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의 팬덤 귀하

별별 이야기 2008. 10. 26. 13:27 Posted by cinemAgora

가수 신승훈의 팬을 자처하시는 분들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처음보다는 많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일요일임에도 들르셔서 계속 관련 댓글을 달아주시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해서 미리 제 입장을 밝혀 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글을 씁니다.

목요일 올라간 쾌변 내용 중에 여러분의 심사를 거스를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던 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여러분과 같지 않은 탓이겠지요. 제 생각이 다른 점을 사과하라는건지, 그 다른 생각을 떠든 것을 사과해야 하는 건지 무척 헷갈립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일부 팬들이 요구하시는 바와 같이 누군가에게 사과를 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발전은 다양성을 양분으로 삼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점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제 스스로 영향력 있는 문화 평론가로 자처한 적도 없지만, 또 여러분이 절 그렇게 봐주시고 책임감을 물으시는 것도 저로선 매우 감읍할 노릇입니다만, 저 역시 한 사람의 음악 소비자로서 그에 대한 제 견해를 밝혔을 뿐입니다. 영화를 논하는 사람이 음악을 말할 수 없다는 규칙은 어디에 명시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상을 '알아서' 떠드는 게 아니라 실체가 '있으니' 떠드는 겁니다. 그건 자연인으로서 모든 사람이 갖는 균등한 권리입니다.

사실 관계의 왜곡이 있었다는 비판에 대해선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전체적으로 신승훈의 가수로서의 퍼포먼스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냐의 시각 차이의 소산이라고요. 팬들이라면 그의 일본에서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시겠지만 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의 음악 세계가 변모를 겪어 왔다고 보시지만 제가 듣기엔 그저 그렇습니다. 그를 자타칭 국민가수라 부른 것은 대중 문화 상품이자 아이콘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는 그 아이콘의 암묵적 동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절 저조차 익숙하지 않은 문화 평론가로 범주화하니 제가 마치 문화평론가를 자처한 듯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결론적으로, 전 그가 상당한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건 인정하지만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여러분만큼 높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법리적으로 어떤 부분이 명예훼손과 모욕에 해당하는지 검토하시어 절 고소하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이 곳과 제가 일하고 있는 방송국 게시판에 달린 댓글 가운데 상식적 수준을 넘어선 부분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법리적 논쟁으로 확대된다면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과연 어느 선까지 문화적 비평이 허용될 수 있는지, 또한 팬덤의 표현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가 남을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먼저 실천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전, 특정 대중 스타에 대한 추종이 다른 의견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추종의 대상인 가수 본인도 달가워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팬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노래로 말미암아 더 유연해지지 못하고 다른 의견을 향해 무자비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현상을 좋아할 가수가 어딨겠습니까. 작금 대중 가요계의 침체 국면도 이처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스타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위 문화에서 비롯된 파시즘적인 배타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다음주 올라올 쾌변에서 더욱 자세히 논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p.s 방명록의 댓글을 삭제한 조치에 대해 분개하시는 분들에겐 블로그 관리자로서 방명록의 취지와 맞지 않은 글을 삭제한 것이라는 설명을 드립니다. 지금 방명록에 올라와 있는 신승훈 관련 댓글도 조만간 일괄적으로 삭제 처리하겠습니다. 3M흥업은 방문자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합니다. 여러 이유로 포스팅 아래 댓글 공간에 올려주신 여러분의 댓글은 단 하나도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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