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경이 만난 사람② _ 영화사 아침 대표 정승혜

애경's 3M+1W 2008. 5. 26. 13:4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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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정승혜'로 말할 것 같으면,
천하에 무서운 사람도,
천하에 어려운 사람도,
천하에 자신보다 잘났거나 못난 사람도,
천하에 친해지지 못할 사람도,
절대로 없는 파워우먼이다.
대한민국 영화계 ‘공인 마당발’이자 ‘사랑방 주인’인 그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유쾌한 에너지로 단 몇 분만에 모두를 사로잡아 버리는 그녀는,
내 인생의 멘토다.



<도마뱀>부터 시작된 그녀의 영화 제작은 이후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 <궁녀> 그리고 개봉 대기 중인 수애 주연의 <님은 먼 곳에>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녀의 손을 거친 영화가 이것만은 아니다. 살짝 거슬러 올라가면 이렇다. 영화사 씨네월드 삼인방이라 하여 중심에 이준익 감독이 있고 좌청룡에 조철현 상무(현 타이거 픽처스 대표시다) 우백호에 정승혜 이사(현 영화사 아침 대표시다)가 있었다. 이 삼인방이 뭉쳐 만들어 낸 작품으로 <왕의 남자> <달마야 놀자> <달마야 서울가자> <황산벌> <공포 택시> 등이 있다. 그녀는 이 영화들에 제작이사 혹은 프로듀서의 크레딧을 올렸다. 그러나 또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광고 디자이너로 영화 이력을 쓰기 시작한 그녀는, 디자인만으로는 성이 안 차 영화 카피를 쓰기 시작했고, 최근작들로만 꼽아도 <각설탕> <사랑을 놓치다> <한반도> <실미도> <투사부일체> <야수> <친절한 금자씨> 등 한 두 편이 아니다. 그녀가 남긴 카피와 그 뒷얘기들만 모아도, 책 한 권은 너끈히 만들 수 있을 정도. 영화계에 청춘을 바친 공으로 2006년도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키도 했다.

영화 작업만 하느냐? 오~ 노! 조선&중앙&한겨례 따위의 신문과 온갖 잡지에 칼럼도 쓰고, 라디오 방송 패널도 하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강연도 하고, <정승혜의 사자우리> <노는 여자> 라는 단행본도 출간했다. 아마 분신술을 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다양하고도 많은(게다가 결과물들까지 훌륭한!)일을 해낼 수 없는 거다. 24시간 쪼개 사는 일상은 모두가 똑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방점을 찍어야 하는 대목은, 그녀가 바쁜 동시에 많은 일을 해낸다는 사실이 아니라, 바쁘고 많은 일을 해내면서도 단 한순간도 타인에게 지치거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늘 에너제틱하고 유쾌하며 스스로 즐거운 동시에 남들까지도 즐겁게 만든다. 그녀에게 매료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나는 그녀를 몹시 좋아하는 동시에 존경한다. 커리어우먼으로서 나의 40대가 부디 그녀와 같기를, 나는 몹시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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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의 연중 기획이었던 ‘2001 가장 창조적인 인물 20인’ 따위의 특집 기사의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 우린 처음 만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자마자 나는 그녀의 유쾌한 에너지에 자석에 끌리듯 철썩 달라붙어 버렸다. 한 우물을 파며 틈틈이 한 눈을 팔아 온 그녀와 달리, 난 한 우물 파다 지치면 딴 우물을, 또 파다 지루하면 또 다시 딴 우물을 파곤 했다. 그런데 파는 우물마다 제법 물이 고였다. 그녀는 그런 내 ‘삽질’이 나름 귀여워보였다 했다. 그런 인연으로 우리의 관계는 영화계를 벗어나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가 참석한 기자 결혼식 3건 중 1건에 기록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게 뭐 별거냐고? 별거다. 말했지 않나. 영화계 안에서 그녀는 ‘그녀를 모르면 간첩’일만큼 마당발인 사람이며, 그녀가 알고(심지어 친하게 지내는) 기자의 수도 손발 다 동원해도 꼽을 수 없는 수준이란 말이다. 그러니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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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길었다. 내가 그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쓰려했다. 내가 그녀를 왜 좋아하느냐. 늘 재미있게 살기 때문이다. 사실 치열하게 사는 건, 흉내 낼 수 있다. 그건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치열하고 바쁘게 살면서, 늘 유쾌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한 작업이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던지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다. “대체 그 많은 일을 언제 하는 거예요?” “바쁘시죠? 근데 왜 바쁜 티가 안 나죠?” 그러면 그녀는 답한다. “놀면서 짬짬이 일해요” “노는 게 곧 일이죠.” “안 바빠요. 아니 바쁘긴 한데, 바쁘다고 바쁜 티 내면 뭐가 도움이 되나요?” 정답이다. 나 또한 친구들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오거나 메신저로 말을 걸어올 때 항상 “바쁘지?”로 시작한다. 나는 “어 바뻐. 용건만 간단히”라는 식으로 대꾸하곤 한다. 그래서 난 하수인거다. 언젠가 “정말 안 바쁘신 거 맞아요?”라고 되묻던 내게 그녀가 건넸던 조언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바쁜 티를 내지 않는 게 고수인 거야. 바쁘다, 고 대꾸한다고 말 시키던 사람들이 말 안 시키던? 그건 아니거든.” 그렇다. 아무리 바빠도 할 말을 하고 나눌 대화는 나눠야 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유쾌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바쁘다고, 마음 급하다고, 상대에게 짜증스러운 포스 풍겨봐야, 돌아오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에너지다. 아, 한 수 제대로 전수받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사는 나는 또 얼마나 모자란 인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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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들. 책상 앞에 곱게 모셔져 있다.

