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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위촉받아 전주국제영화제에 와 있다. 어제 두 편, 오늘 두 편의 나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내게 맡겨진 영화들을 미리 꼼꼼하게 예습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 오후 <우린 액션 배우다>(감독 정병길)라는 한국영화의 GV 일정이 예정돼 있다기에 미리 카탈로그를 뒤적여 봤더니, 스턴트맨들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란다.

그 때까지는 몰랐다. 그런데 보는 와중에 깜짝 놀랐다. 난데 없이 3M흥업의 객원필진 웃긴 고양이 님이 등장해 고 지중현 무술감독을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던가. 아! 그제서야 '어느 스턴트맨의 죽음'이라는 PD the ripper님의 포스트가 떠올랐다. 이 영화의 제작진이 그가 제작했던 생전의 고 지중현 감독 인터뷰 영상을 요청한 걸 계기로 뒤늦게 비보를 전해들었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 (영화에 따르면 그는 한국영화 <놈놈놈> 해외 로케이션 도중 사망했는데, 당시 그의 죽음 소식이 국내 매체에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영화에서 스턴트맨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연기를 펼치고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배우들, 영화는 그들이 저마다의 계기로 스턴트맨의 세계에 입문한 뒤 부상의 위험이 상존하는 고난도의 대역 연기를 소화해내는 일상을 쫓아간다. 앞서 고 지중현 무술 감독의 얘기로 서두를 꺼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다큐멘터리가 영화 현장의 홀대 받는 이들의 외침을 자못 진중한 어조로 확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점이 이채롭다. 범상치 않은 유머 감각으로 끝까지 관객들의 배꼽을 잡아 빼는 80년생 감독 정병길은 "아무래도 마이클 무어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내 질문에 "난 그냥 주성치의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고 받아 넘기는 남다른 재치의 소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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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유머 감각 못지 않게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스턴트맨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 낙천적이고 해학적인 에너지로 넘쳐 나 도저히 웃지 않고는 못배긴다. 스턴트맨을 포기한 채 소위 '뜨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세진'을 비롯해 "그저 위노나 라이더가 좋아서" 가위손의 조니 뎁처럼 미용사의 길을 택한 뒤 스턴트맨의 길에 접어든 '진석', 차 뒤집기의 선수 '귀덕' 등 몸으로 승부하고 액션으로 스스로를 증거하는 서울 액션스쿨 8기생들의 이야기가 유쾌무쌍하게 펼쳐진다(감독 역시 이들과 동기인데 저 위 사진 안 양발차기의 주인공이다).

개인적으로 극영화와 다큐를 통틀어 최근 본 영화 가운데 가장 호탕하게 웃었다. 대부분의 관객들도 자지러졌다. 그 호탕한 웃음 안에 이 직업의 소유자들만이 내뿜을 수 있는 페이소스를 버무려 낼 줄 아는 정병길의 내공은 그야말로 주성치 급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다큐적 사실성과 코미디에 액션까지 결합한 기이한 영화 한 편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다. PD the ripper님이 웃긴고양이님을 이끌고 만났던 고 지중현 감독, 그리고 그가 이끌었던 젊은 스턴트맨들을 오늘 내가 다시 만난 것이다. 역시 지구는 둥글고 세상은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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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전주를 가서 우리는 액션배우다를 봤습니다.
    처음에는 다큐영화인지 모르고 본터라 매우 당황했지만 곧 그 유머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정말 조금 묘한 영화였습니다.
    출연진분들뿐만 아니라 모든 스턴트맨들을 다시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2008.05.04 12:48
  2. 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트를 읽고나니 이 영화가 정말 보고싶어지네요. 전주가고싶다..ㅜㅜ

    2008.05.04 15:14
  3. 이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만 대충보고 넘겨버렸는데
    볼 껄 그랬네요!

    2008.05.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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