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영화가 필요한 이유

별별 이야기 2007. 5. 23. 21:59 Posted by cinemAgora
아는 사람에게 최근 벌어진 일이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내가 중학생 아들과 딸을 차례로 찌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들은 온 몸을 칼에 찔려 숨졌고, 딸은 불행중 다행으로 목숨을 건졌으나 중상이다. 남편이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은 온통 피바다였다고 한다.

아내에게 법원 출두 명령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2차 출두 어쩌구 하면서 9번을 누르란다. 눌렀더니 낯선 억양의 목소리가 들린다. "확인해드릴테니 성함과 주민 번호를 알려주십시오." 속셈을 다 알고 괜히 눙쳐 본다. "법원이라면서 신상도 모르고 전화하셨나요?" 침묵, "...뭔가 잘못 된 거 같습니다. 뚝."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금 환급 어쩌구 하면서 사기 치던 치들이 종목을 바꿨다. 이번에는 법원을 사칭한다. 가지가지다. 한달에도 두 세번씩 이런 전화를 받는 아내는 이제 즐긴다. 저쪽이 어떻게 당황하며 전화를 끊을 것인지를 상상하며.

세상 살이가 영화 같다. 하도 영화 같아서 따분할 새가 없다. 따분하고 지루한 영화를 보고 싶다.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흐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가 보고 싶다. 사람이 죽거나 죽이지도 않고, 속거나 속이지도 않는, 평화와 안전의 일상, 그거야말로 진짜 판타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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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고음 Robin Thicke

음악 이야기 2007. 5. 22. 10:0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초등학교 입학 이전,
이미 현재 수준의 저음을 낼 수 있었다는 전설의 내 보이스는
극 저 음역대의 반옥타브안에서 왔다갔다하는
신기한 재주를 선보이곤 한다.
덕분에 교회에서 찬송가 한 소절을 부르는 데도 헉헉거려야 할 만큼
실용적이질 못하니,
때때로 얇고 고음의 미성을 내는 남성 아티스트들의 목소리가
부럽워 질때가 있다.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Kissing A Fool>이나
맥스웰(Maxwell)의 <Welcome> 수준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가끔은 간드러지는 미성으로 'I love you' 한 번
멋지게 날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보다 훨씬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남들에겐 '뭐 그런걸 가지고...'라는 식의 조소거리겠지만
프란세트 팍토의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걸 욕망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승환의 명곡 <덩크 슛>을 들어보시라~)

어찌되었건,
연일 계속되는 음주흡연에 목에 염증까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아
목소리는 계속해서 초-극 저음대로 하향 운행중이시다.
날씨는 더워지는데...
여름은 저음과 어울리지 않는 계절이니 당분간 썰은 좀 자제하려고 한다.

싱숭생숭한 아침에 기분전환용 비타민으로 듣다가
여러분도 퀵퀵 슬로우의 경쾌한 필링 한 번 느껴보시라고  
한 곡 올리고 간다.

남자 알리시야 키스(Alicia Keys)라는 개성 없는 호칭이 맘엔 안들지만,
음악은 나쁘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싱어 송라이터 로빈 씨케(Robin Thicke)의
<Lost Withou U>... 네오 소울(Neo soul) 스타일이니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 뮤지션으로 분류 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Robin Thicke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닭 깃털 목소리의 주인공
로빈 씨케군을 소개한다.
잘 생긴 얼굴에... 감미로운 보이스까지...
음... 혹시 게이?
(질투에 눈 먼 팝 컬럼니스트의 엉뚱한 시비를
보시라...)


* 첨부되었던 음원은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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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 롤 댄스타임 / Arctic Monkeys

음악 이야기 2007. 5. 22. 00:0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직업적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 내게 가장 곤혹스러운 공간은 바로 노래방이다.
항상 최상급(!)의 음악만을 가려 들으려 노력하는 삶의 방식상,
아무리 술기운을 빌어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려해도 음정과 박자가 심하게 무너진,
그것도 최악의 마이크와 스피커 상태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들은
나를 거의 패닉 상태로 몰아가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래방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선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 카페나 bar에도
애써 가지 않는 편이다.
바텐더 언니가 아무리 예뻐도 말이다... --;;
 
지난 6개월간 sbs 라디오에서 <잠 못드는 밤 김태훈입니다>를 진행하며 평소엔 그다지
듣지 않는 가요를  틀어 댔었다. 가요 일반을 싸잡아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취향에 맞지 않는 곡들임에도 공중파 라디오가 가진 대중 선곡을 따라 가자니
곤혹스러운 순간이 있었단 얘기다. 더구나 팝 선곡들 조차 100% 내 취향은 아니었으니,
가끔은 스스로가 딱하다는 같잖은 우울에 빠지곤 했다.

