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단두대만 없는 공포정치의 재림

애경's 3M+1W 2009. 1. 21. 16:19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이미지는 이명복 작가의 작품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저 얼굴을 '로컬라이징' 하고 싶네요.

사실 어제의 내 관심은, 다음달 책을 어떻게 만들것인가가 1번, 딸아이 아립과 어떻게 놀아줄까가 2번, <꽃보다 남자> 본방 사수해야지 3번, 오바마가 취임식에서 뭐라 했을까 오바마 레이디는 무슨 옷을 입었을까가 4번 정도로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절친’의 분노 멘트- “하마스가 일반 국민들을 방패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같이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그것과, 총을 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방어 차원에서 총을 쏘았을 뿐이라고 항변하던 무식한 LA 백인경찰들과 다를 바 없다”- 를 전해들은 후, 그제서야 어제의 참사와 관련된 자초지종을 추적해 들어갔다.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번 용산참사에 대해선 정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2월호 <데이즈드>를 완성하면서, 표지에 떡하니 ‘대한민국, 단두대만 없는 공포정치의 재림’이라는 문구를 얹은 바 있다. 너무 겁 없이 ‘쎄게’ 나갔나 싶어 살짝 주춤거리는 마음이 있었는데, 새삼 ‘더 심했어도 됐다’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나의 ‘절친’은 “이 나라에 대한 깊은 실망감에 아주 진지하게 이민을 고려하게 됐다”며 한탄했다.

그녀 말에 100% 동의한다. ‘겨울철 강제 철거 금지’라는 법 조항마저 무시하는 정부가 무슨 법치주의를 내세우는가. 30명 남짓한 사람들을 진압하기 위해 시위 25시간 만에 1천4백 명의 경찰과 테러리스트를 진압하는 특수경찰대가 동원됐다고 한다. 1~2천이 없어 방도 못 구하는 사람들인데, 먹고 살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무력한 이들을 왜 꼭 이런 식으로 진압해야만 했을까. 철거민도 진압경찰도 모두 억울한 죽음이다.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 또한 듣자하니 어이상실 개념상실이다. 최종 승인한 김석기 차기 경찰청장, 취임을 앞두고 ‘큰 건’ 하나 올려 윗분께 기쁨을 드리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왜 꼭, 최대 명절을 앞 둔 이 대목이었어야 했느냐는 말이다. 요즘 농담처럼 ‘요즘 강호에 의리는 사라졌더냐’ 탄식하고 다녔는데, 잡지판이나 정치판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점점 삭막해져가니, 누굴 믿고 누굴 의지하고 그 누구에게 어떻게 마음을 줄 것인가. 왜 우리의 지도자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을 이렇게 차갑고 냉정하게 만들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이후, 다시금 분통이 터지게 만드는 대목은 네이버 메인창에 뜨는 <전국철거민연합회 용산참사 개입… ‘또 말썽> 같은 문구와 기사 내용 때문이다(왜 많고 많은 관련 기사 중에 이런 제목과 기사를 메인 창에 올리느냐 이 말이다).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자초지종을 다 찾아 확인한 이들이 아닌 이상, 이런 문구와 기사를 본다면 이 참사의 원인 제공자는 분명 ‘철거민’ 쪽이라고 생각해버릴 것이다. 가진 자들은 생각하겠지. ‘없는 것들이 또 지랄을 해서 사단이 낫군’ 식으로. ‘철거민연합회’라는 단체가 있었는지도 몰랐던 1인이지만, 이들의 움직임에 ‘말썽’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 담당기자든 편집기자든 어쨌든 그 사고체계가 심히 의심스럽다. 이들이 그 ‘움직임’으로 얻고자 했던 건 대단한 ‘무엇’이 아니다. 황금배지로 누릴 수 있는 권력도 아니고, 투기 따위로 늘릴 수 있는 부도 아니고, 누군가의 존경이 뒤따르는 명예도 아니었다. 그저, 당장 오늘 밤 머리를 대고 편안히 누울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을 뿐이다. 이들의 방어나 움직임이 다소 폭력적이었다 하더라도, 궁지에 몰린 쥐가 어떻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가를 떠올리면,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려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서, 그저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그런데 어떡하지. 난 이민은 싫은데... 제발 좀 ‘정치적인 사안’ 따위 신경 끄고, 그냥 오늘 볼 드라마, 내일 입을 옷, 다음달에 만들 책 이런 것만 신경 쓰면서 살게 해주시면 안될깝쇼? 지도자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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