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광고의 창의력 부재에 대해 씁쓸함을 표한 '어디서 본 듯한 SHOW'(http://mmnm.tistory.com/89)라는 포스트에 참으로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글쓴이가 표절로 몰아붙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분들이 해당 광고를 두고 '표절이냐 아니냐'로 의견들이 갈리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광고를 15년 이상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라는 제목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광고 디자이너로 보이는 한 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 광고업계의 상황에 대해 경청할만한 아주 자세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는 열악한 교육 과정과 기형적인 공모전, 광고업계의 영세성, 광고주의 인식 부족이 차용과 표절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하고, 이런 상황때문에 종사자들의 창의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특정 광고의 표절 여부를 심판하는 것을 떠나, 이를테면 이런 댓글을 통해 제 포스트의 애초 의도대로, 광고계의 창의력 부재를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를 둘러싼 정당한 논쟁으로 물꼬를 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해당 댓글을 더욱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별도의 포스트로 발행합니다. 글쓴이에게 따로 허락을 구할 길이 없었으나 이런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실 것으로 믿어 댓글을 그대로 긁어다 붙였습니다. 단, 글쓴이의 생각을 최대한 그대로 전하는 선에서 일부 오타와 행간 간격을 교정했음을 밝혀 둡니다.


제목: 광고를 15년 이상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


같은 디자이너로서 순전히 제 주관적인 변명아닌 변명이겠지만..

위와 같이 순전히 디자이너의 자질문제를 논하기전에
기형적인 광고업계의 생리또한 바뀌어져야만 합니다.

우리나라 광고업계의 현실이 외국의 유수한 광고회사들에 비해
인식도 시간도 지원도 열악한건 사실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 광고계의 문제점을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읊어 보겠습니다.

1. 광고를 가르키는 교육계부터가 기형적인 공모전이라는 제도하에서
습과적으로 표절을 하게끔 만듭니다.

실무에서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은연적으로 표절에대해 관대해지는 나쁜 버릇이
생기게 합니다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거 다 알고 있고요..
대학에서 전공하고 각종 공모전, 전람회 등등

우리나라 교육에서부터가 문제가 많습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다보면 수상작품들을 보다보면 어디서 본듯하거나 거의 그대로 배낀
작품들이 많이 보입니다.

왜냐면 비슷한 원서들, (광고를 배우거나 디자이너가 공부할수있는 책자는 외국의 유명 공모전, 또는 실제 방송또는 출판되었던 작품들의 수상작품 편람집들 같은 )국내에 소개되는 일본 광고, 미국광고 등의 광고책에 나오는
스틸, 장면들을 그들만 본게 아니고 우리도 봤기때문에..어디 어디 나오는 것이라는거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알지요..
그래서 불만이 많고 수장작들에 대한 불신도 많았고요..

하지만 최소한의 고민도 없이 그대로 베껴서 카피만 살짝 달리 가는 작품들도
많이 봤습니다.

그걸 평가하는 교수들이 그많은 작품들을 다 일일히 볼수 없기 때문에 (광고책자하나가 백과사전만 합니다) 교수 입장에서는 상받은 좋은 광고만을 수록한 책자를 그대로 베끼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줄수 밖에 없습니다.

교수들이 그 방대한 광고 책자를 일일히 다 볼만한 시간적 여유가 학생들만큼 없기 때문이죠.

그런 카피 작품들이 버젓이 수상작품으로 선정될때는 속이 치밀어 오릅니다.
저거 어느 책자에서 몇페이지에 나오는 장면이나 광고컨셉인데..

우리나라 광고 공모전은 누가 누가 표안나게 잘베끼나..그런 대회인듯합니다.
솔직히 누가 말하진 않지만 광고를 전공한 학생들이나 광고인들은 알겁니다.
속으로 뜨끔한걸...

좋습니다.

배울때는 남의것을 카피하는것도 일종의 수업이니 너그럽게 넘어갈수있습니다.

저또한 그렇게 광고를 배울때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다른 장르에 써먹거나 조합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광고라는 작업이 어디서 뚝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고 생활 전반의 모든것들로부터
차용하는 작업이기때문에 표절이라고 볼수있는 부분이 애매한 것들이 많습니다.

