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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개봉한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 <미쓰 홍당무>가 꽤 선전했다. 10억 원 정도의 비교적 저예산으로 찍어 놓고 첫 주말 25만 9천여 명을 동원했으면 거의 단박에 손익분기점에 접근한 셈이니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으로선 므흣한 미소 머금을 일이다. 바람직 해 보인다. 입아픈 얘기지만, <영화는 영화다>나 이 작품처럼 적은 돈 들여 만들어 놓고 수십만 정도만 모아도 흥행했다고 평가되는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와줘야 한다. 그래야 한국영화 저변이 튼튼해 진다.

어쨌든 <미쓰 홍당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극과 극인 것처럼 보인다. 조금이라도 낯선 영화 언어를 구사하는 작품들이 종종 얻게 되는 극단적인 열광과 극단적인 냉소를 쌍권총으로 맞고 있다.  모처럼 재연되는 <지구를 지켜라>적 현상이랄까.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엔 일단 첫 주말 25만 명이나 되는 관객을 '낚았다'는 게 주목된다. 이나영과 오다기리 죠를 캐스팅해놓고도 지금까지 7만 명에 그치고 있는 <비몽>에 비하면 샴페인을 수백 병 터뜨려도 모자랄 일이다. 설령 영화를 본 적지 않은 관객들이 탄식을 흩뿌리며 극장문을 나서는 일이 있었다 할지라도 비주류적 감성 충만한 이 영화가 '보고 싶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내 보기엔 순전히 공효진의 덕이다. 안면 홍조 가득한 채 뭐 씹은 표정으로 "내가 뭘~!" 하며 내지르는 그 범상치 않은 표정에 많은 관객들이 뻑 간 게 분명해 보이니까. 말하자면 예고편으로 암시되는 그녀의 모습은 새로웠고, 신선했다.

물론 관객에 따라선 막상 영화를 보니 얘기가 달랐을 수도 있다. 사실, 낯선 것을 쉽게 나쁜 것으로 등식화하는 한국의 문화 지형 안에서 총체적 비호감의 화신 양미숙이 대중 관객의 폭 넓은 감정이입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애시당초 크지 않았을 일이다. 예의 이 진상적 인물이 펼치는 영화적 해프닝과 '차지 칼카'로부터 일말의 오락성을 발견해내는 데 실패한 관객들이 저주의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풍경이 '다 이유가 있어서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고' 그 때문에 왕따 당하는 양미숙의 처지와 슬쩍 오버랩된다. 그러니 이 얼마나 의미 있는 흥행이란 말인가.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2008.10.17~19)

순위       작품명                 배급사          서울주말         전국누계
===========================================================================
1위        이글 아이               CJ               141,000       1,306,000
2위        미쓰 홍당무             밴티지홀딩스      71,740         259,250
3위        맘마미아                UPI               40,000       4,105,000
4위        공작부인                N.E.W.            37,540         117,830
5위        하우 투 루즈 프렌드     롯데              22,200          64,620
6위        데스 레이스             UPI               18,000          76,000
7위        고고  70                쇼박스            12,330         592,300
8위        모던 보이               CJ                11,000         763,000
9위        사과                    청어람             9,550          32,960
10위       구구는 고양이다         CJ                 6,200          10,50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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