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는 이명복 작가의 작품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저 얼굴을 '로컬라이징' 하고 싶네요.

사실 어제의 내 관심은, 다음달 책을 어떻게 만들것인가가 1번, 딸아이 아립과 어떻게 놀아줄까가 2번, <꽃보다 남자> 본방 사수해야지 3번, 오바마가 취임식에서 뭐라 했을까 오바마 레이디는 무슨 옷을 입었을까가 4번 정도로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절친’의 분노 멘트- “하마스가 일반 국민들을 방패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같이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그것과, 총을 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방어 차원에서 총을 쏘았을 뿐이라고 항변하던 무식한 LA 백인경찰들과 다를 바 없다”- 를 전해들은 후, 그제서야 어제의 참사와 관련된 자초지종을 추적해 들어갔다.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번 용산참사에 대해선 정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2월호 <데이즈드>를 완성하면서, 표지에 떡하니 ‘대한민국, 단두대만 없는 공포정치의 재림’이라는 문구를 얹은 바 있다. 너무 겁 없이 ‘쎄게’ 나갔나 싶어 살짝 주춤거리는 마음이 있었는데, 새삼 ‘더 심했어도 됐다’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나의 ‘절친’은 “이 나라에 대한 깊은 실망감에 아주 진지하게 이민을 고려하게 됐다”며 한탄했다.

그녀 말에 100% 동의한다. ‘겨울철 강제 철거 금지’라는 법 조항마저 무시하는 정부가 무슨 법치주의를 내세우는가. 30명 남짓한 사람들을 진압하기 위해 시위 25시간 만에 1천4백 명의 경찰과 테러리스트를 진압하는 특수경찰대가 동원됐다고 한다. 1~2천이 없어 방도 못 구하는 사람들인데, 먹고 살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무력한 이들을 왜 꼭 이런 식으로 진압해야만 했을까. 철거민도 진압경찰도 모두 억울한 죽음이다.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 또한 듣자하니 어이상실 개념상실이다. 최종 승인한 김석기 차기 경찰청장, 취임을 앞두고 ‘큰 건’ 하나 올려 윗분께 기쁨을 드리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왜 꼭, 최대 명절을 앞 둔 이 대목이었어야 했느냐는 말이다. 요즘 농담처럼 ‘요즘 강호에 의리는 사라졌더냐’ 탄식하고 다녔는데, 잡지판이나 정치판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점점 삭막해져가니, 누굴 믿고 누굴 의지하고 그 누구에게 어떻게 마음을 줄 것인가. 왜 우리의 지도자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이렇게 차갑고 냉정하게 만들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이후, 다시금 분통이 터지게 만드는 대목은 네이버 메인창에 뜨는 <전국철거민연합회 용산참사 개입… ‘또 말썽> 같은 문구와 기사 내용 때문이다(왜 많고 많은 관련 기사 중에 이런 제목과 기사를 메인 창에 올리느냐 이 말이다).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자초지종을 다 찾아 확인한 이들이 아닌 이상, 이런 문구와 기사를 본다면 이 참사의 원인 제공자는 분명 ‘철거민’ 쪽이라고 생각해버릴 것이다. 가진 자들은 생각하겠지. ‘없는 것들이 또 지랄을 해서 사단이 낫군’ 식으로. ‘철거민연합회’라는 단체가 있었는지도 몰랐던 1인이지만, 이들의 움직임에 ‘말썽’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 담당기자든 편집기자든 어쨌든 그 사고체계가 심히 의심스럽다. 이들이 그 ‘움직임’으로 얻고자 했던 건 대단한 ‘무엇’이 아니다. 황금배지로 누릴 수 있는 권력도 아니고, 투기 따위로 늘릴 수 있는 부도 아니고, 누군가의 존경이 뒤따르는 명예도 아니었다. 그저, 당장 오늘 밤 머리를 대고 편안히 누울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을 뿐이다. 이들의 방어나 움직임이 다소 폭력적이었다 하더라도, 궁지에 몰린 쥐가 어떻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가를 떠올리면,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려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서, 그저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그런데 어떡하지. 난 이민은 싫은데... 제발 좀 ‘정치적인 사안’ 따위 신경 끄고, 그냥 오늘 볼 드라마, 내일 입을 옷, 다음달에 만들 책 이런 것만 신경 쓰면서 살게 해주시면 안될깝쇼? 지도자 양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snowall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정치 문제에 신경쓰지 않는 국민으로 만들어버릴 정부니까 걱정 안하셔도 될 듯 싶네요 -_-;;
    언론장악이 완료되고 나면, 아마 이명박 정부의 정치는 갑자기 좋아질 겁니다...

