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감독 실뱅 쇼메, 7월 24일 개봉)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로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과연 영화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말을 하지 않는 남자 폴이 주인공이다. 두 명의 이모와 함께 사는 그는 두살 때 부모를 잃었다. 이모들이 운영하는 댄스교습소에서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 서, 그는 우연히 이웃에 사는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게 된다. 마담 프루스트는 집 안에 온갖 나무와 화초를 기른다. 그리고 가끔씩 그녀를 찾는 손님들에게 50유로를 받고 잊어버린 기억 속으로 안내하는 신비로운 차를 내준다. 폴도 차를 마신다. 그리고 두살 이전의 기억, 그러니까 까맣게 봉인됐던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어떤 기억은 매우 화사하다. 그러나 어떤 기억은 매우 참혹하다. 그럼에도 그가 기억과 조우하는 것은,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분히 동화적인 화법으로 풀어나간 일종의 판타지이다. 여기에 폴이 봉인된 기억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뮤지컬의 향연이 펼쳐진다. 기억은 음악을 통해 되살아 난다. 아니, 기억은 음악과 만나 재구성된다. 사실 어떤 기억이든 과거 상황의 정확한 재현(再現)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지금의 욕망과 결핍이 투영된 재연(再演)으로써 현재적 의미를 획득한다.

다시 마르셀 프루스트의 표현을 빌어 말한다면, 기억이라는 약국에 내민 손에 잡힌 것이 진정제든, 독약이든, 중요한 것은 기억과 정면으로 대면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왜곡되거나 잊고 싶은 기억과 정면 승부를 펼쳐 끝내 화해하는 것이다. 기억으로부터 도망칠수록, 미스터리한 우울이 현재의 자아를 삼켜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은 그 이치를 화사하고도 유쾌하게 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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