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인 멜로디

영화 이야기 2018. 2. 22. 12:50 Posted by cinemAgora

3월 1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장고 인 멜로디>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즈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 프랑스 뮤지션 장고 라인하르트의 일화를 재연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되고, 그와 '핫클럽 5중주단'은 독일군이 강요하는 연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독일군은 악단에게 다음과 같이 가이드 라인을 지시한다.

"식사 중엔 피아노만 연주한다. 대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화성 장음계면 더 좋다. 블루스는 안돼. 즉흥 연주는 금지돼 있어. 알레그로와 프레스토는 자제해. 당김음은 5% 미만으로. 독주는 5초를 넘기면 안돼."

재즈의 대가였던 장고에게 이런 지침은 사실상 모욕이다. 그러나 파시즘의 논리는 예술에 자율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정교하게 통제한다. 예술 자체의 저항성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예술이 선동의 매체가 될 수 있음 또한 잘 알기 때문이다.

엄혹한 시대에 예술가들은 곧잘 선택을 강요당한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그 사례가 많듯, 누군가는 순응하고 누군가는 저항한다. 처음에 저항을 선택했던 장고는 결국 강요에 못이겨 연주에 참여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순응이 아니었다.

야만의 시대는 예술을 문명인의 외피를 두른 야만인들의 '배경'으로 동원한다. 장고에게 강요된 임무도 바로 그렇게 배경으로만 존재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고는 알고 있다. 진짜 예술은 예술가가 주인이 되는 것이라는 걸.

장고가 단순한 테크니션이었다면 이런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겐 예술혼이 있었고, 그것은 수많은 후예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이 영화는 위대한 예술가 장고를 통해 수만 번 되풀이되어도 부족할 진리에 방점을 찍는다.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체제, 모든 권력과 불화하는 것, 그게 예술의 정체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한국의 문화계에서는 예술가들이 추악한 꼬마 권력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 독일군 장교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장고에게 묻는다.

"당신이 음악을 알아?"

장고가 말한다.

"아니요. 음악이 나를 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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