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슈퍼 히어로 인기 순위를 매겨 본다면, 아마도 스파이더맨이 압도적인 1등, 그 뒤로 슈퍼맨, 그리고 최근 인기 급상승중인 아이언맨과 배트맨 등이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것 같다. 그렇다면 헬보이는? 저 밑에 한참 떨어져 있는 지진아에 속하지 않을까?
마이크 미뇰라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판의 미로>의 길예르모 델토로가 연출한 <헬보이2: 골든 아미>는 4년전에 국내 개봉해 흥행 참패했던 1편에 이어 마니아들의 열광과 대중의 냉소를 동시에 얻으며 첫 주말 전국 21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미국에서는 비록 폭발적인 수준은 못됐어도 1편과 2편 모두 개봉 첫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 시리즈가 유독 한국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상은 차라리 흥미롭기까지 하다. 미국에서 히트한 왠만한 슈퍼 히어로물은 한국에서도 잘 나가는 경향성이 컸기 때문이다(하긴 <다크나이트>의 전편인 <배트맨 비긴즈>도 한국에선 큰 재미를 못봤다).
원작 만화와 캐릭터가 낯설기도 하거니와 아마도 헬보이의 전혀 히어로스럽지 않은 외모가 크게 작용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안티 히어로라도 쿵푸 팬더처럼 귀엽거나 헐크처럼 변신 전의 모습이 댄디하기라도 하면 어지간히 봐줄텐데 머리에는 잘린 뿔 자국에 꼬리까지 달리고, 온몸이 불구죽죽한 흉측한 괴물의 모습으로 씨가 꼬나물며 똥폼 잡는 모습이 영 적응 안되는 관객들이 적지 않은 탓이라는 게 본 박스오피스의 믿거나 말거나 분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헬보이 2>는 전형적인 미적 기준을 도발하며 새로운 차원의 심미안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유럽적 판타지와 길예르모 델토로가 빚어낸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그로테스크 슈퍼 히어로물, 그 기괴함의 미학에 빠져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영화 속 배은망덕한 인간들에 이어 한국 관객들에게까지 '못생겨서' 홀대 받는 헬보이가 영 안쓰러워 하는 소리다.
순위 작품명 배급사 서울주말 전국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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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맘마미아 UPI 101,000 3,177,000
2위 멋진 하루 롯데 69,290 207,500
3위 트럭 싸이더스 55,800 251,050
4위 헬보이 2 UPI 51,000 218,000
4위 신기전 CJ 51,000 3,354,000
6위 영화는 영화다 스튜디오2.0 44,450 1,154,200
7위 미러 폭스 7,830 203,340
8위 울학교 ET SK 6,660 665,320
9위 황시 CJ 5,000 126,000
10위 다크나이트 워너 3,250 3,685,200
*순위는 서울 관객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