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이 글은 스포일러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함부로 당신의 머리에 담지 마세요.

 

[인셉션]은 실제의 꿈보다 더 복잡한 꿈을 설계한다. 사적 영역에서 공적 공간으로 개방되며, 더불어 그것이 범죄행위로 사용되기 시작하며 통제 불가능한 복잡성이 꿈의 영역에 들어온다. 타인을 꿈에 끌어들여 그로부터 감춰진 정보를 캐내는 추출과정에서 각 팀원들은 보다 전문화된 능력을 갖추게 되고, 이러한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인물들은 꿈 속에서 정보를 탈취당하지 않도록 방어훈련을 쌓아나간다. 그러한 현실이 일반화된 가까운 미래. 그것이 [인셉션]의 배경이다.

 

이 영화를 몇 개의 도표로 재구성하면 아래의 그림들이 만들어진다. 먼저 그림 1 <꿈의 단계와 시간 개념>을 보자. 이 그림은 [인셉션]의 기본 개념을 담고 있다. 꿈에서 깨어났는데 여전히 꿈인 상태인 꿈을 꾼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없다면 한 번 꿔보시라. 흥미진진하다) [인셉션]은 그러한 다층 꿈에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설정한다. 더불어 각 단계별로 진입할 때마다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현실에서의 5분이 1단계의 꿈에서는 1시간. 꿈 속의 꿈에서는 12시간이 흐르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게 그 기본이다. (작전과정에서는 약물에 의해 20배로 시간이 늘어나는 설정임)



꿈이 범죄에 이용된다는 것은 즉 그것이 이 된다는 말이다. 에너지에 대한 특정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방해하고자 하는 사이토(와타나베 켄)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일행에게 막대한 돈과 지원을 약속하며 경쟁기업의 상속자 피셔(킬리언 머피)에게 인셉션(특정한 가치관을 무의식에 주입하여 그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에 따라 코브는 각 영역에 전문화된 팀원을 구성한다. 목표물이 친숙하게 느낄 만한 익숙한 공간과, 전혀 낯선 공간을 자유자재로 구성하면서 동시에 이를 미로로 만들어야 하는 설계자는 아리아드네(앨런 페이지). 설계자가 만든 공간을 꿈에서 재현하는 꿈의 주체자는 목표물의 무의식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기 때문에 공격력과 방어력을 갖춰야 하며, 다음 단계로 진입한 팀원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문지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설계자가 디자이너라면 꿈의 주체는 현장요원에 가깝다. 그리고 다시 현장요원은 타인의 모습으로 정체를 감출 수 있는 능력가 등으로 세분화된다. 그 때문에 위의 <그림 1>처럼 하나의 꿈이 '설계자', '꿈의 주체', '의식의 주체'로 구성되는 것이다.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와 건물을 건설한 회사가 각기 다르고, 그렇게 지어진 건물에 입주한 사람이 별개인 것처럼.
[
인셉션]나의 꿈이라는 개념을 해체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략은 무엇인가. <그림 2 : 꿈을 통한 정보 추출 전략> 은 꿈을 통해 어떠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추출가는 상대가 꿈을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이용해 그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빼내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가 지속되자 이에 노출된 인물들이 역으로 꿈으로부터 자신의 의식을 방어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꿈을 꾸면서도 그것이 꿈일 수 있다는 자각훈련이 한 예. 꿈을 꾸면서 어 이거 꿈인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며 꿈의 내용을 바꿔본 일이 있을 것이다. (없다면 그것도 해보시라. 재미를 보장한다) 목표물이 꿈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꿈에서 무의식적인 저항능력을 강화시킴에 따라 새로운 전략이 등장한다. 그것이 꿈에서 다시 꿈을 꾸게 만드는 방법이다. 사이토에게는 2단계까지 적용하였다가 실패하였고, 피셔에게는 3단계를 설계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그림 3 : 인셉션 타임라인>이 나온다.

비행기에 탑승해 내리기까지 비행시간은 총 10시간. 그 중 일부를 사용해 이들은 피셔를 자신들의 꿈에 끌어들이고, 3 단계에 이르는 꿈 이동 작업을 시작한다. 영화는 각 단계로 이동한 사람과, 이동하지 않고 자신의 단계에 머무르며 다음 단계로 넘어선 동료들이 되돌아오도록 준비하는 팀원을 교차편집한다. 그러나 문제는 각 단계의 시간 속도가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 그림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를 볼 수 있습니다.


1단계에서 차량이 난간을 돌파하여 수면에 충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9.(회색 사각형 박스에 해당) 비행기에서의 실제 시간은 겨우 0.5초다. 그런데 1단계의 차가 추락하는 9초 동안 2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아서(조렙 고든 레빗)는 중력이 사라진 공간에서 자신의 팀원들을 전선으로 묶어 엘리베이터로 이동시킨 다음, 폭약을 설치해 킥을 진행해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3(9x20). 아서를 두고 3단계에 진입한 사람에게는 1시간(9x20X20)이다. 그들은 요새에 진입해 피셔의 아버지가 숨겨놓은 금고를 열고 그 안의 유언장을 확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1단계의 문지기가 차를 1초만 빨리 추락시켜도 3단계의 작업자들에게는 7분이 부족해지는 것이니, 앞 사람은 최대한 시간을 버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핵심전략인 3단계만 놓고 보면, 3단계를 위해 필요한 전체 시간은 현실의 불과 몇 초다. (길어야 2~3초) 물론 3단계에 이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1, 2단계는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1단계에서 피셔를 납치해 협박하고, 차량에 태우고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6시간으로 가정한다면, 현실에서는 18분이다.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작전이지만 인셉션 총 작전시간은 1~2시간이면 충분해 보인다.


코브는 비행기 도착 2시간 전에 깨어난다. 아마도 코브와 사이토는 다른 팀원들에 비해 몇 시간은 더 림보에 머물렀던 모양. 옛 기억을 거의 잃어버린 듯한 노년의 사이토와 대면한 코브는 그에게 돌아가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그 제의는 아내에게 했던 인셉션과 어딘지 닮았다. 후회 속에서 홀로 늙어갈 것인가. 아니면 젊음이 남아있는 현재로 돌아갈 것인가.

[
인셉션]은 꿈이나 무의식 보다는 오히려 시간에 집착하는 영화로 읽힌다. 시간을 잘게 쪼개는 한편 무한히 늘리면서 영원히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팽이를 반복해 제시한다. 늙기만 할 뿐 절대 죽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쿠마의 무녀를 떠올려보자. 엘리오트의 시 '황무지'의 서문에서 아이들은 이 무녀를 놀려대며 '이제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재촉한다. 그 때 무녀는 '죽고싶다'고 대답한다. 혹은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죽지 않는 사람들'은 어떠한가. 불사의 존재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도시와 신전은 모든 지혜와 지식을 담고 있었다. 그들은 도시를 뒤틀린 조형물로 채우더니 기어이 이를 파괴하고, 스스로 언어를 버린 채 서서히 퇴화되어버린다. 영속성, 영겁의 허무주의를 향해 열어놓은 문을 닫지 않은 채 영화는 끝난다.

posted by 늙은소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