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말하는 동거 Vs. 결혼

애경's 3M+1W 2007. 12. 9. 23:4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다음 블로거 뉴스 홈을 보다보니 <2007 블로거기자상 네티즌 투표>라는 걸 하더군요.
세 마초 아저씨들의 '거침없는 하이킥' 덕에, 이 곳 3M흥업도 서른 개 후보 중 하나로 위풍당당 등극해 있더군요. 주인장들이 하면 민망할터이니 선거운동은 깍두기인 제가. ㅋㅋ
자자, 선거철을 맞아 3M흥업의 팬(?) 분들도 귀중한 한 표 행사해 주시길 부탁드림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event/2007award/poll.html)


해당 페이지에 제 데뷔포스트였던 '서른 즈음 동거.....'가 있길래 다시 한번 읽게 됐습니다. 댓글들까지 꼼꼼히 말이죠. 당시 그 글은 여자인 제 입장만 적어놓았던 글이라,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 포스트에 대한 남자 입장을 '그'의 동의 하에 옮겨봅니다. 참고로 다음 글은, '착한 남자'가 쓴 동거vs.결혼에 대한 소견입니다. '나쁜 남자'의 생각은 아래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거남녀, 기묘한 한 지붕 아래 두 가족

동거가 결혼보다 좋은 이유는 그래도 아직 결혼만은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다시 말해 ‘싱글’의 크래딧을 유지한 채 ‘총각’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언제든 깨끗하게 ‘남남’이 될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동거를 시작한지 2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나는 점점 결혼에 대한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째서 나는 느닷없이 결혼을 원하게 됐던 걸까. 생각해보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동거가 ‘손해 보는 장사’ 처럼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부부처럼 함께 생활하고, 부부처럼 당당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부부처럼 익숙하게 살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은 늘 죄인의 심정처럼 찝찝하기만 했다. 아무리 억지로 허락은 받아냈지만, 남의 집 귀한 딸을 결혼도 하지 않고 몇 년씩 데리고 산다는 것이 우선 마음에 걸렸다. 한번도 들은 적 없지만, 그녀의 집안 어른들께서 ‘나쁜 놈~ 못난 놈~ 염치도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손가락질이라도 퍼붓는 것 같았고, 명절이나 생신 때 그녀의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나야 하는 때면 나는 더 예민해져 안절부절 해야만 했다.

호부호형 하지 못했다는 빌미로 집을 떠난 홍길동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시절이었다. ‘장인어른’을 장인어른이라 부르지 못하고, ‘장모님’을 장모님으로 부르지 못하는 처지는 그야말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와 같을 뿐이었다. 당신들의 딸과 부부처럼 지내건만 한 번도 ‘이서방’ 하고 살갑게 불러주지 않는 어른들이나 ‘이모부’가 될 사람인데도(실제로 이모와 살고 있음에도) 굳이 ‘삼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족보로 칭하는 조카들도 야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아저씨’라고 불리질 않은 걸 다행으로 알았어야 했나? 아무튼, 갖출 것 다 갖추고, 할 것 다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위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한을 푸는 길은 오직 결혼뿐이었다.

법적인 부부가 되질 않았기 때문에, 신혼부부에게만 해당되는 주택융자금 대출이라든가, 소득공제 혜택, 항공권 마일리지 합산과 같은 여러 가지 권리로부터 외면 당해야만 했던 현실도 나를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으로 밀어 넣는 원인을 제공했다. 신혼여행을 가고 싶다는 열망도 한 몫 했다. 결혼식은 두려웠지만, 남들 다 가는 신혼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건 정말 손해 중에서도 너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와 내가 농담 반 진담 반 진지하게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게 된 계기가 바로 신혼여행이었던 것 같다. 결혼식만 치른다면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장기간 휴가 보내주지,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박수 치며 축하해주지, 부조금과 용돈 쥐어주며 휴가비 지원해주지, 여행지에서 신혼부부라고 대접 받지… 결혼을 하지 않는 게, 그래서 신혼여행도 챙겨먹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게 너무나 미련한 짓처럼 느껴졌다.

결혼은 남자를 보다 성숙하게 만든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더 성숙해지고, 성장할 필요는 없지만 결혼으로 한 뼘 커진 남자의 삶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삶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다. 결혼이 가져다 주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평생 짊어져야 할 숙제처럼 무거운 짐이 되겠지만,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평생의 동반자, 어떤 상황에서도 기꺼이 내 편이 되어줄 가족이 생긴다는 것. 그건 그 어떤 복권에 당첨되는 것 보다 뿌듯한 일이다. 그러므로 멋진 남자들, 이 땅의 멋진 아버지들은 가장의 역할을 ‘아름다운 책무’라 말하며 기꺼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아주 멋있게. “괜찮은 남자들은 죄다 유부남이야, 다들 결혼해 버렸다니까…” 엊그제 회사 앞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미녀들의 대화를 살짝 엿들었다. 그녀들의 이야기에 100% 공감한다.

* 이 글에 대응하는 여자의 의견이 궁금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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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밖에도 동거의 구체적인 장점과 단점, 커밍아웃의 문제, 적과의 동침이 될 수도 있는 한 이불 속 생활 등에 대한 보다 생생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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