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의 저명한 뉴스 프로그램 '60분‘의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는 굵직한 특종을 많이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2004년 부시 전 대통령의 재임 선거를 앞두고 대형 특종의 냄새를 맡게 된다. 그것은 바로 부시 전 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을 기피하기 위해 아버지 부시의 인맥을 동원해 일부러 공군 조종사가 된데다, 훈련조차 불성실하게 했다는 것.
현직 대통령의 군문제를 파헤친 이 특종은 결국 전파를 타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녀가 입수한 증거들이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져 나온다. 그리고 오히려 '60분' 팀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된다.
영화 <트루스>는 말 그대로 ‘진실’이라는 뜻이다. 영화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벌어진 방송 저널리즘의 한 의미심장한 실제 사건에 주목한다. 요컨대 가장 자유로워야 할 언론조차 경쟁사의 깎아내리기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경쟁사들은 심지어 메리 메이프스의 정치적 성향까지 문제 삼았다. 그녀가 부시를 원래 싫어했기 때문에 악의를 가진 짜맞추기 취재를 했다는 식이다.
이 영화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게 언론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증거의 조작 여부를 놓고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정작 부시 전 대통령의 군 시절 비리에 대한 진실은 증발되고 마는 상황, 그러니까 취재 방식의 타당성 논쟁의 늪에 빠져 진실이 묻혀 버리고 마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이건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두고 벌어진 MBC와 YTN의 공방과 매우 유사하다.)
케이트 블랜쳇이 실존 인물 메리 메이프스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모처럼 중견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앵커 댄 레더 역을 중후하게 연기했다.
(참고로, 이 보도에 간여됐던 이들은 모두 부시 재임 직후 CBS에서 해고되었다. 한편, 황우석 강압 취재라는 대형 오보를 지휘했던 YTN 보도국장은 퇴사후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