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에도 여러 버전이 있지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게 가택 침입 버전입니다. 평화로운 가정에 정체모를 누군가가 침입한다는 설정 속에서 공포를 끄집어내는 전략입니다. 가장 안락해야 할 집이 공포의 현장으로 변모한다는 건 누가 상상하든 가장 끔찍한 두려움일 테니까요.한국영화도 이를테면 지난해 여름 흥행에 성공한 <숨바꼭질> 같은 영화가 그런 버전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죠.
8월 7일 개봉하는 미국산 공포 영화 <유아 넥스트>도 그런 버전의 호러물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뭔가 색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피해자가 순식간에 호러의 주체로 변모한다는 것입니다. 뭔 말인고 하니, 집안에 갇혀 정체 불명의 침입자들에게만 당하던 피해자들 가운데 한 명이 침입자들을 하나 하나 제거하는 과정에서 전복의 쾌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게다가 그 당사자가 가녀린 듯한 여성이니, 더욱 전복의 쾌감은 커집니다. 가녀린 여성치고는 참으로 스플래터스러운 방식으로 침입자들을 무찌르니, 그 잔혹한 방식의 정당 방어가 묘한 통쾌감마저 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