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컴백을 준비하는 고현정

민섭's 3M+α 2008. 11. 22. 11:5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내가 <일요신문>에 입사해 처음으로 특종 보도 한 기사는 고현정의 연예계 컴백 소식이었다. 이혼 뒤 1년 동안의 행보를 소개하며 그가 새로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사실 ‘연예계 컴백’ 정도를 특종이라 말하긴 좀 그렇지만 고현정이라는 톱스타의 이름값과 이혼 뒤 묘연한 행보가 이를 가능케 해줬다.


사실 고현정의 이혼 사실이 알려진 뒤 나는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다. 10년여의 결혼 기간 동안 고현정의 모습을 포착해 기사화한 언론은 <일요신문>이 거의 유일했다. 사진부의 엄청난 노력으로 다양한 고현정의 결혼 생활 모습이 포착된 것. 이 과정에서 형성된 ‘고현정 전문 매체’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이혼 뒤 모습을 가장 먼저 보도하는 것 역시 <일요신문>의 몫이어야 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혼 뒤 첫 모습은 <우먼센스>에서 특종 보도했다. 하필이면 계열사에서 이를 특종 보도해 더욱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어렵게 그의 컴백 기사를 쓰게 된 것이다. 다시 한 달 뒤 고현정은 드라마 <봄날> 제작발표회를 통해 정식으로 컴백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고현정에게 “여기 있는 기자들이 모두 지난 1년 동안 고현정 씨를 찾아다니느라 고생이 많았다. 앞으로는 기자들과 자주 접촉할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고현정은 “고생은 <일요신문>이 가장 많았죠”라며 “기자들은 물론이고 팬들과도 자주 만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작품 활동을 게을리 하진 않았지만 언론이나 팬과의 접촉이 매우 드물었던 것. 대표적인 신비주의 연예인으로 분류될 정도였다.


이런 신비주의는 많은 루머를 양산했다. 이혼 과정에서 턱없이 적은(상대가 재벌임을 감안할 때) 위자료를 받은 사실을 두고 ‘2면 합의설’부터 ‘결정적인 약점이 잡혔다는 루머’까지 다양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고통을 두고도 말들이 많았는데 이는 심지어 음독 자살설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현정은 오랜 기간 신비주의의 장막 안에서 숨어 지내왔다.


고현정은 최근 워크원더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우린 전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와의 특수한 관계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4년 고현정의 컴백 기사를 작성할 때 내가 주목한 사안은 고현정과 이선희의 친분이었다. 심지어 고현정은 이혼 뒤 이선희의 아파트 바로 옆 동에 거처를 정하고 남들 눈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서로의 집을 오갈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이 과정에서 고현정은 이선희의 집에서 데뷔 준비를 하던 이승기와도 친분을 쌓았다. 당시 이선희의 소속사가 바로 후크. 결국 후크는 고현정을 이혼 직후부터 관리해 준 셈이다. 따라서 이혼 뒤 1년여의 잠행 기간 동안 그의 곁을 지켜준 이들이 바로 이선희와 후크 직원들이었다.


몇 년 뒤 이선희가 결혼하면서 후크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도 정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고현정 역시 후크를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팽배했다. 그러나 후크의 권진영 대표는 “고현정과 나는 동갑내기 친구로 이선희 씨와 친해서 같이 지낸 게 아니라 나와의 친분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라며 “이선희 씨가 회사를 떠났어도 고현정과는 평생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결국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전속계약 기간이 끝나자 고현정 역시 후크를 떠났다.


고현정에게 후크와의 결별은 이혼 후유증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다. 이혼 직후부터 일을 봐줬던 후크와 결별하면서 더 이상 ‘대기업 며느리였다 이혼한 연예인 고현정’이 아닌 ‘순수한 의미의 톱스타 고현정’이 되겠다는 야심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후크와 결별하자마자 고현정은 신비주의의 장막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를 보였고 그 첫 발걸음은 연이은 라디오 출연이었다.


