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사랑

영화 이야기 2007. 5. 21. 10:27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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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본 <내일의 기억>도 그렇고, 지난 2005년 일본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언젠가 책 읽는 날>도 50대 장년층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와타나베 켄이 주연한 <내일의 기억>은 일찍 찾아온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을 계기로 중년부부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안이 돼 주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언젠가 책 읽는 날>은 수 십년이 지난 뒤에야 서로를 향한 감정을 아주 짧은 순간 확인하게 된 어느 행복하고 불우한 50대 남녀의 애틋한 이야기다.

두 영화 모두 이른바 '50대 멜로'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 이런 유의 영화가 만들어질 뿐더러 시장에서도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황혼 이혼의 증가와 같은 일본적 사회 분위기에 대한 반대급부로 읽을 수 있을테지만, 인생에서 ''로맨스'라고 부를 수 있는 감정적 파장이 10대, 20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두 영화는 보여준다. 게다가 늙어도 저렇게 예쁘게 늙을 수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내일의 기억>의 히구치 카나코나 <언젠가 책 읽는 날>의 다나카 유코(아래 사진) 같은 배우들의 존재감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중장년층 배우들이 시대의 구미에 맞춘 코믹 이미지로 재부상하는 게 고작인 우리로선 더욱 그렇다. 흰머리가 늘어도, 보톡스 주사를 맞지 않은 주름살 얼굴이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포획됐을 때 사람의 표정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두 편의 영화는 웅변한다.

한국영화는 어떤가. 길거리에서 '사랑한다'를 소리 높여 외치는 걸 멋으로 아는, 에너지 과잉의 20-30대 로맨스만 존재한다. 애들이 불치병에 걸려 징징 짜고, 심지어 애들이 치매까지 걸려 오열한다. 삶도 제대로 모르는 애들이 영원한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서로의 몸을 어떻게 탐할 것인가만을 전전긍긍하는 리비도 과잉의 짝짓기 해프닝이다. 사랑이란 게 정녕, 그뿐인가?

사랑을 통해 삶을 더 깊게 볼 수 있다면, 아이들의 전유물으로 전락한 로맨스를 해방시켜야 한다. 어른들이 사랑하는 풍경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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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5월, 유치장에서...

별별 이야기 2007. 5. 20. 00:0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광주 동부 경찰서의 5평 남짓한 유치장엔 30여명쯤 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하지. 얼굴과 상의는 피범벅이요, 바지에는 군화발 자국이 곳곳에 찍혀 있었으니, 영락없는 좀비 몰골. 유치장 담당 형사가 보다못해 화장실로 데려가 씻으라길래 별 생각없이 씻다말고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본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유치장에는 학생들만 있는게 아니었다. 잡혀가는 학생들을 구해주려다 괘씸죄로 끌려온 '아저씨들'도 몇 명 있었는데, 이 분들이 걸작이었다. 처음에는 유치장이 떠나가라 수다로 소일하더니, 나중에는 우유팩을 잘라 연필로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라? 뭘 저리 열심히 그리나?  잠시후, 그들은 우유팩 화투로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고~ 스톱! 아...c-bar 쌋다...

고스톱 판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 나를 부르더니, 동부서 뒷쪽 병원으로 데려갔다. 병주고 약준다더니... 머리통 깨고, 이제는 꿰매준단다.  어쨋든, 3바늘쯤 꿰맨 것 같다. 그리고는 조사실로 이동. 드디어 내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사실, 백골단에게 잡혀 '닭장차'를 타고 오는 순간부터, 병원에서 바느질 당하던 순간까지 내 머리속을 짖누르던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들고 있던 철근.  당시, 시위하다 잡혀오는 학생들이 워낙 많다보니, 시위 방법에 따라 어느 정도 합의된(?) 형량이 있었다.

단순가담은 훈방. 투석은 구류. 철근 또는 화염병 소지와 투척은 구속. 나중에 재판을 받게 되면, 철근소지는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화염병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기본 형량이었다. 나를 잡은 백골단은 동부서에 증거물로 내가 들고 있던 철근에 내 이름까지 적어서 넘겨 논 상태이니, 꼼짝없이 구속에 징역형이겠지. 아~ ㅈ 됐다.

조사실로 들어가 담당형사의 책상앞으로 다가가니, 역시나, 내가 들고 있던 철근이 책상위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책상앞 의자에 앉아 질문을 기다리는 살 떨리는 순간, 뒷머리 상처가 욱신거리기 사작했다. 바로 그때, 전광석화처럼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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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별별 이야기 2007. 5. 19. 23:32 Posted by cinemAgora
초기 증상 때 요양원에 가야 한다.
보살펴 줄 사람을 확실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
요양원에 들어갈 만큼의 돈을 축적해 놓아야 한다.
고로 알츠하이머는, 웰빙 병이다.
오늘 일본영화 <내일의 기억>을 보고 든 생각이다.

