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요대축제 vs. NHK 홍백전

TV 이야기 2010. 1. 2. 17:00 Posted by cinemAgora

이제는 그러려니 해서 별반 시비 거는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끝끝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고 또 한번 밀어붙여 본다. 바로 지난 연말 한일 양국의 공영방송이 마련한 가요쇼 얘기다. 하나는 KBS '가요대축제'이고, 하나는 NHK의 '홍백가합전(이하 홍백전)'이다. 두 프로그램을 비교해보려는 것은, 양국 가요계의 현주소를 가장 극명하게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이른바 '공영'을 표방한 방송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까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보기 때문이다.  

핵심은 출연진이다. 우선 KBS 가요대축제에 출연한 가수들의 면면을 보자. 편의상 출연진을 특성에 따라 분류해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돌 또는 걸그룹

슈퍼주니어, 2PM, 소녀시대, 2NE1, 샤이니, 카라, 브라운 아이드 걸스, 4MINUTES, 다비치
솔로가수
박진영, 손담비. 백지영, 이승기, MC몽, 김태우, 케이윌, 이승철, 신승훈, 김건모
밴드 또는 그룹
리쌍, 장기하와 얼굴들


다음, NHK 홍백전의 출연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돌 또는 걸그룹
아라시, SMAP, 동방신기, AKB48, NYCBoys
솔로가수
aiko, 아야카, 안젤라 아키, 오오츠카 아이, 기무라 카에라, 코다 쿠미, 나카시마 미카, 하마사키 아유미, 미즈키 나나, 도쿠나가 히데아키, 후쿠야마 마사하루, 유스케
밴드 또는 그룹
이키모노 가카리, GIRL NEXT DOOR, DREAMS COME TRUE, EXILE(이상 팝그룹), 앨리스, 레미오 로멘, flumpool, 포르노그라피티(이상 록그룹), 고부쿠로, 유즈(이상 포크 듀오), FUNKY MONKEY BABYS(힙합)
엔카 또는 성인가요
아키모토 준코, 이시카와 사유리, 가와나카 미유키, 고다이 나츠코, 고바야시 사치코, 사카모토 후유미, 덴도 요시미, 나카무라 미츠코, 미즈모리 카오리, 와다 아키코, 이츠키 히로시, 기타지마 사부로, 기타야마 다케시, 제로, 히카와 키요시, 후세 아키라, 호소카와 다카시, 미카와 켄이치

*동방신기는 일본에서 아이돌이 아닌 팝유닛으로 분류되지만, 한국의 기준을 적용해 아이돌 범주 안에 배치했다.


출연진의 규모 차이는, 러닝타임(NHK홍백전은 무려 4시간이 넘게 진행된다.)의 특수성 때문이라 그러려니 하겠지만, 일단 출연진의 구성만 보더라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딱 봐도, '가요대축제'는 아이돌과 걸그룹에 치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신승훈이나 김건모, 이승철 등 중견 솔로 가수들이 출연하긴 했지만, 그나마 아이돌과의 제휴 무대라는 형식으로 얼굴을 비쳤다. 여기에, 지난 해 가장 뜬 인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출연시킴으로써 구색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가요대축제는, 한마디로 '아이돌과 걸그룹을 위한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NHK 홍백전은 아이돌과 걸그룹보다, 가창력을 인정 받는 솔로 가수들에 더 큰 비중을 할애했으며,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고려해 엔카와 성인가요 가수들도 대거 배치했다. 라이브로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는 밴드와 그룹들의 비중이 높은 것도 주목할만하다.

아이들이나 걸그룹의 매니지먼트 방식이 많은 부분 일본에서 벤치마킹한 현상이라고 본다면, 이건 뭔가 주객이 뒤바뀐 듯한 인상을 준다. 한국 공영방송의 가요대축제는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고, 정작 아이돌의 본고장인 일본의 공영방송은, 대중음악의 여러 분야를 최대한 아우르려는, 음악적 다양성을 실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대목에선 분명히 이런 반론이 제기될 게 빤하다. 가요 시장의 지형도가 그런 걸 어찌하겠느냐는 거다. 맞는 말이다. 가요 시장의 지형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방송이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방송이 그렇게 언제까지나 시장의 상황, 조장된 대중의 기호에만 영합한다면, 우리는 그 방송에 '공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NHK 홍백전의 기준을 따르자면, KBS 가요대축제에는, 이를테면 조용필이나 신중현, 송창식, 산울림 같은 가수들이 출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미자나 패티김까지 무대에 올린다면 금상첨화일테고.

가요 시장이 아이돌과 걸그룹으로만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적으로 흐르는 현상을 개탄하는 이들 가운데는, 결국 시장 규모 때문이라는 자포자기적 분석을 내놓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일본만 해도 다양한 음악을 소비할 수 있을만큼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반면에 한국은 한 곳으로의 쏠림 현상이 워낙 심한데다, 주류 트렌드의 음악이 아니면 다른 분야의 소비자층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거다. 간단히 말해 '후진적'이라는 얘기다.

역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공영방송은, 그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마인드와 책임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KBS는 해외 공영방송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연수도 많이 보내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배워 온 것을 좀 증명하기를 바란다. 방송 독립을 위해 싸우는 것도 좋지만 문화적 견인차로서의 '좋은' 방송을 고민하는 것도 공영이 할 일 아니겠는가.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