같은 차용이라고 해도 최대한 고민하고 고뇌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같은 광고인들은 딱보면 알지요..

그스틸을 그컨셉을 이렇게 응용할수도 있구나.. 정말 기발하구나..

문제는...습작들의 수준에서 머물러야할 버릇이..
실무에서도 연장선상으로 흘러간다는게 문제입니다.

2.광고기획사의 영세성

우리나라 광고는 다른 나라의 광고시장과는 특수한 경우입니다.
광고시장 자체가 협소하고 디자인 자체를 경시하는 풍조가 많았지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제가 광고를 배울때만해도 인식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였죠..
소위 말하는 간판쟁이 보듯 찌라시나 만든다느식의 경시풍조들..

광고의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제작공정을 무시한 무조건적인 결과물만 내놓길
바랍니다.

즉, 잛은 기간에 여러건을 쳐내야 하는
상황속에서 매번 아이디어가 빛을 발할순 없지요

학생때 생각해뒀거나 평소에 미리미리 생각해놓은 아이템을 그때 그때
펼치다보니 몇건은 정말 잘 써먹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바닥이 날때가 있습니다.

광고주가 의뢰하여 그 결과물을 며칠내에 만들어 내는것도 한두번이죠..
마감이 빠듯한 속에 피말리는 전쟁을 하루도 아니고 그것을 업으로 삼다보니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에 쫏겨 광고책자부터 펼치게 됩니다.
그중 컨셉에 비슷하게 맞는것을 적당하게 버무리게 됩니다

3.클라이언트(광고주)의 인식부족

한마디로 클라이언트의 입김이 너무도 강합니다.

우리나라 클라이언트의 인식속에서는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펼치기엔 너무도 힘듭니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창의력을 발휘해도 광고주의 입맛에 안맞으면 사장되는게
현실입니다.
광고주가 좋아하는 색에 맞춰 개발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소비자에게 먹히지 못하는
우를 자주 범하게 됩니다...

물론 그속에서도 빛나는 무릎을 탁 칠만한 아이디어와 소재들이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입맛 속에서도 얼마든지 최대한 실력을 발휘할수도 있겠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이고요

4. 디자인에 대한 정당한 댓가

앞의 광고기획사의 영세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시간들이고 완성도를 높혀도 그 댓가가 초라하다면
누가 그광고를 맡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소위 알고있는 마케팅비가 어마어마하다는거 알고 계시겠지만
그건 다 거품입니다

대부분은 방송국 등 대중매체에 실리는 비용이지 크리에이티브의 댓가가 아니죠
신문광고를 일례로 들면 우리나라 오대 일간지에 전면광고 올리는게 요즘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현업에 있었을땐 5천에서 9천정도 들었습니다.

방송국에서 피크시간때 15초짜리 광고물 돌릴때 얼마가 들겠습니까?

길거리 광고판에 포스터나 간판물 설치할때 비용이 얼마가 들겠습니까?
대부분 그런비용이지

한프로젝트 디자인을 했다고 수십억 수백억을 주진 않거든요..
실제 광고대행사들이나 기획사들에 돌아가는 비용은 고작 얼마 안됩니다.

그나마 대형 광고대행사들은 형편이 나은거죠..

5. 학력, 인맥을 떠난 실력있는 디자이너 채용

제가 부산출신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하다보니 충무로에서 (충무로에 영화판만 있다고 하시면 섭합니다. ^^*) 하루가 멀다하고 접었다 다시 차렸다 하는
많은 영세 기획사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모두 금강기획이나 MBC애드컴이나 대규모 광고기획사들만 있는게 아니죠

저희 업계에서 말하기로는 원청이라고 하죠..

원청을 받고 그걸 다시 하청을 주는..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현실이겠지만..
광고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여러업체들이 달라붙습니다.
금강기획이나 MBC애드컴이나 대규모 광고기획사들이죠

그걸 다시 하청을 줍니다 중소규모의 업체들에게
방송물은 직접 원청에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쇄물 같은경우는 하청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중소 광고기획사들..

