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배우 그 이상의 아티스트

애경's 3M+1W 2008. 9. 11. 09:4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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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PAINTED BY KIM HAE SOO


위 작품은 배우 김혜수가 작업한 것이다. 언젠가 인터넷 뉴스를 통해 <김혜수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의 작업물과 관련한 뉴스가 클릭수 매우 높게 등장했던 것을 기억한다. 워낙 바쁠테니 어디 꾸준하겠어, 싶었는데 꾸준했다. 단지 페인팅이 아닌, 꼴라쥬 등의 기법도 포함된, 예상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지금 난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6호를 마감중이다. 실은 굉장히 괴로운 타이밍이다. 그런데 이번 달엔 김혜수 덕에 즐겁다. 인터뷰에 응하는 배우들 대부분은 굉장히 수동적이다. 1시간 사진 촬영, 1시간 인터뷰. 화보촬영일 경우 하루 반나절 가량 시간을 할애해준다. 좀 열성적인 이들은 조금 더. 하지만 보통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예상대로 김혜수는 달랐다. 그녀는 몸을 사리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열정을 불살랐으며, 이후 담당기자와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소스들을 성의 있게 전달해줬다. 그 중 하나가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라는 제목으로 새로 작업한 위의 두 그림. 이후 광고 작업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간 이후에도 본인의 애서 목록과 이유, 본인의 선곡 리스트를 보내왔다. 10곡만 꼽아달라는 요청에 무려 23곡을 꼽아 일일이 코멘트를 달며 "다 좋으니 난 못 골라. 꼭 10곡만 넣어야 한다면 당신이 다 들어보고 그 중 좋은 것들을 넣어달라"했다고 한다. (이 글 하단에 그녀가 선곡한 maze라는 제목의 믹스 테입 리스트를 첨부한다.)

명사를 다루는 방식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분명할 법한 문답 형식의 뻔한 인터뷰가 아니라, 방송이든 잡지든 시즌만 되면 녹음기 재생하듯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에 조금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인터뷰.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인터뷰.

하지만 이런 인터뷰를 풀어내긴 쉽지 않다. 왜냐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나. 상대의 협조가 없다면 이런 인터뷰는 그야말로 몽상으로 그친다.

많은 곡을 작곡한 프로듀서가 그녀에게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든 뒤 악보를 그려 보내줬으며, 소설가가 그녀에게 영감을 받은 짧은 콩트를 지어 그녀에게 헌사했으며,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김혜수라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이나 일러스트, 회화, 꼴라쥬 등의 작품들을 보내왔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이런 작업들에 화답하듯, 이런 작업물들에 뒤지지 않는 또 다른 작업물들을 보내온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녹여진 18페이지에 달하는 인터뷰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참으로 뿌듯하다. 이제 또 얼마를 기다려야 이런 인터뷰가 가능할 것인가. 김혜수처럼 문화적으로 넓고 깊고 다양한 스타를 어떻게 발견해 낼 것인가.

혹자는 잡지 광고하는거냐며, 또 혹자는 김혜수 빠순이냐며, 뭐라하겠지만.
맞다.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10월호 광고하는거다. (25일경 서점에서 만나보시라 두둥~)
그리고 또 맞다. 나 김혜수 빠순이다.
대한민국 여배우 중 이런저런 항목 총점 매겨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또 내 일상이다. 잡지를 만들고 있으며 스타를 접해야만 한다.
우울하고 괴로웠던 일 10개 간신히 넘기고, 모처럼 즐거운 일 1개 발견됐으니
기록하는 거다. 그저, 일상의 기록. 모두는 아닐지라도, 누군가는 나처럼 즐겨줬으면.
아직 인쇄도 안된 뜨끈뜨끈한 정보를 과감히 올리는 건,
요기 공개한 그림과 믹스테입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이기 때문이다.
그럼 난 이만, 계속 마감하러 총총.