기억 회로가 꼬여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마구 뒤섞인다.
감정 조절이 안되고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결국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고로 알츠하이머는 지랄 맞은 병이다.
그 병에 걸린 어머니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모두들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
손을 많이 쓰고, 책을 많이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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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의 추억

영화 이야기 2007. 5. 19. 17:2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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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1968, 조지 A. 로메로 감독)



'시체'. 이거 참 으스스한 단어죠?  제가 공포영화광이거든요. 뭐, 다른 영화들도 좋아하긴 하지만, 제가 특히 좋아서 미쳐 날뛰는 영화는 공포영화랍니다. 제 필명이 왜 'PD the ripper' 인지 아시겠죠? '매우 좋은 PD'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프롬 헬'에서 영감을 얻은 거랍니다.  

최광희기자 왈, 인생이 평탄하고 삶이 지루한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좋아한답니다. 삶 자체가 공포인 사람들은 결코 공포영화를 좋아할 수 없다더군요. 전적으로 동감하는 말입니다.

공포영화가 선진국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일리있는 지적이지요. 하루 하루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생지옥인 아프리카 분쟁지역 사람들이 살이 찢기고 목이 잘리는 화면에 열광할까요? 그게 바로 자신들의 삶이니, 도저히 견뎌낼 수 없겠죠. 역설적으로, 선진국 도시인들이 무서워하는 건, 자신들의 일상에서는 절대 일어날리 없는 난도질 장면이 아니죠. 차라리, 서류정리하다가 A4 용지에 손가락을 베이는 장면이 더욱 공포스러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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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전 공포영화를 좋아합니다. 혹시, '닥터 기글' 이란 영화를 아시나요?  제가 꼽은 영화 베스트 10 에 꼭 들어가는 작품이죠. 네, 그렇습니다. 제 취향이 좀 거시기 합니다.

고등학교때 전 좀 특이한 넘이었습니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비디오카메라들고 설치고, 영화관 들락거리느라, 공부는 그까이꺼 대충~ 이었죠. 그래도, 워낙 머리가 좋아서리, 뭐 남들 하는 만큼은 성적이 나오더만요. (이 대목에서 다들 욕 한마디씩 날리시라. 스트레스 해소용 멘트 되겠습니다.)

어쨌든, 고3 올라가는 겨울방학이었습니다. 그때 전, 방송반이었는데, 제가 비디오랑, TV 기자재 관리를 맡고 있었죠. 당시에 비디오는 참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집에 비디오데크 있는 집이 별로 없을 때 거든요.  저희 집도 비디오가 없어서 학교 방송실에서 몰래 영화 보는 일이 많았죠. 그러던 어느날. 두~둥...

다른 친구들이 저 혼자 영화 보는걸 알고는 무지하게 갈구더군요. 그러나, 제가 누굽니까? 타고난 반골기질을 발휘하여 친구들의 숱한 전제와 폭압, 협박과 회유를 견뎌내며 나홀로 상영관을 사수하다가 그만... 상추튀김 한 방에...흑흑... 상영관을 개봉하고 말았죠.

장소는 교무실에서 가장 먼 3학년 1반 교실. 시간은 숙직교사가 TV에 빠져있을 밤 8시. 비디오 대여료 명목의 입장료 50원.(당시 수입 짭짤했습니다.) 상영작은 물론 내맘대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들로 골라서 틀어줬죠. 가끔 야시시무비도 섞어가면서 (네, 탁월한 고객관리였습니다.) 20년이 다 된, 워낙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한 2주일 정도는 괜찮은 장사였습니다. 그 영화를 틀기 전까지는... 아... 내가 왜 그 영화를 골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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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틀어제낀 마지막 영화는 바로 그 유명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영화가 좀 독합니다. 팔이며, 목 잘리는 건 우습고, 내장 튀어나오는 건 옵션이죠. 지금 기준으로 보면, 별거 아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어마어마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죠.

