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남고 싶어 안달이 난 한 메시아스러운 인간의 사투기 <나는 전설이다>가 예상대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덴젤 워싱턴과 더불어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백인급 흑인'으로 대우 받는 윌 스미스의 '좀비도 사랑합시다' 원맨쇼가 지난 주말 한국에서 끌어들인 관객수는 물경 96만 2천여 명. 지난 8월 초 <디워>가 개봉 첫 주말 295만 명이라는 초특급 오프닝을 기록한 뒤 4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다. 마음 먹고 들이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이길 장사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원작의 성찰적 비관주의를 할리우드 답게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에 둔 인류 구원의 영웅 신화로 각색한 것을 두고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어쨌든 "언 넘이 감히 지가 전설이래?" 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할리우드는 이래저래 메시아에게 진 빚이 많다. 물론 리처드 매드슨의 원작을 훼손한 빚은 입 씻겠지만 말이다.
<나는 전설이다>의 뒤는 한국형 화장실 유머의 대표 시리즈 <색즉시공 시즌2>가 이었다. 전편인 <색즉시공> 역시 할리우드 판타지가 기승을 부리던 연말 시즌에 개봉해 몇주째 2위를 고수하며 짭짤한 장사를 한 바가 있는데, 첫 주말 누계 관객이 단숨에 70만 명에 육박했으니 전편의 배급 타이밍까지 그대로 답습한 결과가 썩 좋았다. 영화적으로는, 낯뜨거운 설정을 코미디로 포장하면, 그 낯뜨거움이 상쇄된다는 <아메리칸 파이>적 접근 방식이 다시한번 제대로 먹힌 셈이다. 화장실 유머의 수요층을 찾아낸 것은 전적으로 <색즉시공>의 공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관객들이 돌아온 <색즉시공>을 이처럼 열렬히 환영할 줄은 미처 몰랐다.
두 영화의 개봉으로 극장가는 일거에 연말 성수기로 돌입했다. 한 주 전보다 관객수가 무려 50% 가까이 증가했으니 극장들이 두 영화에만 8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할애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설경구와 김태희 주연의 <싸움>은 사실상 실패했다. 두 배우의 이름값에 비하면 첫 주말 26만여 명의 관객수는 차라리 처참한 성적이다. 관객들이 두 사람의 캐스팅 조합에 특별히 흥미를 느끼지 못한데다, '너무 많이 본 여자' 김태희를 극장까지 가서 봐야 할만큼 그 이름값의 실제 가치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김태희가 계속 배우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한번쯤 자신의 이미지 전략을 재고할만한 시점이라는 걸, 저 민망한 스코어가 대신 말해주고 있다.
서울 관객수 기준 주말 박스오피스(2007.12.14~16)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주말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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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나는 전설이다 127/389 270,100 962,600
2위 색즉시공 시즌2 89/427 130,000 668,000
3위 어거스트 러쉬 57/212 90,000 1,343,000
4위 싸움 76/360 55,400 264,000
5위 세븐 데이즈 57/232 37,200 2,037,700
6위 색, 계 47,166 28,000 1,774,000
7위 헤어스프레이 44/173 27,100 300,200
*서울 관객수 1만 명 이상 동원 작품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서울/전국) 서울 주말 전국 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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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나는 전설이다 127/389 270,100 962,600
2위 색즉시공 시즌2 89/427 130,000 668,000
3위 어거스트 러쉬 57/212 90,000 1,343,000
4위 싸움 76/360 55,400 264,000
5위 세븐 데이즈 57/232 37,200 2,037,700
6위 색, 계 47,166 28,000 1,774,000
7위 헤어스프레이 44/173 27,100 300,200
*서울 관객수 1만 명 이상 동원 작품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