그밑으로는

여러분들이 알고 계신 찌라시, 명함집, 간판집 등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리는
디자이너들

이것이 우리나라 광고업계의 구조입니다.

그들 중에는 대기업 광고기획사들보다 더 실력있고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왜 없겠나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인맥 위주의 사회다보니
실력있지만 적재 적소에 그 인재를 쓸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형 광고대행사들 채용 기준을 보면 누구나 다 참가할수 있을듯해보이지만

소위 알아준다는 학교외의 학생들은 솔직히 서류심사에서 떨어집니다.

광고업계에서는 첫단추가 중요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지방대 전문대 출신 치고는 제법 잘풀린 케이스죠..
인턴생활을 호텔기획실에서 하다보니 그나마 다른 친구들보단
나은 경우입니다.

학생시절때 그것도 못한친구들은 여기 저기 지원서 넣고 헤매다 걍 간판집 명함집 들어간 친구들도 많습니다.

학생시절의 그열정을 포기하고 자영업이나 다른 업계로 전업한 친구들도 많지요

대형광고대행사로 들어갈수 있는 방법은

첫째 공채 신입이죠..

우리나라 인사권을 가진 실무자들은 학연을 많이 따집니다. 지방대는 진짜
서류심사부터 떨어지는 경우 많습니다.

둘째 특채입니다.

경력자 뽑을때죠..

아주 드물지만 저처럼..중소기획사에 있다가 경력으로 채용이되는 케이스죠
원청일을 자주 맡다보니 그쪽 실장님 눈에 들어 뽑혀 자기회사에 지원해보라는...

세번째는 각종 공모전 등등의 발군의 수상경력입니다

하지만 위의 첫번째 교육의 문제에서 밝힌것처럼..
우리나라 공모전은 작품을 평가하는 교수나 실무자에 따라 너무 주관적이라는겁니다.
같은 학연에따라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자기학생들을 수상케 하는 비리가
너무 심합니다.

마치 우리나라 모 스포츠 연맹처럼 어느대 출신아니면 국대로 나서기 힘들어
추성훈처럼 다시 국적을 포기하는 그런 케이스죠..

공모전때 다수의 수상작을 배출해야 자기 학생들이 많이 취업을 나가기때문에
뭐라도 하나 줘야하는 의무감때문에 공정성을 잃는 교수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래서 죽어라 국제 공모전중심으로 출품을 했습니다만..

그외에도..
같은 조건일때는 인사권자들이 주로 같은 대학출신들을 뽑습니다.
저도 면접관이 면접시 후보자가 같은 학교 일때 000교수님 아직 잘 계시냐고 물어볼경우 같이 면접보면서 소외감을 많이 느낍니다.

직장에서도 지방전문대 출신이라 주위에서 은근히 깔보는 경우도 은연중 많이 느꼇고요

하여튼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제점이죠..학연, 인연, 지연은...

그리고도 몇가지 더 있지만 글이너무 길어지니...이만 줄일께요..

하여튼 각설하고.........................

대놓고 베낄때는 같은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써 부끄럽습니다.
저도 표절에 자유로울수 없고 또 표절을 해봤기때문에..그부분은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모든걸 일개 디자이너 책임으로 돌리기엔 너무하단 생각이 듭니다.

글쓴이가 제시한 표절이냐 아니냐?

결론을 말하자면

글쓴이가 제시한 '쇼를하라' 케이스는 제가 생각하기엔 차용이라고 하기엔
표절에 가깝다고 봅니다.

'쇼를 하라'라는 런칭광고는 네이밍쪽으로 접근한 경우인데..
그걸 풀어나가면서 굳이 비쥬얼을 일본 유수의 수상작품의 스틸을 차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엔 개연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봅니다.

광고를 전공하지 않는 일반분들도 지적하신부분처럼 제가봐도 같은 이유로
표절이라고 보여지네요..

얼마든지 쇼를 하라는 네이밍 컨셉을 맞춘다면 그보다 더 많은 다양한 스틸이 있는데
굳이 그쪽으로 맞춘것은 제가 생각하기엔 광고주의
입김이 어느정도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집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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