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강에 서 있는 피터 대제 동상
한편으로 지금은 푸틴의 리더십에 힘입어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전(前) 프롤레타리아의 조국'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8시간 반 만에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선배 부부가 살고 있는 모스크바의 아파트. 깔끔하고 아늑하다.
300만 원을 웃도는 월세(요건 평균 수준이라고 한다.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요즘 모크스바의 집값은 살인적인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마치 70년대 고속 성장기의 한국을 연상케 하는, 이른바 졸부 현상이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를 내고 살고 있는 선배의 집은, 중산층 동네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깔끔하고 고풍스러운 유럽형 인테리어가 아늑함을 안겨주는 공간이었다. 어쨌든 여기에 짐을 풀고 나니 여행이 예상대로 한결 술술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왠걸! 밤 10시가 넘었는데 해가 지지 않는다! 선배 말로는 이건 약과란다. 아예 해가 지지 않는 때도 있다니, 보드카의 힘이 아니면 도저히 잠들지 못하는 밤같지 않은 밤의 연속이 고역이라고. 그의 증언에 화들짝 놀란 나는, 해가 떠 있는 괴상한 심야에 냉동실에 넣어도 얼지 않는, 도수 40도 짜리 보드카 몇 잔을 연거푸 들이 붓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모스크바의 여름도 따갑다. 그러나 습도가 낮아 한국처럼 후텁지근하지는 않다.
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 많이 쪼여 놓아야 겨울을 날 수 있어서 그런가? 이들의 햇볕 사랑은 유난하다.
지역마다 있는 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조경의 수준이 놀랍다.
나로선 짜증나게 더운, 그들로서는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씨에 거리 곳곳에서는 방금 결혼식을 마친 신랑신부들이 기념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별도의 예식장이 없는 러시아에선, 결혼 신고소에서 간단하게 식을 올린 뒤, 들러리들을 데리고 여기 저기 다니며 사진을 찍는단다. 그리곤 밤늦도록 에헤라 디여~. 웨딩 사진을 미리 찍는 우리의 풍속과 비교되면서, 간소하지만 제대로 노는 결혼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선남 선녀들의 모습이 눈부셨다.
크레믈 건너편 건물 옥상에 세워진 '쌤쑹'의 간판이 눈길을 모은다.
모스크바에서의 이틀째 밤, 해는 끈질기게 하늘 한 자락에 붙어 있다. 우리는 또다시 냉동실에서 잔뜩 '히야시'된 보드카를 꺼낸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