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박스오피스 글을 쓴다. 한 3주 쉰 것 같은데, 혹시라도 본 박스오피스 글을 기다리신 분들이라면 필자의 게으름을 용서하시라. 극장가 관객 가뭄이 하도 극심해서 흥행 기록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오고 그래서 딱히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할 어휘도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면, 변명이 되려나?
아무튼 지난 주에도 관객들이 한 주 전보다 10% 이상 빠졌다. <미인도>가 개봉할 당시 살짝 관객수가 늘긴 했지만 대체로 9월 이후 정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비수기인 탓도 크지만 전반적으로 최근의 주말 관객 규모는 거의 7-8년 전과 엇비슷하다. 그때보다 멀티플렉스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관객 감소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그런 건지, 경기 탓을 타는 건지 면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겠지만, 궤멸 수준에 다다른 부가 시장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비빌 언덕이었던 극장 부문의 침체는 영화 산업 전체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이런 분위기는 요즘 다음 블로거 뉴스의 '문화-연예 섹션 베스트'만 봐도 감지가 된다. 거의 다 TV 관련한 포스트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영화 쪽에선 이렇다할 이슈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IMF 시절이었지만 <타이타닉>과 <쉬리> 등의 대박 영화를 견인차 삼아 오히려 극장은 활황이었던 10년 전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으나, 지금은 구조적인 문제점이 누적돼 일거에 반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론이 길었다. 지난 주 박스오피스 1위는 강풀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순정만화>(감독 류장하, 주연 유지태,이연희,채정안,강인)가 차지했다. 첫 주말 전국 누계 38만 명이면 1위작 치고는 머쓱한 수준이다. 말했듯, 시장 자체가 잔뜩 움추리고 있는 사정도 있을테고, 멜로의 계절에 걸맞게 장르적 비교우위를 누린 덕도 있을 것이다. 유명 원작을 가진 작품들이 대개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미인도>는 한 계단 내려섰다. 벌써 2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전윤수 감독은 지난해 <식객>에 이어 2연타석 안타를 친 셈이다. 장황한 스토리라인 때문인지 평가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김민선의 살신성인 노출 연기가 호기심 관객들을 낚아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순위 작품명 배급사 서울 주말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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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순정만화 CJ 101,000 386,000
2위 미인도 CJ 91,000 1,861,000
3위 눈먼자들의 도시 싸이더스FNH 54,620 507,190
4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소니 46,640 2,087,700
5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쇼박스 37,030 1,108,430
6위 맥스 폐인 폭스 13,140 243,550
7위 커넥트 SK 8,460 169,260
8위 아내가 결혼했다 CJ 6,000 1,807,000
9위 맘마미아 UPI 3,000 4,550,000
10위 뱅크잡 싸이더스FNH 1,100 567,50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