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해적>군도

영화 이야기 2014. 7. 24. 17:11 Posted by cinemAgora

올 여름 개봉하는 한국 사극 영화 세 편이 잇따라 뚜껑을 열어 보였다. 모두 제각각의 개성과 장점이 있는 작품들이라 수평 비교를 하긴 쉽지 않겠지만, 내 기준으로 세 작품의 완성도 순위를 매기라면, '명량=해적>군도' 쯤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군도>와 <해적>은 전형적인 오락영화적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구석이 많다. 각각 조선 후기와 초기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도적 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시대극들이 대개 왕조사나 지배 계층 내의 권력 암투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관행과 달리 두 영화 모두 봉건 체제의 모순에 맞서는 백성의 저항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민중사적 관점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오락영화로서 <군도>가 액션 활극의 쾌감에 방점을 찍었다면, <해적>은 코미디에 방점을 찍고 있다. <7급 공무원> 등 코미디에 일가견을 보인 바 있는 천성일 작가가 각본 작업에 참여한만큼, 유해진 등을 앞세운 폭소 전략이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선박 위에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액션 활극의 재미도 <군도>에 밀리지 않는다. 

<명량>은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재구성한 정극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두 작품과 좀 다른 차원에 놓여 있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가 묘사한 바 대로 이 영화의 역사적 아이콘 이순신은 비상한 능력의 장수이자 전쟁 상황 앞에서 실존적 고뇌에 빠져 있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쨌든 러닝 타임의 절반 가까이 이어지는 명량 해전 장면의 세공력은, 비록 일부 풀샷에서 그래픽의 티가 슬쩍 드러나긴 하지만, 썩 훌륭한 편이다. 

<군도>가 통쾌하다면 <명량>은 비장하고, <해적>은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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