이번 만남에서도 배운 바가 있다. 난 요즘 뭔가에 올인하겠다는 생각으로 독을 품는다. 나, 내 꺼, 내 가족, 내 건강 등은 다 뒤로 미루며 살았던 거다. 하루 못 쉬는 것쯤, 가족을 잠시 등한시하는 것쯤, 개봉 영화 다 놓치고 사는 것쯤, 아침저녁으로 헛구역질 꿱꿱 해대는 것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해놓고 난 뒤에 돌아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살면서 우선순위에 둬야할 것은 분명히 있다. 나는 그걸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와 만났던 그 다음날. 나는 깨달은 바가 컸다. 그리하여 그야말로 몇 달 만에 월차를 냈고, 전화기 꺼둔 채 하루 종일 뒹굴거렸다. 그녀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사는 게 중요해'라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쉬겠다는 생각 따위 절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뿐인가. 잠시라도 전화기를 손에서 놓으면 조급증에 걸리는 내가, 그렇게 전화기 꺼두고 태평하게 뒹굴거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늘 이렇게 받기만 하니, 난 이분에게 무얼 드려야 할지....


 bonus! 글이 너무 길어져 쓸까말까 잠시 고민했던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영화 <라디오 스타>는 원래 한 물 간 뮤지션 최곤과 라디오 피디와의 관계가 더욱 부각된 시나리오였다. 그랬던 영화가 버디 무디 느낌으로 바뀐 이유는 바로 정승혜 대표의 입김.

“<라디오 스타>는 <왕의 남자> 개봉도 하기 전에 준비되고 있던 시나리오야. 어쨌든. 그 즈음에 여기저기 난 내 기사를 보고 방정식 부장님이 전화를 하셨어. 그 정승혜가 이 정승혜 맞아? 하면서. 예전에 배우 정윤희 로드 매니저 하시고, 이영하씨 한창 활동할 때 매니저 하셨던 분이지. 이영하씨 나왔던 <접시꽃 당신> <안개기둥> 같은 영화에 캐스팅 디렉터로 이름을 올리시기도 했고. 지금은 나이 엄청 많으시지. 요즘은 아들이 하시는 조그만 가게일 간간히 도와주시면서 지내시나보더라. 근데 끊기 전에 그러시더라고. 정대표, 이런저런 영화 작업 많이 하니까. 괜찮은 역할 있으면 우리 영하씨 좀 생각해주고 그래요, 하시는데 마음이 짠하더라고. 지금은 같이 작업도 안하고 은퇴 하신건데, 예전에 자기가 함께 했던 배우, 한때 인생을 바쳤던 배우에 대해 지금까지도 마음을 놓지 않고 있는 거잖아. 느끼는 바가 컸지. 그래서 <라디오 스타>가 그런 영화가 된거야....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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