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A-특공대' 오락에 충실한 오락영화
cinemAgora
2010. 6. 8. 19:00
영화를 보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쉽게들 영화를 엔터테인먼트의 범주로 분류하듯 '오락'을 얻는 것이 하나이고, 삶에 대한 성찰을 얻는 게 또 하나다. 그래서 관객들 가운데 영화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보는 오락 근본주의자들과, 뭔가 생각할 게 없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고 믿는 예술 근본주의자들이 설전을 벌이기 일쑤다. 물론 현실은 전자, 즉 오락으로서의 기능에 훨씬 더 많이 치우쳐 있으니, 미학적 도전과 성찰의 깊이에 더 많이 주목하는, 적지 않은 평론가들이 소위 대중으로부터 왕따 당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로 말하면 두 가지 다 의미있다고 믿는 축이다. 오락적 기능으로서의 영화가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현실에서 늘 무겁고 진지한 영화만을 상찬한다는 것도 우스울 뿐더러 간혹 오락영화 안에서도 새길만한 문화적 코드를 발견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장 문을 나서면 금세 잊혀지고 마는,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만드는 일회용 오락영화는 사절이다. 그런 멍청한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내가 멍청해지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극장 문을 나서면 금세 잊혀지고 말, 일회용 오락영화 한 편이 이번 주 개봉한다. 잘 알려진 미국의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A-특공대>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상천외한 액션'이라는 광고 문구가 허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는 시종일관 온갖 뻥튀기 액션의 향연이다. 낙하산에 매달린 탱크 안에서 포를 쏴 낙하지점을 조정하는, 허황됨에 있어서는 가히 지존이라고 할만한 이 영화는, 개연성 따위는 집어 치우고 순전히 오락 그 자체를 위해 볼거리를 설계해 놓은 한편의 거대한 마초 취향의 구경거리다. 냉소적으로 말해, 말이 좋아 특공대지, 전쟁 미치광이들의 사도마조히즘적 폭력을 미화해 놓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는 이 영화를 마냥 폄훼할 수 없다. 오락영화의 목적이 객석에 그야말로 오락적 쾌감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라면, <A-특공대>는 적어도 그 목적 하나는 꽤 훌륭하게 수행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적 코드를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정신없이 몰아 붙이는 이 영화의 속도와 그 시침 뚝 떼는 뻥의 액션이 은근히 시신경을 잡아채는 힘을 내뿜고 있다. 영화가 너무 오버해 버리니 의미나 맥락 따위를 따지는 게 무위해지는, 그런 매력이랄까. 게다가 장군 멍군하듯 반전이 거듭되는 후반부 드라마의 쾌감도 꽤 흡인력 있다.
사실 이 영화 역시 자세한 줄거리는 거의 다 잊어 버렸지만, 러닝 타임 동안의 멍청해진 순간이 그리 아깝지는 않게 느껴진다. 가끔 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시원한 콜라 한잔이 고마울 때도 있는 법이다. 6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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