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한예조에 등돌린 진짜 이유

민섭's 3M+α 2008. 6. 2. 09:06 Posted by cinemAgora
시국이 어수선하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겠죠. 3M흥업도 '주서야촉'(註書夜燭, 낮엔 글쓰고 밤엔 촛불 들기)의 정신으로 부지런히 포스팅을 이어갑니다.

드디어 새로운 객원 필자를 소개해올립니다. 그 주인공, 바로 일요신문의 연예 담당 신민섭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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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정보가 차고 넘치는 와중에 3M흥업이 그를 객원필자로 영입한 것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제 3의 시각으로 연예계의 빛과 그늘을 더욱 정밀하게 진단해줄 목소리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고수가 나타났으니 당분간 저와 김공은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계에 대한 어쭙잖은 발언은 자제(?)해야 할 판입니다.

아직 팀블로그가 익숙하지 않은 그를 위해 그의 데뷔 포스트를 관리자인 cinemAgora가 대신 올립니다. 자칭 '연예엔 능하나 연애엔 무능한 3M흥업의 우울한 깍두기' 신민섭 기자의 건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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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을 통해 접하던 연예인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나섰다. 파업 반나절 만에 협상이 타결되면서 너무 금방 파업이 마무리됐지만 생존을 위한 그네들의 몸부림은 사뭇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예인과 노동파업, 쉽게 연결되지 않는 그들의 몸짓은 다행히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가장 뼈아픈 부분은 그들을 사랑해줘야 할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위원장 김응석, 이하 한예조)가 MBC와의 단체 임금협상에서 난항 끝에 파업을 선언하면서 이와 관련된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런 기사에 대한 댓글은 하나 같이 한예조에 대한 공격성 발언들이었다. 왜 네티즌들은 한예조의 파업에 박수갈채가 아닌 돌을 던진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고소득자라는 편견에서 비롯됐다. 하긴 회당 몇 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받는 연예인들이 더 높은 출연료를 받기 위해 파업까지 강행한다니 네티즌들 입장에선 심사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유까지 더해졌다. 한예조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게다가 당시 한예조와 함께 이 대통령 지지에 앞장선 연예인 유인촌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한예조의 파업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앞선 파업을 주도한 당시 위원장이 유 장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뜨거워졌다. 게다가 먼저 단체 임금 협상에 들어간 KBS와는 더 좋지 않은 조건으로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요즘 청와대와 묘한 기류가 형성돼 있는 MBC를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한예조가 나선 거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대두됐다. 그러다 보니 미국 수 수입 강행 등의 이유로 청와대와 감정이 좋지 않은 네티즌들이 자연스레 한예조를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 파업 투쟁 당시 한예조 노조원들이 입은 조끼가 파란색이라는 사실 조차 의혹의 대상이 됐다. 아시다시피 파란색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색깔이다.

그렇지만 파업까지 강행한 한예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과연 연예인은 모두가 고소득자일까. 사실 이는 현실과 상당한 괴리감을 갖고 있는 편견일 뿐이다. 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06년 자료에 따르면 탤런트의 경우 월 평균 급여가 140만 원이라고 한다. 이는 국민 평균인 167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예조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는데 연 수입이 1,020만 원 이하인 한예조 소속 연예인이 전체 69%나 되고 연소득 2,000만 원 이하로 폭을 넓히면 전체의 77%가 된다. 반면 연간 1억 원 이상을 버는 한예조 소속 연예인은 7.7%에 불과하다. 한예조에 가입되지 않은 이들까지 고려해 보더라도 전체 연예인 가운데 고작 10% 가량이 연 소득 1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라는 얘기다. 결국 10%에 해당되는 톱스타들이 시청자들에게 연예인은 곧 고소득자라는 편견을 심어주고 있는 동안 90%의 연예인은 국민 평균 이하의 소득을 올리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이들의 파업은 정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인 음모론을 제기하는 시선도 다소 지나친 경향이 있다. 우선 KBS는 적자 구조인 만큼 이를 감안해 출연료 상승 폭을 줄였지만 흑자 구조인 MBC에게선 더 높은 출연료를 받아야 한다는 한예조의 주장에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다수의 노조가 회사의 전년도 경영실적을 근거로 협상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MBC의 묘한 기류로 인해 한예조가 MBC를 압박하려 했다는 주장 역시 연예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그 논리가 빈곤해진다. 생각해보라,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예인이 임금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무슨 정성으로 정치권까지 배려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논리적으로 앞서 있었던 탓인지 MBC는 한예조가 파업을 시작하고 반나절 만에 손을 들었다.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 대부분 한예조가 주장한 방향으로 협상이 타결됐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한예조에게 등을 돌린 시청자들, 각종 댓글을 달며 한예조를 공격한 일부 네티즌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성급했던 것일까. 오늘날 한예조가 처해있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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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전후해 한예조가 투쟁 전선을 형성할 무렵만 해도 연예부 기자들 가운데에는 MBC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과연 한예조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한예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톱스타급 연예인들 회원이 많지 많다는 부분이다. 주조연급, 조단역급 연예인의 대부분이 한예조 소속인데 반해 주연급 연예인 가운데에는 한예조 회원이 아닌 이들이 많은 것. 문제가 된 <이산> 역시 주인공인 이서진은 한예조 회원이 아니었다.