Mixed tape by kim hae soo : MAZE


1. Lhasa De Sela-El Desierto
사막이란 뜻의 제목을 제외하면 가사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음에도, 순전히 너무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이 여인네의 음색에 완벽하게 매료되어 사랑하게 된 곡.

2. Jane Birkin-Yesterday, Yes A Day
그녀의 음성은 달콤한 늪이다. 불안정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가파른 숨결을 느끼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들었던 수많은 그녀의 노래들.

3. Pink Floyd-Julia Dream
초기 Pink Floyd의 곡으로  Nick Mason이 직접 그린 앨범 재킷과 함께 잊을 수 없이 특별한 곡. 짧다!

4. Edith Piaf-Non, Je Ne Regrette Rien
끈질기게도 비극적이었던 삶을 그녀 자신은 정말 후회하지 않았을 거란 확신!

5. Sonic Youth-Super star
한때 사랑하는 사람의 귓가에 수도 없이 속삭이고 속삭였던 노래.

6. Malcolm McLaren-About Her
짙은 초록빛 어둠속을 가득 메우는 불온한 담배연기 속에 느리게 허우적이는 느낌이랄까.

7. Smashing Pumpkins-1979
젊은 날 한 시절, 나 역시 이 사악한 민둥머리의 악동에게 매혹 되었다.

8. Moby-At Least We Tried
oh my baby, don't cry… oh my babe, just say goodbye.. oh now baby, don't cry.. oh my babe, at least we tried…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하는 Moby의 곡.

9. Shivaree- goodnight moon
끝날 것 같지 않는 섬뜩하고 아름다운 악몽, but I`m just a little baby…

10. Elvis Presley-Love me
Love me tender가 아니다. ‘데이빗 린치’의 <광란의 사랑>이란 영화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사랑하는 여인 로라 던에게 들려줬던 멋진 노래다. 비디오 데크에 녹음기를 연결해서 녹음한 이 노래를 대학시절 내내 듣고 다녔더랬다.

11. Zimpala-Adios
가녀리게 떨리는 그녀의 속삭임. 그녀의 비명. Adios.. 가슴 한가운데를 가르는 기타소리..

12. Sinead O'connor-All the babies
특별히 사랑한 그녀의 음반 <Universal Mother>에 수록된 노래 중 한곡. 사과할 필요 없는 그녀의 용서 할 수 없는 음성.

13. Waldeck-Fallen Angel
추락하는 천사가 더 매력 있잖아. 고운 날개짓보다는 가파르게 떨리고 쓸리는 아픈 날개에 더 끌리는 법.

14. Pink Martini-Let's never stop falling in love
백번의 수렁이라도 기꺼이…

15. Mono-Li fe in mono
대사 한마디 없는 흑백의 공연 <Hopeless Game>을 보고난 후, 에딘버러 어딘가의 울퉁불퉁한 자갈 블록을 하염없이 걸으며 몇 번이고 들었던 음악.

16. Bajofondo Tango Club-Pa' bailar
슬픈 연인을 발아래 둔 채 밤새 춤추고 싶은 곡.

17. Victor Lazlo-Canoe rose
그저 온기가 유지되는 맑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샤또디껨으로 아랫입술을 조금씩 적셔가며 아주 고요하고 느리게 혼자만의 무드에 빠져들고 싶을 때…

18. Bliss-Sleep will com
결코 잠들 수 없는 밤. 황홀한 불면의 시간.

19. Jason Donovan-Sealed with a kiss
한때, 나의 선택적 고독을 함께 했던 그 노래.

20. Bajofond Tango Club-Perfume
나의 감각을 전율케 하는 최고의 향수.

21. Pat  Metheny-lovely woman
비와 향초와 따스한 케시미어 블랭킷, 그리고 그대.

22. Gotan Project-Paris, Texas
아마도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을 완벽하게 쓸쓸히 아주 아주 느리게 걸어보기.

23. Roebeck feat. Mexus-Just wanna be love
I wish love. that'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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