    2009.01.21 16:52 신고
  2. cuspymd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연 역사는 진보하는 걸까요?
    댓글 달기도 조심스러워지는 요즘입니다.

    2009.01.21 17:52
  3. 알 수 없는 사용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끔찍한 생채기를 내고도 스스로 부끄럽거나 가리려는 모습없이 떳떳하다는 것이, 또 그래도 별탈이 없어 보이는 것이 무섭습니다.

    2009.01.21 20:07
  4. 슬픈밤  수정/삭제  댓글쓰기

    숨어서 이런말하는 저도 부끄럽지만 솔직히 저도 이민가고 싶습니다 ㅜ.ㅜ

    2009.01.21 23:26
  5. BlogIcon 물결's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들이 좋아하는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그들이 이민가주시는게 더 효율적일텐데 말이죠...
    대한민국에서는 '사람'으로 살기도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어서...
    정말 이런 댓글을 달고 있는 것,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 모두가 무섭고 두렵습니다.

    저 괴물을 없앨 수 있는 방법 정말 없는걸까요?

    2009.01.22 00:14 신고
  6. vv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민이 만든 괴물..국민의 손으로 내려야겠죠..요즘은 정말 어디 글 적는게 너무 무섭습니다..얼마전부터 전 제가 대한민국에 사는건지 북한에 사는건지 헷갈리고 있다는...

    2009.01.22 02:36
  7. 시민  수정/삭제  댓글쓰기

    좌빨 니들이 더 공포스럽다.

    2009.01.22 09:32
  8. 노랭머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두렵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의도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주인은 우리이고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것은 국민을 섬기는 정부입니다. 그러나 요즘 정부는 '제도에 불과한' 자신들 (인격으로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을 국민들에게 '심기기를' 강요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이것은 한시적일 수 밖에 없는 제도의 주체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지요. 속고 기만 당하면 안됩니다. 이런 속임수에 휩쓸리지 않도록 강하고 큰 바위처럼 제 자리를 지키고 서있어야 합니다.

    2009.01.22 10:26
  9. BlogIcon 쿨러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참혹산 사건과 관련해 여친과 아침부터 좀 다투었답니다....
    언론플레이에 속아버렸다고할까요~~
    화염병을 던져 자기들이 죽으려했던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아무 잘못 없다.
    평화적으로 말로 하면 되는걸 위험하게 농성하고 시위하는 것이 잘못이다라고 인식하려하는
    제 주변 사람들이 걱정됩니다......ㅠㅠ
    저는 답답해 미칠것 같습니다....ㅠㅠ

    이일로 희생되신 모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9.01.22 13:28
  10. BlogIcon ink cartridges  수정/삭제  댓글쓰기

    섬기는 정부입니다. 그러나 요즘 정부는 '제도에 불과한' 자신들 (인격으로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을 국민들에게 '심기기를' 강요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이것은 한시적일 수 밖에 없는 제도의 주체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지요. 속고 기만 당하면 안됩니다. 이런 속임수에 휩쓸리지 않도록 강하고 큰 바위처럼 제 자리를 지키고 서있어야 합니다.

    2012.02.28 05:20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2/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