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 멀티플렉스에 가면 종업원들이 기이한 동작으로 손님들을 맞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양 손을 어깨 높이로 올려 손가락을 마치 보이지 않는 사과를 빠르게 쓰다듬 듯 흔듬과 동시에 무릎을 구부렸다 펴며 활짝 웃는 동작이다. 종업원들은 손님들이 정말 너무 반가워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한다. "환영합니다~~"
표를 건네 주기 직전 내 앞 1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나를 그런 방식으로 반기는 종업원을 보는 기분은...글쎄, 내가 이상한 녀석인지 모르겠으나, 썩 좋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치원 아이들 학예회에서나 봄직한 그 환영의 동작이 매우 부자연스러워 보일 뿐만 아니라, 과잉 친절의 제스처가 나를 문화 향유 행위를 하려는 '인간'이 아닌, '7천 원을 지불한 고객'으로 타자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 극장에서 소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수준을 넘어 "반드시 다음에 또 와서 소비해주십시오."라는 무언의 강요가 읽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망함을 꾹 참고 생면부지의 사람들 앞에서 그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출해야 할 종업원들이 측은하다. 보게 될 영화에 대한 설렘은 접어 둔 채 저이들이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저 동작을 반복할까를 생각하며 극장문을 들어서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우리가 각종 영상 매체를 통해 얼마나 많은 기이한 동작을 바라 보며 살고 있는지를 상기한다면, 멀티플렉스 종업원들의 친절 제스처를 색안경 끼고 보는 내 시선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치부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동통신 서비스 'SHOW' 광고 속의 서단비는 극장 표를 얻기 위해 박스오피스 앞에서 '생쑈'를 일삼는다. 'T' 광고 속의 배그린은 액정 화면에 비칠 위선적 몸놀림을 위해 부단한 연습을 마다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압권은 '허리의 여왕' 이효리다. 그녀는 물 한잔을 마셔도 골반을 뒤나 옆으로 쭉 뺀다. 누군가 거리에서 그 따위 포즈로 물을 마신다면, 정신 상태가 약간 이상하다고 오인받기 딱 좋을 것이다. 그녀는 요즘 소주 광고에서 골반 흔들기의 장기를 십분 과시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저러다 골반 언저리에 부황 뜨러 다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른 차원에서 그녀 역시, 나는 측은하다.
'상품 판매'라는 목적은 판촉에 동원된 인간의 몸에 과감하게 부자연스럽고도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강요한다. 말할 것도 없이, 보는 이에게 최대한 자극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용가나 퍼포먼스 예술가들이 몸을 예술의 도구로 활용해 동작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면, 오로지 구매력을 촉진시키기 위해 연출된 동작의 반복적이고도 괴이한 왜곡은 몸에 대한 시선의 도착증으로 이어진다. 그 도착증이 일상이 될 때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마저 '섹쉬한' 골반 흔들기를 통해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려 하는 기현상이 빚어진다.
살풋 웃는 미소와 수줍게 살짝 움직이는 동작만으로도 인간의 마음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싶다. 허나 이 오버 액션의 시대에, 소박하고도 진하게 마음을 전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소통하지만 제대로 소통이 안돼 답답해 하고, 튀어 보이려는 몸놀림이 창궐하지만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