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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에 유독 많은 걸까요? 서른 언저리, 그리고 서른을 훌쩍 넘어서도 '솔로' 상태인 그녀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자발적 '솔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 '솔로'라는 거지요. 주변에 멀쩡한 남자들은 다 게이 아니면 유부남, 소개팅 상대인 그 남자는 번번이 '어딘가 하자'입니다. 곰팡내 나도록 지긋지긋한 싱글 생활 청산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요.

전 그녀들에게 말합니다.
"딱 한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자진해서 콩깍지를 뒤집어 써야 한다니까!"

이상형? 그런 거 없어, 라고 말하는 여자들이 더 까다롭습니다. '그런 거' 한 둘쯤은 있어줘야 남자 만나기가 더 쉽다는 얘기죠. 재력이면 재력, 인물이면 인물, 성품이면 성품.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좀 과장하자면, 남자들이 여자를 보다 쉽게 만나는 이유도 바로 이 겁니다. 미성숙한 남자들은 '여자의 외모(얼굴+가슴+힙 etc.)' 조금 성숙한 혹은 배우자를 찾는 남자들은 '여자의 성품(외 요리솜씨, 다산형 체형도 선호한다고 하더군요)'을 집중적으로 봅니다. 그리고 일단 그 기준에 어느 정도 충족한 여자에겐 '여지'를 남기거나 사정없이 들이대죠. 남자들은, 이성을 만날 때 상대적으로 여자만큼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엔조이 상대를 고를 땐, 더더욱 말할 것도 없지요.)  

오래도록 혼자인 여자들의 심리는 이겁니다. 내 영역 안의 모든 것들이 침범당하는 걸 참을 수 없는 거죠. 그것이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고수돼왔던 것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구요.
"지금도 별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문득문득 외롭다는 느낌 때문에, 가끔 타인의 시선 때문에, 굳이 지금의 평화를 깨고 내 영역 안에 누군가를 들일 생각을 하면 너무 끔찍해! "
그렇습니다.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조금도 변화하지 않은 채로, 누군가를 만날 수는 없는 겁니다. 사랑하기 위해선, 사랑에 빠지기 위해선, 아깝더라도 버려야 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얘기입니다.

재미삼아,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을 꼽아봤습니다.

아, 물론 제가 여자이다 보니, 여자 입장에서 꼽았지요 ^^

1 하얀색 브래지어와 검은색 레이스 팬티 같은 짝짝이 속옷 조합. 낡아서 허름해진 할머니 고쟁이 수준의 팬티나 와이어가 삐져나온 브래지어도
2 눈곱도 안 떼고 잠옷차림 그대로 침대를 뒹굴며 <행복빌라 301호의 연인>을 읽던 일요일 오후
3 반쯤 잘려나간 눈썹이나 각질이 일어난 입술도 아랑곳 않는 노 메이크업의 배짱
4 겨드랑이와 다리의 털을 깍지 않고도 버틸 수 있던 겨울
5 무방비 상태로 흘러내리는 사전 두께의 뱃살

6 좌우 1.5의 시력(한 사람과 오래 가려면 슬슬 눈이 나빠져야 견딘다)
7 커플 모임에 번번이 불참할 수 있는 결정적 이유
8 나이트 부킹 시 외면해야만 하는 뜨거운 시선들. 그리고 원나잇 스탠드도
9 평소 호감을 가졌던 거래처 훈남 직원과의 가슴 설레는 저녁 식사
10 빅사이즈 햄버거 런치세트 후 즐기는 배스킨라빈스 초콜릿 더블!

11 출장 길 나만을 위한 쇼핑라인
12 4시간 풀 타임으로만 들을 수 있는 주말 영어회화 수업
13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터프하고 정의로운 의협심
14 YTN과 디스커버리 채널을 좋아하는 그가 유독 싫어하는 일일 드라마
15 커플링 분위기와 걸맞지 않은 엔티크한 주얼리들

16 자유롭던 퇴근 직후의 모든 시간
17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잡던 약속
18 테니스나 야구, 축구 규칙에 대한 무관심
19 당신의 조카와 소개팅 주선하겠다는 사장님의 제의
20 섹스와 피임에 대한 무관심

21 백화점을 집어 삼길 듯 강렬한 아이쇼핑 욕구
22 <베오울프>가 아닌 <라비앙 로즈>를 선택하는 영화 취향
23 완벽한 가무실력을 뽐낼 수 있던 노래방(그가 노래 부르기를 끔찍하게 싫어한다면)
24 무덤에까지 가져가려 했던 쌍꺼풀과 코 높임 수술의 비밀
25 카페에서 커피 넉 잔 리필하며 수다 떠는 영양가 있는 시간

26 곱창보다는 초밥을, 추어탕보다는 리조또 메뉴를 선호하는 입맛
27 개고기는 전골보다 무침이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취향
28 주드 로의 그윽한 블루 아이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순간
29 정상위로 피스톤 운동만 반복하는 그에게 “사포질 하냐”며 면박할 수 있는 용기(사실대로 말하면 그는 상처받을 테니)
30 근사한 레시피를 맛보기 전,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들 수 있는 여유

