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2007] <숨> 야외무대 후기

영화 이야기 2007. 10. 5. 14:47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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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에서의 첫 무대 인사는 <숨>의 두 주연배우였다. 행사장 주변의 대기실에 갔더니, 지아는 벌써 와 있고, 하정우는 좀 늦었다. 덕분에 행사가 약 10분 늦게 시작됐다.  

김기덕 감독의 <숨>은 알다시피, 시장에서 참패한 영화다. 내가 알기로 1만 명도 안들었다. 언론에는 꽤 자주 오르락 내리락하는 김기덕이지만, 영화만큼은 한국 시장에서 이렇다할 돌파구를 뚫지 못하고 있다. 개봉을 앞둔 영화의 홍보를 위한 자리도 아니고, 이미 시장에서 패퇴한 영화를 다시 불러내 그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것이야말로 영화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무대 인사의 첫 주자로 <숨>을 고른 것은 영화제측의 나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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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바로 이곳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용서받지 못한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하정우는 이미 김기덕 감독과 두 차례 호흡을 맞췄고, 김진아 감독의 <두번째 사랑> 등 무슨 작심이라도 한 듯 비주류 영화에만 출연하며 꽤 긴 호흡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20대 배우"라고 했더니, 기분 좋은 표정 뒤에 "저 30대인데요."하면서 차근차근 포털 사이트의 잘못된 나이 정보를 바로 잡아준다.

지아는 <해안선>의 미친여자로 김기덕과 인연을 맺은 뒤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이어 <숨>까지 내처 달려왔다. 내면에 복잡한 사연을 간직한 듯한 독특한 느낌이 구구절절한 설명을 좋아하지 않는 김기덕의 영화 세계에 잘 부합됐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사형수 장진 앞에서 사계절에 관련된 노래와 퍼포먼스를 펼치는 그녀에게 노래를 한 곡 불러 달라고 할 참이었다. 이왕이면 하정우와 함께 부른 '눈이 내리네'를 둘이 함께 부른다면 더 좋았을텐데, 보기보다 수줍음 많은 하정우가 미리 손사래를 쳐 미수에 그쳤다.

아무튼 규모와 흥행의 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좋은 감독들과 함께 좋은 영화에서 작업하려는 이들의 노력에 흔쾌히 경의를 표하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스포트라이트의 쾌감보다, 작품의 쾌감에 취하길 좋아하는 배우들에게 더 세게 박수를 쳐야 한다.  적어도 영화제에서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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