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했다고?

애경's 3M+1W 2009. 11. 5. 19:0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년 10월 22일 네이버 메인에 <데이즈드>와 관련된 기사가 떴다는 제보. 클릭했더니 ‘외설이냐 예술이냐, 패션화보 노출경쟁’이라는 제목으로 머니 투데이에서 기사 하나를 작성했다.(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102208513853033&outlink=1)
약간 발췌하자면 <모델 귀네비어가 전신에 살색 타이즈를 착용하거나 얼굴만 가리고 가슴과 음모를 노출하는 등 파격적인 연출이 눈에 띈다>는 것이 요인데, 흥미로웠던 건 그들이 사용한 이미지다. ‘몰카 영상’을 보는 듯한 흐릿한 해상도와 더불어 주요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해 더욱 시선을 끌게 만들어 두었다. 브라보~

2009년 10월 23일 다음날, 스타뉴스에서 머니투데이 기사를 고대로 베껴 기사를 릴리즈했다. (둘이 같은 회사던가? 아무튼.) 이번엔 ‘체모 노출까지… 어디까지가 예술?’이 제목이다. 모델이 불쌍하다. 그녀가 보여주고자 했던 건, 체모나 가슴이 아니라, 천재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보내 준 마스크였을 텐데 말이지. 

2009년 10월 31일 이 달 서점 판매가 순조롭다. 서점에서 여러 차례 재주문이 들어오는 바람에, 편집팀에서 사용할 책마저 광고팀에서 빌려간 상태다. 과연 이 화보의 영향일까? 모델 귀네비어의 가슴과 음모를 보려고 독자들이 책을 구입한다고? 에이~ 설마.

2009년 11월 2일 ‘좋은 책 좋은 글, 좋은 생각 좋은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문서 상단 중심부에 떡 하니 오른 공문이 도착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보낸 ‘경고’다. 내용 요지 및 문제점(상라 또는 전라 모델의 유방과 국소부위가 다소 부각된 사진 등을 일부 수록하다)과 관련법규(* 청소년 보호법 제 10조 제 1항 제 1호: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저촉 우려| *시행령 제 7조 [가] 항: 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한 것) 등이 적혀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직원 분들도 그 기사를 보신 모양이다. 그나저나, 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했다고? 에이~ 말도 안돼. 

2009년 11월 4일 서점에서의 재주문이 연이어지고 있다. 놀라운 판매 속도다. 정말 이 화보와 기사의 영향일까? ‘그렇다면 다음엔 남자모델의 가슴과 음모 노출을?… ’ 이라고, 가만 생각해본다. 에~이 도끼눈 뜨시긴. 그냥 실없는 농담이라구요.

일단 이 모든 에피소드의 불씨를 지핀 이미지와 기사부터 감상하시압.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겪다보니 드는 생각인데… 과연 진실은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만큼 왜곡될 수 있는 걸까. 기사가 뜨고 나서 해당 사진을 탐구했는데, 정말 그 해당부위에 얼굴을 근접시키고 그 부분만 뚫어져라 쳐다보니 그제야 뭔가(?) 보이긴 하더라. 후세인 샬라얀이 완성한 엄청 특이한 마스크가 머리 위에 있는데, 왜 시선이 그 아래로 내려가는걸까. 쯔쯔. 

결정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파격노출이 잦아졌다’는데, 누구랑 경쟁하려고 이 기사를 픽업해 실은 건 절대 아니다. 물론 11월호 기사 중에 가장 ‘미는’ 톱기사임엔 분명했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사니까. 로베르토 카발리, 알렉산더 왕, 알렉산더 맥퀸, 버나드 윌헴, 마르탱 마르지엘라, 가레스 퓨, 후세인 샬라얀 등 톱 디자이너 13인이 ‘몬스터’라는 주제에 맞는 마스크를 직접 제작해서 보내준 것으로 화보를 찍은 건데, 이건 정말 ‘익스클루시브’하고 '뿌라이드'한 기사다. 알몸을 노출한 것 그리고 살색 타이즈를 신은 것 등은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마스크 자체를 가장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모델 알몸 구경하라고 벗긴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보낸 문서에 적혀있던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한’ 등의 문장을 보니 좀 당황스러웠다. 우리의 기성세대는 정말 우리 청소년들을 정말 과소평가하고 있구나. 얘들은 이미 인터넷 바다를 누비며 ‘성적 욕구를 자극하며 동시에 음란한’ 이미지와 영상을 너무도 손쉽게 접하고 있다. 훨씬 더 강력한 놈들로 말이다. 이 화보를 보며 ‘음란한’ 생각을 할 대상은, 청소년들이 아니라 오히려 나름 정보 부재의 시대를 살았던 기성세대들이 아닐까 싶은데. 아님 말고.

행여 ‘성적 욕구’를 자극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뭐 어떤가. 가만히 자면서도 ‘성적 욕구’로 온몸이 꿈틀거릴 나이 아닌가. 이런 이미지를 봤다고 당장 거리로 뛰쳐나가 지나가는 여성(혹은 남성)을 붙들고 성추행을 하진 않는다. 이건 정말 억측이요 과대망상이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나 또한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주요 페이지만 집중적으로 읽으며 채털리 부인에 ‘빙의(?)’되곤 했었다. 그런데 그게 뭐.

혹 그 어떤 남학생이 이 화보를 ‘마스터베이션용’으로 쓴다면? 1 이 학생 엄청 순진하네. 2 너, 컴맹이지? 3 어머, 변태! 취향 꽤 특이하구나?!? 이런 걸로 가능하다니!?! (이 순진한 친구, 간강범 될 확률 거진 제로) 

개인적으론, 의도치 않은 방식이었으나, 이 화보가 어떤 식으로든 회자될 수 있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창간 이래 지금까지 만든 20권의 <데이즈드>의 기사를 다 합쳐 순위를 매길 때, 이 기사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데이즈드>의 매체파워와 기획력, 남다른 시선,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는 그런 기사니까.

물론 인터넷 신문 기자가 왜 이런 기사를 썼는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왜 그런 문서를 보냈는지는 다 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우리가 이슈화시키고 싶은 건 ‘선정성’이 아니다. 그러니 이런 화보를 부러 싣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음모’가 진정 문제라면, 그 정도는 앞으로 ‘걸러 내려고’ '지워버리려고' 신경 쓸 것이다.

다만 아쉬운 건, 결코 선정적이지 않은 걸 왜 그런 ‘선정적인’ 눈으로 판독하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기사를 쓴 당신이(우리가 아닌 당신이!) ‘경쟁’을 위해 그런 것 아닌가. 밥벌이 하는 당신의 고단함에 위로를. 아울러 줄곧 이 비슷한 수위로 20권의<데이즈드>를 만들어왔는데, 이제서야 이 '선정적인' 잡지를 발견하며 그간의 지루함을 날리버리느라 수고하신 간행물윤리위원회 직원 분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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