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 아직도 처녀야?

애경's 3M+1W 2008. 2. 24. 11:4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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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Dazed & Confused #55

제목을 보고 연상하신 그 묘한 뉘앙스, 네 맞습니다. 스물 아홉이 되도록 섹스 한번 못해본 여자. 제가 달아놓은 제목은 바로 그녀들에 대한 ‘무시’와 ‘조롱’의 뉘앙스가 담긴 대다수 사람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른 언저리의 여자. 강산이 한 번 바뀌기 전 시절의 잣대를 들이대면, 일찌감치 쪽 지고 포대기에 애 들쳐 업고 부엌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나이의 여자. 그런데 세상이 변했습니다. 서른 언저리에 시집 가서 애 낳은 여자들만큼 현재를 즐기고 멋진 커리어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연애는 뒷전으로 미루는 여자들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물론 글의 요지는, 결혼적령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싱글을 고수하며 ‘the one’을 기다리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서른 언저리에도 여전히 ‘처녀’인 그녀들, 그네들이 느끼는 상대적 결핍과 모멸감. 요는 이겁니다.

지난번 올렸던 ‘유부남들과 연애하는 싱글녀들에게 고함’이라는 포스트가 올라온 뒤 저는 카운셀링을 요청하는 꽤 많은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내용은 바로 ‘서른 언저리임에도 섹스는커녕 연애조차 못해본’ A의 고민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A의 현재입니다. 그녀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평에 따르면 A는 남녀가 모두 친구 삼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현재의 삶에 그 어떤 불만도 없고 현재를 즐기는데 조금도 부족함 없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인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그녀가 처녀’임이 노출됐을 때, 천편일률적인 반응은 ‘너 무슨 문제 있니’였다는 겁니다. ‘세상에, 그걸 진담으로 들었어?’라며 상황을 모면했지만, 그녀는 그 날 이후 심각한 고민에 빠져버렸습니다. ‘내게 정말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A만이 아닙니다. 제 지인인 B 역시 서른셋 나이에 여전히 ‘처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A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20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고민해왔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역전시키지 못했다는 거지요. 결국 고민이 고민을 낳고, 그렇게 불어난 고민은 자신감의 부재와 자학으로 표출되더군요. 자, 이쯤에서 생각해봅시다. 과연 스물아홉에 처녀인 게 그렇게 문제일까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우선 ‘한없이 가벼운 섹스’조차 대수롭지 않게 치부되는 요즘 세상의 잣대대로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94학번인 제 대학동기들 중 일부는 입학과 동시에 가장 큰 목표로 ‘섹스’를 지상최대의 과제로 삼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그 ‘거사’를 치러야만 진정한 어른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일찌감치 중고등학교 때 ‘총각딱지 떼기위해’ 꼴사납게 고군분투하며 친구들과 경쟁(?)했던 그 모습과 다름없이, 성인 인증 받아 든 제 여자동기들 역시 날이면 날마다 곱게 꽃단장 마치고 도심 곳곳의 나이트클럽에 출근도장을 찍곤 했죠. 철없이 유쾌했고 들떠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들 중 누군가는 뒤늦게 만난 남자와 결혼해 애 둘 낳고 잘 살고 있는가 하면, 몇 번의 치열한 연애 뒤에 비로소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는 누군가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어엿한 연애 한번 못하고 친척들 모이는 명절 때마다 해외여행 티켓을 끊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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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zed & Confused #55

제가 A에게 보냈던 뻔한 카운셀링을 요약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엘르 재직 시절, 동료 기자가 "아직도 처녀야?"였던가, 아무튼 그런 제목으로 이 주제를 가지고 기사를 썼던 적이 있어요. 기사화 됐다는 건, 그 글을 읽고 공감할 대상 독자가 일정 수준 이상은 될 거라는 것을 말해주는 거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알고 보면 꽤 많아요. 다들 쉬쉬하고 혼자서만 고민하는 내용이라서 그런 거니까. 게다가 '정말 아직도 처녀야?'라고 은근 비웃는 세태 속에서도, 여전히 대다수 남자들은 '내 여자는 처녀면 좋겠어'라고 바란다는 거죠. 결혼해서, 부인이 '처녀라서 불쾌해. 이 여자 웃기네'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오히려 감사할테죠. (중략)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결혼한 뒤에야 갖게 될 '첫경험'의 스킬 문제죠. 제 선배 중 하나는 결혼 후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결혼 전에 이런저런 남자들과 많이 해볼 걸 그랬어. 그랬으면 우리 신랑한테 더 잘해줄 수 있었을텐데...넌 부디 많이 해보고 결혼해." ^.^;;  부부금슬 끝장인 그 선배는, 형부를 너무 사랑하는 관계로, 그에게 더 큰 만족과 희열을 주기 위하여 고민하던 끝에 급기야 이런 얘기까지 했던 겁니다. 우습죠? 그런데 결혼 후에 이런 '속궁합'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근데 이건 경험 많이 쌓고 시집 간 여자들도 겪는 문제이기도 하죠. 본인의 욕구를 남편이 못 채워준다거나 하는 그런 상황...... 그러니까 결론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건데. 제가 볼 때 님의 상황은, 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사안이라는 겁니다. 남들이 우습게 보기 때문에, 작금의 세태에 나 혼자 바보처럼 '천연기념물'로 남아있는 것 같아서, 그런 것 때문에 고민이라면 그저 얼마 전에 하셨던 방식대로, '그 말을 믿었어? 순진하게?'식으로 반응하는 게 좋습니다. (중략)

문제는 본인이 느끼는 위기감 혹은 궁지에 몰린 느낌인데, 그냥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게 최선일 듯 합니다. 인연은 꼭 있는 법이고, 그게 좀 늦게 찾아온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고,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혼자 노는' 방식에 익숙해있다면... 그게 뭐 어때서요. 대신 여러 사람에게 쏟는 에너지를, 보다 자기 안으로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리 될 테구요. 어차피 서른을 기점으로 여자 인생에 많은 변화가 오죠. 결혼이 될 수도 있고, 여행이 될 수도 있고, 그게 연애나 섹스가 될 수도 있고..... 작정하고 '꼭 해봐야지' 하면 오히려 안되더군요. 연애도, 섹스도, 나아가 임신도 ^^ (중략)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세요. 대신 외부에 쏟던 에너지를,  나 자신에게 쏟으라는 겁니다. 이렇게 메일을 보낼 정도로 고민을 하셨다면, 많은 고민을 하시는 스타일이라는 건데, 그 시간에 더 영양가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세요. 지나고 보면, 그 시절에 하던 고민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그 나이 즈음엔 남들도, 같은 종류는 아니더라도, 그 어떤 화두의 고민을 가지고 끙끙대고 있답니다. 그런 고민이 본인을 성장시키는 거구요.
뻔한 답변입니다만, 성의를 담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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