회원 여부를 떠나 소속사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파업으로 인해 드라마 <이산> 촬영이 무산될 것이라는 한예조의 주장과 달리 <이산> 출연 배우의 소속사들은 하나같이 소속 배우들이 드라마 촬영을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만약 파업이 며칠 동안 이어졌다면 한예조 회원 연예인과 비회원 연예인, 그리고 소속사의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예조 회원 연예인 등이 불협화음을 내며 자멸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게다가 여론 역시 한예조에게 등을 돌려 자칫 파업이 길어졌다면 한예조가 더 불리했을 것이라 예측하는 기자들이 많았다.

현재 연예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연 스타 권력화다. 드라마 제작비의 60~70%가 출연 배우의 출연료로 쓰이는 상황에서 방송국이 출연료 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전체 제작비의 60~70%에 이르는 출연료의 상당 부분은 두 세 명의 주연급 연예인에게 모두 돌아가고 있다. 결국 드라마 제작비의 60~70%가 배우들의 출연료라는 얘기보다는 전체 드라마 제작비의 50~60%가 두 세 명의 주연급 톱스타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된다.

결국 한예조의 진정한 투쟁 상대가 방송국이 아닌 동료 배우들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한예조는 이런 지적을 강력히 거부한다. 한예조 김영선 수석부위원장은 “그들이 능력이 있어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선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고 얘기한다. 이 부분에서 김 부위원장은 일부 톱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 역시 방송 현실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드라마 외주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먼저 방송국으로부터 편성을 받아야 하는데 방송국이 편성하는 기준이 누가 출연하느냐 입니다. 그러다 보니 몇몇 톱스타를 두고 외주제작사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져 자연스럽게 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자기네들끼리 그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연예인들에게 그 책임을 돌리려 해선 안됩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런 톱스타들이 예외 없이 한예조에 가입해야 한다. 회당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 대를 받는 이들이 한예조에 가입한다면 그들이 내는 노조비 역시 상당한 금액이라 한예조의 재정이라도 탄탄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회당 몇 만 원을 받는 연예인들보다 수 천 배나 더 많은 노조비를 내야 하는 이유 때문인지 그들은 좀처럼 한예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결국 한예조는 MBC와의 투쟁 내내 한예조 소속 연예인과 MBC 직원들 사이의 불합리한 임금과 복지의 차별을 비판했지만 시청자들은 문제의 핵심을 고생하는 조단역 연예인과 고소득자인 주연급 연예인 사이의 차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무작정 시청자들이 편견을 가지고 이들을 바라봤다고 말 할 수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회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주연급 톱스타들의 출연료를 무조건 10~20%씩 낮추고 그 금액을 나머지 90% 연예인의 출연료로 나눠 지급하는 방향의 혁명적인 방안이 마련된다면 국민평균 이하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대다수 연예인들을 위한 최고의 조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혁명적인 방안일 뿐이다. 주연급 톱스타들의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그렇지 않아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예조는 심각한 분열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시스템도 문제다. 편성과 시청률에 좌우되는 외주제작사의 무한 경쟁으로 치솟은 주연급 톱스타들의 출연료는 이런 혁명적 방안에도 불구하고 다시 치솟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 톱스타들의 출연료를 낮춘 외주제작사가 실제 이를 다른 출연자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을 수도 없다.

결국 이런 난맥상을 풀어야 하는 근본적인 과제에 다가가지 못한 한예조의 파업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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