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조차 확인하지 않는 연예 언론에 대한 아쉬움

민섭's 3M+α 2009. 3. 30. 17:1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최근 한 인터넷 매체로부터 ‘외제차 몰았다는 고 장자연, 알고 봤더니...’라는 제목의 포스트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이 글의 주요 내용은 <일요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과도 일치하므로 <3M흥업> 포스트뿐만 아니라 <일요신문>에 실린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한 매체가 보도한 것처럼 아버지가 고모가 운영하는 기업체에 간부를 지냈을 뿐이라며 풍족한 생활을 했으리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문제가 된 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 내용 가운데 일부다. 여기서 지적받은 매체가 <3M흥업>과 <일요신문>이다. 
이 매체의 보도 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우선 이 매체의 기사를 더 살펴보자.

'정읍시 관계자는 “○○○○은 개인 공장으로 운영되던 중소규모의 업체였지만 장사가 잘 됐다”라며 “정읍에서 유명한 업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자연의 부모가 사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2002년 간암으로 사망한 장자연의 아버지는 사망 이전까지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 업체를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는 이 업체는 정읍에서는 꽤 알려진 업체였다.’

‘이처럼 장자연은 어린 시절 이 지역에서 소위 잘 나가는 업체의 딸이었지만, 아버지의 사망과 함께 이 업체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005년 어머니마저 중풍으로 사망하면서 ○○○○은 이듬해 문을 닫았다.’

‘유산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자연은 부모의 유산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인의 고향인 정읍시 관계자를 취재해 보도한 기사 내용으로 해당 업체까지 명시했다. 그렇다면 내가 작성한 포스트와 신문기사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일까.


착오의 시작은 내가 해당 업체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었다. 해당 기사를 인용하면서도 ○표시를 했다. 그 이유는 취재원 또는 유가족 보호를 위해서였다. 고인의 죽음을 기사화하면서 유가족이 운영하는 업체 이름까지 공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다.

고인이 자살한 직후, 그리고 문건이 공개된 직후 상황에서 기자들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장자연이라는 신인 연예인에 대한 정보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서 고인의 부모가 10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허위 정보가 나돌았고 이것을 대부분의 매체에서 받아들이면서 팩트가 왜곡됐던 것이다. 그 즈음 집안이 부유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엄청난 합의금을 받았다는 얘기가 떠돌았고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획득한 특허로 인해 엄청난 특허권료를 받고 있어 부유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지난 13일 밤 KBS에서 장자연 문건을 공개한 직후 필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일요신문>의 마감은 금요일이고 신문은 월요일에 나온다. 마감 시점에 문건이 공개되면서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보강 취재를 해 새로운 기사를 작성해야 했던 것. 이틀 동안 필자는 문건보다도 먼저 장자연이 누군지에 집중했다. 그 결과 부모가 교통사고가 아닌 간암과 중풍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그리고 고인의 부친은 고모가 운영하던 회사의 고위직이었다는 사실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주에 필자는 한 주의 여유를 갖고 취재에 돌입했다. 해당 업체를 찾아가 고모를 인터뷰했고 정읍시를 찾아, 고인 부모의 지인들도 만났다. 그렇게 작성된 게 바로 이번에 지적받은 기사이자 포스트였다.


우선 이 인터넷 매체의 기사 내용 가운데 팩트인 부분은 고인의 부친이 ○○ 업체에 몸담았으며 이 업체가 정읍시에서 유명했으며 잘 나가는 업체였다는 부분뿐이다. 또한 정읍시에서 문을 닫았다는 부분도 '팩트'이긴 하다. 그런데, 이는 1차원적인 취재에 불과하다.

고인의 부친이 자신의 여동생(고인의 고모)과 그의 남편이 운영하던 이 회사의 고위직에서 근무를 한 것은 사실이나 그가 직접 운영하던 회사는 아니었다. 다만 여동생의 남편이 중국 진출을 위해 자주 해외 출장을 떠나 그가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업체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 역시 사실과 다르다. 물론 정읍시민들 입장에서는 문을 닫은 것 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고인의 부친 사망과 함께 이 업체가 흔들리기 시작해 문을 닫은 게 아니라, 그저 본사를 정읍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전했을 뿐, 폐업을 한 건 아니다. 성공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뒤 교역에 더 유리한 지역으로 본사를 옮겨, 현재도 이 업체는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 매체가 다른 매체와 달리 정읍시민들을 직접 취재하며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높이 사지만, 주변인 취재만으로 사실을 '짐작'하는 바람에, '팩트의 오류'를 불러왔다. 문제가 된 부모의 직업 이외의 사안, 현재 거주 중인 집이 전세인 점과 고인이 타고 다니던 차량이 리스인 점 등은 모두 필자의 포스트 또는 기사 내용과 일치한다. 따로 확인한 것인지 아니면 필자가 확인한 내용을 인용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기사를 쓰며 늘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팩트를 확인하는 것과 진실을 파악하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하지만 요즘 연예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진실은 커녕 팩트에도 다가가지 못하는 기사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또 하나의 논란을 야기한 '이재진의 휴가 미복귀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매체가 이재진과 같은 젝스키스 출신으로 역시 병역비리조사에서 부실 복무 혐의로 재입대 처분을 받은 강성훈이 현재 군복무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필자가  그는 현재 개인적인 사유로 군 입대를 연기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서 기사화하자,  다른 인터넷 매체가 이를 받아 쓴 일도 있었다.  '팩트' 대신 '짐작' 만으로 기사를 양산해 내는 연예 저널리즘의 폐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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