묶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유사 이래 남근은 국가 권력의 메타포로 자주 활용된다.) 실제로 그는 이 동네에 암약한 음란한 변태 삼총사들과의 한밤중 맞짱을 뜰 정도로, 그 자신은 정상의 범위에 놓여 있다고 굳게 믿는 사이코다. 그러나 남성들이라면 흔히 경험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로지 남근만이 세상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성적 능력이 남성적 정체성의 최고 미덕이라고 믿는, 그 외의 것들은 모조리 변태 취급하는.
당연히, 이 캐릭터와 앞선 변태들은 영화의 어느 지점에서 정면 충돌한다. 굳이 설명하자면, 변태 캐릭터들이 뭔가 다르지만 그 자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비주류적인 가치라고 한다면, 경찰은 폭력적인 집착으로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는 외형적 주류이자 권력적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페스티발>은 특별한 중심 스토리를 갖지 않고 이들 인물들을 종횡무진 오가며 변태 행각에 조용히 탐닉하다가 예기치 않게 사회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시선의 온도는 꽤 따뜻하다. "내 자신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한 이해영 감독의 말대로, 그들 변태를 껴안는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변태가 뭐? 당신들 중에 변태 아닌 사람 있어?" 영화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주류적 가치에서 비껴나 있다는 이유로, 쉽게 누군가를 타자화하고 배제하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그렇게 쓸쩍 꼬집는다. 한마디로 (공해적) 변태가 (생태적) 변태를 욕하는 세상에 대한 우화라고나 할까.
혹시라도 성적 소수자, 또는 다른 성적 취향에 대한 거부감이 깊은 분들이거나, 엄숙한 세계관을 가진 관객들에겐 불편할 뿐더러 불쾌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트위터에서 자신의 영화를 일컬어 "낭심을 울리는 영화"라고 했던 이해영 감독은 무대 인사에 나와 "귀여운 변태로 봐달라"고 했고, 류승범은 "영화 속에서 여러분의 변태성을 찾아보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11월 18일 개봉.
트위터: @cinem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