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나는 강우석 감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편견이라면 편견일 수도 있겠다. 그의 영화 뿐 아니라 언론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곱게 보이진 않는다. 그가 씨네21이 기획했던 충무로 파워 리스트에 몇년동안 1위 자리를 차지했던 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서인지, 그의 방식은 대체로 언론이 불러서 나서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적당한 시점에 언론을 부르는 식이었다.
언제나 언론을 편리하게 활용하는 그의 방식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는데,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본격화하기 전에 한번 연타석 인터뷰를 갖고, 개봉 직전에 또 한번 프로모션용 인터뷰를 하는 식이다. 최근에도 7월 개봉 예정인 신작 <이끼>와 관련해 영화 전문지와 인터넷 언론, 일간지 등에 약속이라도 한 듯 '강우석 모시기'가 연출됐다. 짐작컨대, '이 즈음에 한번 생색 내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가끔 앞뒤가 안맞는 발언을 하기도 하는데, <한반도> 개봉 당시 국내 언론들 앞에선 "영화로 일본을 들이받고 싶었다"고 호기롭게 말한 그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반일 영화로 보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자신의 작품을 혹평한 평론가들에겐 관객의 정서를 잘 모른다고 일갈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최근의 한국영화가 저예산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한 중견제작자로서의 우려를 피력하더니, 정작 자신이 제작하는 장진 감독의 신작 <퀴즈왕>은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저예산이라는 모순어법을 사용한다.
늘 '승부사'라는 별칭을 달고 다니는 그가 이렇게 언론을 편리하고도 영악하게 활용하는 걸 삐딱하게 바라보는 게 도리어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가끔 그 풍경에서 바탕없이 호기를 부리는 한국적 꼰대성과, 기삿거리를 편리하게 수집하려는 언론들의 화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런 나의 편견을 깨버리지 못한 채 오히려 강화만 시켜왔다. <이끼>도 두고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