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별별 이야기 2011. 10. 23. 17:1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오랜만이다. 과장 섞어 백 만 년만이다.
자궁같은 이 공간에 오랫동안 흔적을 남기지 못한 것은, 순전히 게으름 때문이다.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잊어버렸다.
이 곳을 떠나서도 꾸준히 글쓰기는 이어졌지만, 그리 만족스럽진 못했다는 것도 고백한다.

히피로 살려고 했는데, 또 누군가가 불러내 버렸다. 이 게으른 중년을.
어찌되었건, 다시 시작해 볼까 한다.



<모든 곳에 정치가 있음을 탄식함>
  
* 이 글은 '무비위크 no.499'에 실은 글입니다.


‘정치의 목적은 대중이 정치를 잊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고 적어도 나는 믿는다. 그런데 요즘 정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겹겠지만 영화 <도가니>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SNS의 우스갯소리 중에 ‘영화 <도가니>가 검찰인가요, 청와댄가요?’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아실 것이다. <도가니>의 극장 흥행이후, 그만뒀던 수사하고, 학교 인허가 취소하고, 법규 만든다고 난리다. 모두가 물어보고 싶어 하는 얘기 한 번 더 묻는다.

“영화 안 만들었으면, 그냥 있으시려고 하셨나요?”

예술은 미(美)를 추구한다. 미란 아무런 목적성 없음에 기인한다. 미가 책임을 갖고 무엇인가를 위해 기능하기 시작하면 순수한 예술의 미는 사라져버린다. 심지어 예술의 영원성은 애당초 글러버린다. 참여문학의 시대와 반전음악의 세대들은 더 이상 미학적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들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진 예술이었고, 결국 그 시대가 사라짐과 함께 동반 퇴장했기 때문이다.

이 쯤 해서 걱정이 된다. 다시 영화 <도가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작법이나 태도에서 몇 몇 비판의 지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이상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도가니>가 가져온 사회적 반응과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읽혀지는)으로 인해 영화의 경계선을 벗어난 무엇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누구도 영화 <도가니>를 보고 영화를 논하지 않는다. <도가니>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비상식과 정치적 무능함에 분노하는 하나의 단서로써만 존재한다. 결국 영화, 예술은 사라지고, 모 방송국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향하는 목적만이 남게 되었다.

이것은 비극이다. 영화가 영화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대중을 만난다는 것은. 물론 많은 예술 작품들이 시대의 우울과 부조리에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이다. 그런 역사가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예술의 목적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영화 <도가니>가 아니다. 이야기가 가진 휘발, 폭발성에 의해 영화-미학적으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상실해버렸으니 영화 <도가니>는 어쩌면 또 다른 피해자다. 그리고 이 웃기는 뒤죽박죽 상황을 만들어 낸 일등공신은 현실의 정치다.

잠깐만 SNS를 들여다봐도 가장 뜨거운 담론과 논쟁을 이끌어 내는 것엔 정치가 있다. ‘나꼼수’와 ‘진중권’과 ‘박원순’과 ‘나경원’이 있다. 한 편에선 시민사회의 고무적 현상을 운운한다. 물론 다수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변화의 동력이 된다는 것은 21세기 테크놀로지의 진보가 가져온 위대한 성과다. 스티브 잡스 옹에게 무조건 감사해야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시대의 이런 자화상은 무척이나 슬프다. 사람들의 대화와 콘서트와 영화와 소설과 코미디에까지, 모든 곳에 정치가 있다. 사람들은 싸울 것이고 결국 이길 것이다. 그러나 이 혼란과 분노의 시대를 지나 10여 년 쯤이 지났을 때, 어쩌면 기억할만한, 혹은 다시 서재에서, DVD 컬렉션에서 끄집어내어 볼만한 책, 영화, 혹은 기억 속의 추억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 편으론 이건 역설이다. 그러기에 이 슬픈 시대를 빨리 끝마치고, 순진한 예술이 오직 의미 없는, 목적 없는 쾌락을 떠들게 해주도록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
BLOG main image
3 M 興 業 (흥 UP)
영화, 음악, 방송 등 대중 문화의 틀로 세상 보기, 무해한 편견과 유익한 욕망의 해방구
by cinemAgor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87)
찌질스(zzizzls) (3)
영화 이야기 (702)
음악 이야기 (34)
TV 이야기 (29)
별별 이야기 (122)
사람 이야기 (13)
3M 푸로덕숀 (156)
애경's 3M+1W (52)
민섭's 3M+α (27)
늙은소's 다락방 (26)
라디오걸's 통신소 (1)
진영's 연예백과사전 (4)
순탁's 뮤직라이프 (10)
수빈's 감성홀 (8)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NM Media textcube get rss DNS Powered by DNSEver.com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3 M 興 業 (흥 UP)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Media
Copyright by cinemAgora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티엔엠미디어 DesignMyself!
cinemAgora'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