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대상? 종무식과 다른 게 뭔가

TV 이야기 2007. 12. 30. 12:02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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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국마다 상주고 받기 이벤트가 한창이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어김 없이 공중파 방송들이 앞다퉈 '연예 대상'이니 '연기 대상'이니 '방송 대상'이니 하는 따위의 시상식들을 틀어대는데, 볼때마다 가관이다. 연예 기획사들의 무관심과 반발로 가요상 시상식은 살짝 시들해졌으니 논외로 하고, 그 시상식들이라는 게 일개 회사의 종무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MBC 연예 대상은 MBC에서 방영된 프로그램과 MBC에서 활약한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사정은 KBS나 SBS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오래된 관행이라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이상스럽게 느껴지지만, 톡 까놓고 얘기해서 이건 그냥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그 회사 종사자들이나 즐기고 말면 될 사내 행사란 얘기다. 한 회사의 조금 화려하게 치장된 종무식에서 사장이 그 피고용인들에게 시청률 올리느라 수고했어요, 참 잘했어요, 하고 있는 걸 온 국민에게 중계하고 있는 꼴이니, 이런 전파 낭비가 어딨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건 방송국이라는 권력의 횡포나 다름 없다. 

제대로 된 시상식이라면, 후보에 오른 작품이나 인물들 간에 긴장감이 존재해야 한다. 어차피 같은 회사에서 튼 <무한도전>과 <거침 없이 하이킥>이 경쟁한다면 김 빠진 맥주보다 싱거운 짓이다. 그래서 두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에게 공동 대상을 안겼다는 것은, 지난 1년간 MBC에서 두 프로그램이 시청률 상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사세 과시용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이런 속 보이는 전시 행사에 시청자들이 여전히 감동 감화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 방송국 관계자들의 시대 감각이 5공 말기쯤에 머물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진정한 방송 대상을 가리려면 MBC의 <무한도전>과 KBS의 <1박 2일>, SBS의 <라인업>이 경쟁해야 한다. MBC의 <거침 없이 하이킥>과 KBS의 <못말리는 결혼>이 다퉈야 한다. MBC의 <하얀거탑>과 SBS의 <로비스트>가 TV 시리즈 후보로 나란히 오를 수 있어야 한다. <별순검>과 같은 화제의 케이블 드라마도 포함돼야 한다. 방송사를 막론하고, 시청률 변수를 제외한 작품성만으로 승자를 가려야 한다. 이것은 피비린내 진동하는 시청률 무한 경쟁의 논리에서 살짝 벗어나, 제대로 잘 만든 프로그램이 뭔지 가리는 강호 고수들의 진검 승부인 셈이니 상의 권위는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다.

그럼에도 빅 3 방송국들이 '지들끼리 짝자꿍' 시상식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일단 방송국들부터 통합 시상식을 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상식이란 게 사세 과시용 이벤트인데다 안 그래도 시청률 경쟁으로 등골이 휘는 마당에 덕담 나눠야 할 연말까지 방송사간에 명암과 희비가 엇갈리는 짓을 왜 자처하겠냔 말씀이다. 한국의 방송사들은 평소엔 누이 나쁘고 매부 나쁘다가 정작 가장 치열하게 싸워야 할 때만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되니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진 미국의 에미상이 창설된 게 1949년이다. 방송의 역사로 친다면 거의 태동기에 해당되는 시점이다. 그것도 특정 방송국에 의해서가 아닌, 텔레비젼 예술과학 아카데미라는 제 3의 기관에 의해 만들어 졌다. 에미상은 아카데미 영화상과 쌍벽을 이루며 영상물에 관한 한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감탄하며 보는 '미드'의 대부분이 바로 이 '에미상 출신'이다. 에미상을 받았다는 말은, 작품 자체에 대한 품질 보증과도 같다. 그래서 다음 시즌의 광고 마케팅이나 해외 판매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시상식의 권위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시장의 부가가치를 안겨주는 셈이니, 이런 게 진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이미 방송 문화에 있어선 선진국 대열에 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과시하는 한국에서 에미상과 같은 권위 있고 공정한 시상식을 만든다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미국과 우리의 방송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해도 방송협회나 프로듀서연합회 등 방송 관련 단체들이 적지 않은데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방송국을 가리지 않고 상을 주고 받는 군소 시상식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문제는 '의지'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권위와 공정성을 확보한 통합 방송상의 창설은, 이벤트적 사세 과시보다는 방송물의 퀄리티 그 자체에 대해 시청자들 앞에서 심판을 받겠다는 각 방송국들의 자신감과 의지에 달린 문제인 것이다.

21세기도 7년이나 흘렀다. 영상 컨텐츠의 시대 운운만 하지 말고, 시청자들 앞에서 시시한 약속 대련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진검 승부를 펼치길 바란다. 깨작깨작 레슬링만 하지 말고 이종 격투기의 장을 펼치란 얘기다. 우리는 <대조영>과 <태왕사신기>의 승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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