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이 더 많거나 알아도 작품은 보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미국의 팔순 노인네 영화 감독. 영화만큼이나 수다스럽고, 사실은 욕정의 노예들이면서 있는 척 고상한 척 하는 것들을 냉소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블랙 코미디의 대가.
그가 신작을 냈습니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8월 20일 개봉). 요 노인네가 케이트 블린챗 주연의 <블루 재스민>이라는 작품을 내기 전에 유럽을 한바퀴 돌면서 영화를 네 편이나 만들었죠. 런던 배경의 <매치 포인트>, 바르셀로나 배경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파리 배경의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배경의 <로마 위드 러브>. 영화 내용을 시간 순으로 가만히 정리해 보면, 치정극에서 삼각 관계로, 시간 여행의 로맨스로, 지지고 볶는 사랑의 풍경으로, 어쨌든 '사랑'이 키워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이 먹으면 그저 남는 게 '사랑'일까요.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도 말년에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같은 작품에서 에로스의 위대함을 설파한 적이 있으니, 인생의 종착 지점에서 얻는 불변의 진리는, "역시 인간은 사랑 없이는 못살아"인 것 같습니다.
<매직 인더 문라이트>도 유럽이 배경이고 역시나 로맨스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이성과 과학의 추종자인 마술사 스탠리(콜린 퍼스), 어느날 친구로부터 기가 막힌 여성 심령술사가 있는데, 아무래도 트릭을 쓰는 것 같다며 스탠리에게 그녀가 사기꾼임을 폭로해달라는 부탁을 받죠. 냉큼 달려가 만납니다. 이제부터 이성의 화신 스탠리와, 세상에는 이성과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영적 세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소피(엠마 스톤) 간의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아뿔싸! 영화 제목이 암시하듯, 둘 사이에 매직, 즉 마법과 같은 순간이 벌어집니다. 거기에 대해선 다들 빤히 짐작하시겠지만 스포일러 유포자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말을 줄이겠습니다.
영화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딱 우디 앨런 표 영화입니다. 동시에 그가 점점 더 사랑의 추종자가 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예의,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렇게 힘을 주거나, 별 다른 드라마틱한 장치 없이도, 관객들을 푹 빠져들게 하는 신묘한 매직을, 우디 앨런은 구사합니다. 아마도 21세기에 고전 영화를 보는 기분을 들게 만드는 감독은 그가 유일할 것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입니다. 재즈의 시대죠. 요즘 남녀들도 그때처럼 옷을 입고 다니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물들의 패션이 증말이지 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