제가 평소 공포영화 좋아하는 걸 아는 비디오가게 아저씨가 몰래 구해둔 '빽판'(옛날에 불법 비디오를 '빽판'이라 불렀습죠) 라면서, 우리나라에는 죽어도 수입되기 어려운 영화라며 내밀기에, 덜컥... 가져다 틀어버렸죠. 그게 실수였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자, 여기저기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언놈은 쌍시옷 발음내며 나가버리고, 또 언놈은 충격과 공포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뚫어지게 영화만 쳐다보고, 언 놈은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직행. 결국, 영화가 끝난 뒤, 전 얘들한테 '디질 뻔' 했습니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 영화의 후유증은 예상보다 오래 갔죠. 몇 명은 영화 때문에 며칠간 밥을 못먹었다며 피골이 상접한 채,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또 몇 명은 밤마다 무서워서 잠을 못잔다며, 육체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날 영화를 같이 본 아이들 중 상당수가 한동안 공부에 열중할 수 없는 후유증을 앓았고, 3학년 1반 영화관은 영구폐쇄되고 말았죠.

어디 그뿐이면 다행이게요? 시체사건 1년후, 대입학력고사가 끝난 뒤에는 '너 때문에 중요한 시기에 공부를 못해서' 학력고사 점수가 5점은 낮아졌을거라는 친구들의 원망이 쏟아졌답니다. 지들이 시험 못본게 왜 내 잘못이란 말입니까? 개**들. 야시시무비 틀어줄땐 아양떨고 지랄이더니...흑흑...

이게 바로 '내 머릿속의 시체들'이라는 저의 추억 한 토막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꿈같은 시간들이네요. 그때 영화를 보며 같이 울고 같이 웃었던, 그 순수했던 아이들은 다 어디가고, 이젠 배나온 아저씨들만 제 옆에 남았네요. 세월이란게 참 거시기 하죠?

근데 말이죠. 졸업한지 20년이 다되가는 요즘에도 저 때문에 학력고사를 잘못봐서 지들 인생이 달라졌다고 '씨부리는' 동창들이 있답니다. 뭔놈의 기억력은 그리들 좋은지... 아마 환갑 넘어서도 저한테 똑같이 씨부릴 겁니다. 아무래도, '시체'는 제 업보가 될 모양입니다.

흠... 갑자기 '시체'가 땡기는군요. 오늘밤은 '하우스 오브 데드'를 봐야 겠네요. 근데, 감독 이름이 '우웨볼'이네요. '우웩~' 하면서 '볼' 영화란건가? 이름 하나는 걸작이네요. 그나저나, '닥터기글'은 왜 DVD가 안나오는 거죠? 아...듣고 싶다. 기글의 웃음소리. 

사족 : 이거 이미지는 어케 올리는 겁니까? 내가 올리면 왜 이미지가 안보이죠?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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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5월

별별 이야기 2007. 5. 19. 00:41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대학시절, 나는 해마다 5월 18일에는 항상 광주 망월동 묘역에 있었다. 지금은 국립묘지가
되어 육중한 대리석으로 치장된 국립묘지로 바뀌고, 힘깨나 쓴다는, 혹은, 힘 좀 쓰고 싶다는 인간들이 짐짓 숙연한 척, 폼 잡고 사진 찍는 곳으로 변해 버린 그곳.

하지만, 내가 다니던 망월묘역은 나지막한 언덕에, 백여 개의 묘가 다닥다닥 붙어있던 구묘역이다. 지금도 가끔 본의 아니게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젊은 피를 주체하지 못하던 그때를...

아마도 그 이름도 유명한 '쌍팔년도'  5월이였을 게다. 광주 금남로 어디쯤에서 철근을 들고 뛰어다니다가 칠칠맞게도 대열에서 떨어진 나는, 군중 속에 숨어있던 '백골단'이라 불리던 '짭새들'에게 잡히고 만다. '짭새'가 몇 마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전혀 모른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 그들에게 목덜미를 잡혀, 뜨거운 아스팔트위에 거꾸러진 채, 한동안 먼지나게 얻어 터지며, 내 몸을 짖밟는 운동화와 군화발만 쳐다 봤으니까. 한참을 맞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뒷머리가 터져, 피가 흐르고 있더군. 아..c- bar...    

그 넘들 덕분에 내 뒷머리에는 길쭉한 '땜통'이 생겼다. 보통은 잊고 사는데, 가끔, 단골 미용사가 바뀔 때면, 상당히 당혹스러워 진다.

미용사 : 어쩌다 다치셨어요? (속마음 - 칠칠맞기는...이거 안보이게 깎아야 되나? )
나 : 그게... 저... (속마음- 너, 내가 그 쌍꺼풀, 언제 수술했냐고 물어보면 기분 좋겠냐? )
미용사 : 흉터 안보이게 잘 깎아드릴께요. 호호호~ (아...씨...고생 좀 하겠네.)
나 : 네...잘 좀... ( 다음에 또 물어보면, 다신 안 와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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