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경이 만난 사람 ④] 포토그래퍼 보리

애경's 3M+1W 2008. 9. 11. 01:0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바쁘다는 핑계로 포스팅이 뜸했다.
오늘은 부담없이, 그냥 지인 얘기나 몇 자 끄적이고 가겠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현재 대한민국 패션지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잘 나가는' 패션 포토그래퍼 보리(bolee) 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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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초. <친구> 쫑파티가 열리던 단란주점까지 스토커처럼 쫒아가 알짱거리며 눈도장 찍고 조르고 또 조른 끝에 어렵사리 약속을 받아낸 장동건 인터뷰. 당시 추천받았던 포토그래퍼가 바로 이보경이었는데, 처음 만난 그녀는 그야말로 ‘만만’한 이미지였다. 왜소한 체구에 말투나 행동거지마저 한없이 가벼워 보이니, 저러다가 공중으로 붕붕 떠버리면 어떡하나. 그나저나 기자도 콩알 만해 포토그래퍼도 방울 만해, 이러다가 장동건이 우릴 ‘졸’로 보는 건 아닌가 ‘사서 드는’ 걱정도 한 무더기였다.

패션지 사진촬영처럼 체계적이지 못한지라, 명확한 시안 정확한 동선 따윈 없었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등장한 스타님 덕에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고, 한강변의 강바람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스타님 신경 거슬리지 않게 최대한 신속히 촬영을 끝내야했다. 주어진 시간은 십 여분. 그녀는 자신만큼이나 조그만 자동카메라를 꺼내들더니 장동건에게 “네네네, 자연스럽게 그냥 쭉 걸어오세요. 좋아요 좋아~”하면서, 한 손으로 든 카메라 셔터를 그야말로 ‘톡’ ‘톡’ ‘톡’ ‘톡’ 눌러대는 것이었다. 헉, 어떻게 잡은 장동건인데!!! ‘저렇게 찍어 대서야 어디 제대로 된 컷 하나 건지겠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중략중략하고, 사진은 실로 대박이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건진 사진이기에 더욱. 후에 장동건 측이 ‘팬 북’ 만든다며 사진을 따로 요청할 정도로, 배우 자신도 마음에 몹시 들어 했던 결과물이었다. 그 기사를 통해 처음, 그녀는 이보경이 아닌 ‘bolee'라는 크래딧을 올렸다. 바로 내가 그리했다. 하하. 유학시절 외쿡 친구들이 보경이 아닌 보리라고 불렀었다길래, 거 뉘앙스 좋네 하면서, 보리 하세요, 했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 덜컥, 보리라고 써버렸다. 현재 그녀가 이끌고 있는 스튜디오 이름이기도 한 보리(bolee)말이다. 아무도 인정 안하고, 보리도 별 내색 않지만, 나는 늘 이 대목에서 자부심을 ’혼자서‘ 갖곤 한다. 하하.

그녀와의 첫 만남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건, 그녀의 사진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나는 그녀가 참 좋다. 인간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나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이 바닥 피플들 중 보리를 싫어하는 사람, 잘 못 만난다. 털털하고 유쾌하고 가끔 대범하고 또 가끔 소심하고 또 가끔 사랑스럽기도 한 여자. 늘 유쾌한 에너지가 철철 흘러넘치는 여자. 그런 성격 덕에 그녀는 패션 사진계에서 꽤 빠른 속도로 명성을 얻어갔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인성이나 인품에 앞서 바로 그녀의 사진이 꽤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잡지를 휙휙 넘기다가 시선을 잡아끈 화보의 크래딧을 살폈더니 거기에 ‘보리’가 있었다. 몇 차례 그랬었다. 그렇게 새삼 확인 사살하니, 그녀의 사진은 꽤나 내 취향이었던 것이다. 왜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공해와도 같은 많고 많은 이미지들 가운데 왜 유독 그녀의 사진들이 내 시선에 낚이는 걸까. 그건 그녀의 인품 인성과도 맞물리는 대목인데, 바로 그녀의 사진에서는, 그 한 컷을 포착한 순간의 공기와 에너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열악할수록, 시간에 쫒길수록, 그녀의 사진이 풍기는 아우라는 보다 역동적이다. ‘현장에 강한 포토’ ‘야외촬영에 강한 포토’라는 그녀에 대한 수식도 아마 이래서 생겼을 것이다.

회수로 8년째다. 그녀는 한결같다. 한결같이 내게 ‘에잇 미친년~’이라 욕하고 변함없이 내게 ‘너나 잘해~’라고 구박한다. 그러나 어느덧 나는, 그녀의 한없이 가볍고 가벼운 언행 이면에 녹아든 무게감 있는 애정을 알아차리게 되어버렸다.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어깨를 빌리고 싶은 대상. 그나저나 큰일이다. 그녀의 그 조그마한 어깨를 빌리고자 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 방법은 하나. 어서 어서 그녀에게 어여쁜 꽃미남 총각을 품에 턱하니 안겨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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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녀를 알고,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보리 실장이랑 닮았어요. 그런 소리 많이 듣죠?" 봐라봐라, 어딜 봐서 닮았나... 우린 이런 소리 들을 때마다 "누가 그래, 죽여버리겠어"라며 각자 조금씩 더 억울해 한다. ^^;; 좀 그렇다.

그나저나 이 포스트, 최근의 3m흥업 분위기에선 홀딱 깨는 듯. 알면서도 올리고 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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