31 지하철에서의 독서(그의 애마 보조석에선 독서가 불가하므로)
32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떠나는 동남아로의 도깨비 여행
33 팬티 고무줄보다 질긴 고집
34 다니엘 헤니의 다크 초콜릿 미소를 보는 순간 조용히 새어 나오는 감탄
35 별다른 기념일이 아닌데도 가끔 꽃바구니를 배달받는 동료에 대한 부러움

36 솔로부대를 탈출하기 전까지 유지했던 무적 체력
37 착하고 순진한 딸 노릇
38 패션 스트리트를 지날 때 쇼 윈도우를 탐미하던 느린 시선
39 술만 들어가면 눈에서 물이 나오는 기인열전
40 기분전환에 유효했던 새빨간 립스틱

41 아찔하게 높고 짧은 스틸레토 힐과 초경량 미니스커트
42 악어, 뱀, 얼룩말의 거죽을 가져온 아이템들에 대한 집착
43 여성 전용 찜질방의 맥반석 계란과 미역국
44 정성스럽게 칠한 검은색 매니큐어
45 3일 안감은 떡진 머리에 추리닝 입고 비디오 대여점 주인장과 나누던 만담

46 옛 사랑의 추억
47 일정량의 자존심
48 애완동물과의 즐거운 한 때
49 내 일에 대한 온전한 열정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
50 이현우 콘서트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저녁

51 솔로우대, 여성우대, 물 좋은 파티들
52 완전한 고립이나 나락으로 빠져들고 싶은 욕망
53 남자친구의 것을 능가하는 연봉을 과시하는 일
54 흡연의 자유
55 동료들은 죄 멋지다고 칭찬한 ‘폭탄’ 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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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의 일부는 <사랑할 때 ~> 개봉 당시, 엘르에 기고했던 원고에서 발췌했음을 밝힘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_-)b  수정/삭제  댓글쓰기

    굿이네여

    2007.11.20 19:32
  2. flower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하하 재밌습니다 ^^ ㅋㅋㅋ

    2007.11.20 20:36
  3. BlogIcon 열심히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마음에 쏙쏙 와닿네요. 그리워라 쏠로 생활이여~~ 크크
    특히 혼자 딩굴거리며 마음내키는대로 책 읽어대기... 나만 좋아하는 영화보기 같은건 솔로일때만 가능한 진짜 자유가 아닐까 싶어요.. 뭐 이것에 대응할만한.. 커플일 때만 얻는 기쁨도 있긴 있지만요 ^^
    잘 읽고 갑니다.

    2007.11.20 20:57
  4. 조경미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혼자 야근하다말고 낄낄대며 봤답니다. 뭐 다른글들처럼
    영양가 없겠지 하고 읽어내려가던게
    어쩜 이렇게 공감섞인 탄성이 터져나오는지.
    사실 1번부터 너무 공감 ㅋㅋㅋㅋㅋ 계속 공감 공감 또 공감
    후.... 정말 가끔 솔로생활이 너무 그립답니다.
    글 재밌게 보고 갑니다~^^

    2007.11.20 21:56
  5. BlogIcon 靑猫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되는 게 꽤 있네요.

    으하하-_ㅠ

    2007.11.20 23:22
  6. 마도로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넘후 공감가네요 으하하 좋은 것도 많이 얻었으니, 슬프지만은 않아!!

    2007.11.20 23:39
  7. BlogIcon 병아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육즙 묻어 나는 스테이크 대신 죽어도 한 점 못 먹던 삼겹살을 맛나게 먹는 내 자신을
    술 마신 그를 위해 당연스레 차 몰고 일주일에 한 세 번씩은 픽업하러 가는 내 자신을
    손톱도 모자라 발톱도 잘라 달라는 그를 위해 늘 손톱깎이를 들고 다니는 내 자신을
    가끔은 이런 내 자신을 버리고파!!

    2007.11.21 05:32
  8. cleric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되네요~
    근데 어쩐지 슬프군요..ㅠ
    전 요즘도 검정색 매니큐어와 폭탄파마를 하게 해달라고 조르는 중입니다^^

    2007.11.21 11:18
  9. 지금 말한 30대 싱글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공감합니다. 제가 바로 그런 여자거덩요~ ^^
    근데 문제는 가끔 외롭고, 익숙해져서 혼자인 상태를 탈피할 의욕을 상실했다는거...
    그래서 그 버려할 55계명을 계속 유지하나 봅니다. 닭과 달걀의 상관관계겠지만...아무래도 눈에 깍지가 씌여서 변화의 동기가 부여 되기 전까지는 유질 될 듯합니다. ^^

    2007.11.21 11:32
  10. 신출괴물  수정/삭제  댓글쓰기

    퍼갑니다

    2007.11.21 13:26
  11. BlogIcon 선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공감.
    맞아요, 요즘만 솔로인줄 알았는데 저 중에 적어도 반이상은 포기할 자신이 없는 걸 보니 전 영원히 혼자 살 팔자인가봐요.

    2007.11.2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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