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I MITCHELL / River
                                        (Jacosmile's music collecti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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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혹은 조금 낯선 영화 대사 하나,

(모퉁이의 한 상점 안, 젊은 여성이 장식을 하고 있다.)

"It's coming on Christmas, and they're cutting down trees."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으니 나무를 베고 있구나."

"I wish I had a river that I could skate away on."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강이 있다면 좋을텐데."

Such a sad song, and not really about Christmas at all,
but I was thinking about it as I was decorating my Christmas tree.
이런 슬픈 노래, 전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노래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다가 그 노래가 생각났어요.


영화 <You've got mail>에 나오는 대사이다. '98년도에 개봉했으니 내용도 가물가물한 영화지만 노랫말이 소재로 등장한 이 장면만은 몇 년 동안을 머리 속에서 돌아다녔었다. 한 동안은 이 노랫말의 음악을 찾아보려는 노력도 했었다. 하지만 워낙 게으른 성격이다 보니 금세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블로그의 음악 담당으로서 자그마한 책임감이 생겼다. 흔하디 흔한 크리스마스 캐롤이 아닌, 블로그 방문객들을 위한 멋진 곡이 없을까하는...
그래서 모처럼 지난 날의 favorite 앨범들을 펼쳐놓고  본격적인 선곡 작업에 들어간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메멘토를 능가하는 까마귀 기억력은 선곡의 이데올로기를 쉽게도 잊어버리게 만들었고, 극히 개인적인 음악 듣기의 즐거움에 푹 빠져버린 채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푸른 색으로 프린트된 한 장의 앨범에서 이상한 데자뷔를 경험하게 된다. '어느 장면에선가 이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하는. 그리곤 잠시 후, 가난한 영어실력을 총동원해 귀기울인 가사에서 '유레카'를 외치게 되는데...

It's coming on Christmas,
They're cutting down trees.
They're putting up reindeer
And singing songs of joy and peace,
Oh, I wish I had a river I could skate away on.


이어폰 속에서 조니 미첼이 노래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으니 나무를 베고 있구나,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강이 있다면 좋을텐데..."

1971년에 발표된 그녀의 앨범 [Blue]의 수록곡 <River>였다. 절대로 과잉의 감정선을 넘지 않는 조니 미첼의 담담한 목소리가 크리스마스의 풍경과 바람을 조금은 우울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이 물어 온다. "크리스마스엔 뭐하세요?"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냥... 집에 있을 겁니다. "
많은 사람들은 비웃고, 몇 몇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집에 있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별다른 계획이 없다. 아니 만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거리에 보잘 것 없는 내 몸뚱아리 하나까지 더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결심의 누군가가 있어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기꺼이 동참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3M흥업'의 크리스마스 송으로 이 곡을 선곡한다.

한강이 얼지 않아 스케이트를 탈 수 없는 불쌍한 우리를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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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의 현실참여적인 포크록의 대극으로서 음악 본래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여성 아티스트이다. 포크록에서 출발했지만, 소울,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의 이종교배를 시도해 탁월한 완성도를 선보였다.
미대 출신으로 자신의 음반 재킷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으며,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선 그녀가 그린 그림이 소개되기도 했었다.
 


P.S.
1. 뒤 늦게 다시 본 <You've got mail>에는 분명히 이런 대사가 있었다.
"You know that Joni Mitchell song?"
그런데 왜 기억 속엔 이 대사가 지워진 채 남아 있었던 걸까? 좀 더 쉽게 찾아 낼 수 있었는데 말이다.
2. 노래가 확 땡기신 분들은 꼭 전문 가사를 찾아 보시라고 권해드린다. 시적인 가사가 한마디로 죽여준다.
3.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선 일종의 교과서처럼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조니 미첼과 닐 영이 들린다면 팝 음악에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라는. 그러니 취향이 아니라고 여겨지시는 분들이라도 잠시나마 음악을 즐겨주시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bopboy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가수의 멋진 음악이네요.
    저에게 있어서 Joni Mitchell 이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유는
    Love actually 의 엠마 톰슨 에피소드 때문이기도 한데,
    크리스마스 분위기에서는 너무 슬프고 우울한 장면이긴 하죠.
    아름다운 음악이 담긴 CD가 때로는 잔인한 선물이 되기도 한다는...

    2007.12.20 13:59
  2. rainbowme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며칠째 같은 앨범의 'Blue' 만 반복해서 듣고 있었는데,
    김태훈님이 추천해 주시니 이제 'River'로 옮겨가야겠군요..^^
    즐겨들어오는 블로그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만나니 정말 반갑습니다.

    2007.12.20 18:22
  3. BlogIcon 박경희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울하면서도 뭔가 마음을 가라앉혀주네요~
    좋은 노래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007.12.20 23:21
  4. 후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개가 자욱한 오늘 ... 무지 어울리는 멋진 음악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이 마음으로 계속 가야겠습니다.
    역시 3M흥업이랑은 뭔가 통하는 군요
    연말의 흥청거림속에 내 몸뚱이 하나 더 보태고 싶지 않다는 거
    개인적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 팬인데요. 요즘 월요일은 빼놓지 않고 들을려합니다.
    (웬 아부*^^*)

    2007.12.21 10:44
  5. BlogIcon Fingeren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다...

    2007.12.21 13:54 신고
  6. 여자,신화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 Case Of you 선물로 받았는데...이 곡도 참 좋네요~
    요건 또 어디서 받아야 하남??ㅋㅋㅋ

    2007.12.21 14:32
  7. BlogIcon george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고등학교때 메탈아저씨들의 LP콜렉션에서도 조니미첼의 LP는 5장이나 있었는데. 난 이미 고등학교때 팝음악을 뗀것인가.. ㅎㅎ 오랜만에 너무 좋군요~~

    2007.12.22 20:50
  8. 익명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7.12.24 12:51
  9. 투덜이스머프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새 이 음악만 계속 듣고 있네요..
    조용한 밤에.. 저만의 공간에 갇혀 들으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근데 왜 들으면 들을수록 슬퍼지는 걸까요??
    오늘 하루 정말 힘들고 고난한 하루였는데 어느새 다 씻겨내려가네요...
    넘 좋아요~!

    2008.01.03 00:10
  10. BlogIcon springbreeze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You've got mail' 30번도 넘게 본 팬인데요. 볼 때마다 새로운 대사가 들려서 신기해하곤 하죠. 그 대사 생각은 나는데요. 그게 'River'의 가사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얼마 전에는 라디오에서 Neil Young의 'Running Dry(Requiem for the Rockets)'라는 노래를 듣고 단번에 계속 듣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쳐서 바로 제 미니홈피에 구입을 했어요.

    아.. 이 글 읽고 방금 Joni Mitchell의 'Blue'를 걸었습니다. 재작년에 아마존에서 산 건데... 그리고 이따가 'You've got mail'을 봐야 겠네요. 크리스마스는 아직 11개월 가량 남았지만 말입니다. ^^

    2008.01.20 13:40
  11. 뭉게구름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이 노래를 찾아 헤매다 이 곳까지 오게 됐네요.
    제가 이 노래를 찾은 이유는 한 동영상 때문이었는데요.
    얼마전 캐나다의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jeffrey buttle이 이 노래를 배경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아이스 쇼 무대에 선 동영상을 봤거든요.
    노래 분위기가 너무 편안하면서도 맑은 느낌이라
    여러가지가 궁금했었는데 그 노래에 담긴 이런 에피소드까지 알게 되니 너무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
    그리고 좋은 글들이 많네요.
    앞으로도 종종 들르겠습니다. ^^

    2008.12.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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