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돌이켜보니, 올 상반기 한국영화의 성적표가 상당히 초라하다.
연초 <변호인>이 천만을 넘기고, <수상한 그녀>가 설 명절 특수를 톡톡히 누린 것을 빼면 이렇다할 흥행작이 가물가물하다.
<역린>은 체면 치레를 했지만, 다른 작품들은 거의 대개가 중박 아니면 쪽박이다. 기대를 모았던 이정범의 <우는 남자>는 쫄딱 망한 수준이다. 할리우드가 <노아>에 이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으로 파상 공세를 펼친 데 반해 한국영화는 상당히 무기력해 보인다. 이런 상황은 <군도>나 <명량>이 개봉하는 7월 말까지는 계속될 것 같은 분위기다.
나는 많은 언론들이 관성적으로 그러는 것처럼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대결 구도로 영화 지형을 보는 프레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가 더 좋은 영화를 내놓는다면 거기에 관객들이 몰려가는 게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권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의 양적/질적 수준은 '우리의 것'이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또 한번 지금 한국영화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물을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는 최근 몇년 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단 한 편도 초청되지 않았다. 칸이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표는 될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임권택과 이창동, 김기덕과 홍상수 등을 이을만한 작가주의 감독들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의 제작 환경이 자기 목소리를 가진 창작자들을 옥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른바 '작가적 상업영화 감독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봉준호나 박찬욱은 일찌감치 대자본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 엄친아가 됐다. 때문에 한국영화에 대한 외국 평단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한마디로 한국영화에서 2천년 대 초중반과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작가주의 진영의 사정이 그렇다면, 대중영화 진영에서라도 실적을 내놓아야 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올 상반기는 입증해 보인다. 명예를 얻지 못하면 돈이라도 벌어야 할텐데, 그게 또 그렇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한국영화가 오로지 돈을 위해 달려온 결과라고, 나는 믿는다.
<우는 남자>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시나리오가 투자를 받고 제작될 수 있는지 의아했다. 시나리오 선구안이 없으니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에 의존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배급과 마케팅이 열심히 관객들을 낚아 줄 터이니 말이다.
여전히 아마추어다. 아마추어들이 영화의 돈줄을 쥐고 있다. 그 고리가 끊기지 않는 한, 한국영화는 늘 사상누각의 처지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