소문도 내용이 달라졌다. 과거 소문이 대부분 이혼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후크와 결별한 이후에는 새롭게 계약할 연예기획사가 어딜지, 또 어떤 작품에 출연할지 등이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때마침 새 작품으로 알려진 드라마 <대물>의 제작도 무산됐다. 게다가 이선희 역시 귀국해 가수 활동을 시작하면서 항간에는 고현정과 이선희가 새로운 연예기획사를 만들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차기작으로 <선덕여왕>이 꾸준히 거론됐으나 문제는 출연료였다. 회당 출연료가 3,000만 원 이상인 그가 50부작 드라마 <선덕여왕>에 출연할 경우 고현정 한 명의 출연료만 최소 15억 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송가에선 고현정의 <선덕여왕> 출연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출연료 부분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새로운 연예기획사가 있어야 이런 부분에서 매끄러운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고현정의 새로운 소속사가 어디가 될지 여부는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워낙 톱스타인 까닭에 수입 분배에서 회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다 회사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연예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는 최고의 카드겠지만 수익 부분에선 오히려 손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 말 그래도 고현정은 지난 몇 달 동안 연예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이 ‘뜨거운 감자’를 가져간 주인공이 최근 공룡 연예기획사로 거듭나고 있는 워크원더스다. 워크원더스는 주가조작, 연예계 비리 수사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팬텀엔터테인먼트(이하 팬텀)의 자회사였으나 최근 팬텀과 결별했다. 아직 주식 관계가 얽혀있긴 하지만 사실상 별개의 회사가 된 것. 기존 팬텀 관계자들이 대부분 워크원더스로 자리를 옮겼고 강호동을 비롯한 기존 팬텀 소속 연예인들도 상당수 워크원더스로 소속을 옮겼다. 지난날의 공룡 팬텀이 이제 워크원더스로 거듭나고 있는 것. 그리고 이 변신의 중심에 고현정이 서 있다.
 

물론 고현정이 수익 부분에선 회사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크지만 주가 관리에는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고현정 영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워크원더스는 주가가 소폭이나마 상승했고 주식거래량도 크게 늘어났다. 요즘처럼 주식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워크원더스는 고현정 영입 효과로 최소한의 반등 기회는 잡은 셈이다.
 

다른 회사도 아닌 워크원더스와 계약을 체결한 만큼 고현정의 활동 반경은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윤종신 신정환 김용만 이혁재 노홍철 송은이 강수정 등 인기 MC를 대거 거느리고 있는 회사인 만큼 고현정이 예능계로 활동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벌써부터 고현정이 토크쇼를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한 <선덕여왕> 출연이 확정되면 50부작 드라마인만큼 시청자와의 접촉 기회도 많아지게 된다. <선덕여왕> 출연, 토크쇼 진행 등 워크원더스가 고현정에게 다양한 연예계 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비로소 고현정의 진정한 연예계 컴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외부 노출을 최대한 피하며 신비주의 장막 안에 있던 그가 바깥으로 나오는 일이 그리 쉽진 않을 것이다. 부정적인 루머를 잠재우는 게 연예계 활동량 증가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본인이 먼저 달라지려 노력하고 사람들과의 접촉면도 늘려야 한다. 또 만약 예능계에서 활동하게 된다면 지금껏 함구해온 결혼과 이혼, 그리고 아이들 등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대해 입을 열어야 한다. 토크쇼를 진행하며 게스트의 사연을 들어줘야 하는 MC가 자신의 얘기만 꽁꽁 숨겨놓을 순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고현정의 컴백작인 드라마 <봄날>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10여년의 공백을 딛고 돌아온 첫 작품인데 그의 연기력에선 그런 공백이 전혀 엿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부 실어증에 걸린 그가 비로소 말문을 여는 장면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에 어떻게 저런 끼를 감추고 살았을까 싶었다. 이제 곧 고현정은 새로운 소속사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러 의미에서, 그녀의 차기작이 명실상부한 톱스타로 다시 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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