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뉴스코리아(Naked News Korea. 이하 NNK) 파동이 한국 사회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더니, 결국에는 화려하게(?) 시들어 버렸다. 캐나다를 본사로 한 세계적인 성인사이트 네이키드뉴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채 한달 여 만에 문을 닫은 것. 결국 앵커들이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그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NNK의 국내 서비스는 막을 내렸다.


사실, 연예 관계자는 물론, 성인업계 관계자들 역시 NNK가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부터 의혹의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봤다. 에로비디오 시장이 붕괴되고 인터넷 성인사이트는 '야동 다운로드'로 인해 크게 흔들리는 한국 현실에서, 과연 NNK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 때, 모바일 시장이 새로운 대안이 됐지만 이동 통신 시장 업계 1위 SKT가 성인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이 역시 있으나마나한 시장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에로, 아니 성인업계 관련 기사에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특히 타블로이드판 신문이나 스포츠신문처럼 가판대 판매가 중시되는 매체에선 성인업계 관련 기사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해당 언론의 입장에선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취재 분야라는 얘기. 


이런 이유로 성인업계에 대한 매스컴의 접근방식은 당연히 ‘화제’성에만 치우치게 된다.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서는 정확성을 목숨처럼 여기는 언론사들이, 유독 성인업계에선 정확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재미를 배가시키고 관심만 유발할 수 있다면 조금 허황된 기사도 별무리 없이 생산해내곤 하는 광경은 자주 목격했다.


가장 기막힌 경험은 몇 년 전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시킨 서울대학교에 재학중이라는 여자 에로배우의 존재였다. 한창 김태희가 서울대 재학 연예인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상황에서 등장한 이 여자 에로배우는 더 큰 관심을 유발했다. 몇몇 스포츠 신문에 그녀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학창 시절의 추억부터 에로배우가 된 계기가 차분히 서술돼 있는 기사였는데, 마치 그녀가 새로운 개념의 페미니스트인 양 묘사돼 있었다.


필자 역시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가 전속 계약된 한 에로비디오 제작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필자는 증거를 요구했다. 그가 실제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것. 이에 제작사 관계자는 거리낌 없이 그녀의 서울대학교 재학증명서를 보여줬다. 복사본이었지만 서울대학교 직인까지 찍힌 분명한 재학증명서였다. 한번 훑어보는 척하며 필자는 애써 학번을 외웠다. 재학증명서가 위조된 게 아닌 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가 끝난 뒤 곧장 서울대학교를 찾아 확인해 본 결과, 제작사가 내놓은 증거물이 조작된 재학증명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제시한 재학증명서에 기재된 학과가 서울대학교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 그렇게 서울대학교 재학 에로배우는 사문서를 위조한 사기극으로 마무리됐다. 몇 년 전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파문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바 있는데 어찌 보면 그 원조가 바로 이 서울대학교 재학 에로배우였다.


NNK의 한국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또 한 번 한국 언론은 광분했다. 런칭 기자회견에 입추의 여지없이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그만큼 다양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며칠 만에 방문자가 100만 명, 유료회원 가입자는 10만 명을 넘었다는 기사가 흘러나왔고 한 달 만에 26만명의 유료회원이 가입했다는 기사가 보도된지 얼마 안돼 NNK는 문을 닫았다. 실제 유료회원은 3만여 명인 것으로 밝혀졌으니, NNK 측이 발송한 보도 자료에 모든 언론사가 속아 넘어간 것이다. 특정 사이트에 엄청난 네티즌이 몰린다는 기사는 독자들에게 묘한 호기심을 유발하기 마련이므로 대다수의 언론사가 사실무근인 내용의 기사로 NNK를 광고해준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NNK 런칭쇼 현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집중시킨 앵커는 단연 ‘태희’였다. 그 까닭은 아홉 명의 앵커 가운데 유일하게 전직이 일반 회사원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앵커들의 경우, 전직이 연기자 또는 모델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자회견장에서 일반 회사원이 돌연 '알몸 앵커'로 변신한 까닭을 두고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된 것이다. 며칠 뒤 몇몇 언론에서 태희의 인터뷰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NNK의 출범과 동시에 태희가 단연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하는 분위기였다. 특이한 부분은 런칭쇼 당시 배포된 보도 자료에선 '태희'라는 예명을 쓰던 그녀가 돌연 이 아무개 씨라는 본명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는 부분이었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얼마 전까지 '태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에로배우였던 것. 물론 '알몸 앵커' 가운데 태희만 에로 배우 출신은 아니었다. 전직을 연기자라 밝힌 이들 가운데 몇몇이 에로배우 출신이었던 것. 그렇지만 언론은 일반 회사원 출신이라 소개된 '태희'에 주목했고,  이번에도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녀가 '알몸 앵커'로 변신하게 된 스토리가 몇몇 기사를 통해 소개됐다. 이번에도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언론의 NNK 관련 보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몇몇 언론사는 NNK 녹화 현장을 찾아가 르포 형식으로 현장 공개 기사까지 내보냈다. 또한 시사 프로그램에 앵커들과 NNK 간부가 출연하기도 했다. 뉴스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노출이라는 토핑으로 장식된 NNK가 매스컴 입장에선 좋은 기사거리였고 언론플레이를 통한 유료회원 증가를 노린 NNK 측은 아낌없이 취재 요청에 협조했다.


그리고 돌연 NNK는 문을 닫았다. 억울한 상황에 처한 앵커들 역시 언론에 호소하기로 했다. 그런데 각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발송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앵커들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들을 취재하며 명함을 건넨 기자들과 공중파 방송 3사에만 기자회견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NNK 띄우기에 일조한 언론사 기자들만 알몸 앵커들의 호소를 듣는 희한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말았다. 그 자리의 핵심 사안은 'NNK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앵커들의 주장이 또 다시 이들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더 이상 한국 언론에 성인 업계 전문 기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는 영역이라 기사는 항상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전문성의 결여와 '아니면 말고...'식의 어설픈 취재 의식이 성인업계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었다. 뉴스를 진행하며 옷을 하나 둘 벗는 네이키드뉴스의 한국 서비스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대로라면 그들이 벗겨놓고 간 한국 언론의 문제점은 언제고 다시 되살아날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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