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로봇, 소리

cinemAgora 2016. 1. 14. 12:40

<로봇, 소리>는 부성애에 대한 영화다. 설정이 흥미롭다. 한국영화에선 사실상 처음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한다. 지구상의 모든 통화 내용을 감청해온 한 로봇이 위성으로부터 분리돼 한반도 서해상으로 추락하고, 때마침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와 만난다는 설정이다. 아버지는 로봇의 비상한 능력을 이용해 종적을 감춘 딸을 찾으려 한다. 이 영화의 정서는 인간과 로봇의 교감을 한 축으로,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회한을 한 축으로 맞물리며 나아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영화가 객석에 전달하는 감동의 적지 않은 부분은 영화관 바깥의 세상으로부터 튀어 들어온다. 어쩌면 "세월호 트라우마"라고도 부를 수 있는 무엇. 그냥 '보편적 부성애'라고 부를 수 없는, 한국이라는 시공간에 감도는 그 공기가 주인공의 입장과 만나는 것이다.


스토리 전개가 다소 전형적이긴 해도 이호재 감독의 연출은 비교적 준수하다. 이성민은 주연으로서 제몫을 다 한다. 눈물이 났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극장문을 나서니 한숨이 나온다. 악착같이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에 아랑곳없이 어처구니 없이 잔혹하고도 위험한 세상과 조우한 비루함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감정을 설명할 비평적 언어를, 나는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