그 보상 심리였는지 개편에서 짤리자마자 책상 한 구석에 수북히 쌓아 놓았던 음반들을
하나 둘 골라내 취향별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들을 만한 음악을 찾고 있던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다 간만에 똘똘한 록 밴드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름하여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사용자 삽입 이미지

Arctic Monkeys


록(Rock)이 스피릿(Spirit)이라는 요상한 이데올로기와 악수하기전,
자연발생적 그대로의 싱싱함을 간직했던 로큰 롤은 댄스 음악이었다.
시대 정신이니 반항심이니 하는 평론가들의 우스꽝스런 단어가 발명되기전,
플로워에서 머리를 산발하고 발바닥에 땀나게 춤추게 만들던 음악이
바로 로큰 롤이었던 것이다.

영국 셰필드 출신의 4인조 악동들로 구성된 악틱 몽키스의 음악은 한 마디로 로큰 롤이다.
시종일관 두들겨대는 드럼의 에너지와 베이스의 리드미컬한 전희를 바탕으로
좌삼삼 우삼삼으로 능숙하게 피스톤 무빙을 보여주는 기타의 밸런스는
이들의 음악을 플래이어로 재생하는 순간부터 기분좋은 발장단과 춤사위를 이끌어 낸다.
 
별 5개를 부여한 Q Magazine과 10점 만점에 9점을 쏘아 주신 NME의 환호,  
그리고 차세대 거물 운운하는 평론가들의 섣부른 용비어천가가 약간은 경망스럽게도
느껴지지만, 뭐 어찌되었건 한동안 심야시간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과잉으로 섭취한
무드 음악 때문에 느글느글해진 내 고막에 톡쏘는 청량감을 부여했으니
그까이꺼 대충 고개 끄덕이고 넘어가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Favourite Worst Nightmare

오아시스가 가지고 있던 데뷔 음반 발매 첫 주 판매 기록을
가볍게 갱신하며 36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악틱 몽키스.
이들의 2007년 앨범 [Favourite Worst Nightmare]에서
첫 번째로 커팅된 싱글은 <Brianstorm>이다.
그러나 이 글의 취지에 맞춰 보다 댄서블한 느낌의 곡 하나
올려 본다. 두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Teddy Picker>.
출렁거리는 베이스 리듬에 맞춰 머리카락
혹은 뱃살이라도 출렁이며 댄스 타임 한 번 가져보시길...  

* 첨부되었던 음원은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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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5월, 조사실에서...

별별 이야기 2007. 5. 21. 21:5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당시, 운동권에는 '정리'라는 용어가 있었다. 만약, '짭새'에게 붙잡혀 누군가의 이름을 불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이미 거창한(?) 이유로 수배된 인물에게 '몰아주기'를 감행하라는 것. 어차피 감옥행이 확정된 사람에게 자잘한 죄목 몇 개쯤 덧붙여도 형량에는 별 차이가 없으니, 노출되지 않은 조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노출된 꼬리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그 시대의 불문률이었다.  

그해 5월에 '정리'하기로 예정된 인물은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 노태우 처단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아무개 선배였고, 지침에 따라 나 역시, 조사담당 형사에게 '정리'를 시작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호구조사를 거쳐, 집회 참여과정을 시간대 별로 타이핑 하던 형사가 드디어 내 이름표가 달린 철근을 손에 들었다.

형사 :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누가 준거야? 박아무개야?
나    : 네? (최대한 어리둥절하게...) 그거...제꺼 아닌데요?
형사 : 죽을래? 이름표 안보여? 똑바로 말 안해?
나    : (잠시 어벙벙한 표정으로 뜸들이기...타이밍이 중요해, 타이밍.) 아~ 그거요?
      그게 제께 아니구요. 경찰들이 저를 잡으니까, 다른 학생들이 경찰한테 던진 거에요.
      근데, 잘못 던지는 바람에, 제가 맞아가지고...
      (뒷머리를 보여주며) 여기 보세요. 머리가 깨졌잖아요. 제가 제 머리를 때리겠어요?
      (신경질 난 것 처럼) 아이~ 씨, 땜통 생기겠네.
형사 : 니가 갖고 있던 게 아니라고? 조사해 보까?
나    : (제발...조사하지마, 조사하지마...) 저 잡은 경찰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그게 끝이었다. 콩닥거리는 심장소리를 애써 감추며 거짓말을 토해냈건만, 생각보다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뭐야, 이거. 뭐가 이렇게 쉽지? 내가 '내츄럴 본 라이어'야? 아니면, 조사담당이 초보형사야?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유치장에 돌아오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친구였다. 시위대열 맨 앞에 있었던 녀석은 최루탄을 뒤집어 쓰는 바람에 ,얼굴이며 목은 물론, 팔까지 몽땅 수포로 뒤덮여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독성을 자랑하는 한국산 최루탄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 고통으로 신음하는 친구 옆에 앉아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낸 나는, 조사실 상황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문. 담당 형사는 왜 그렇게 간단하게 조사를 끝냈을까? 철근소지면 무조건 구속사유인데, 딱 한 번 묻고 끝나다니. 설마, 이미 구속이 확정된건가?

잠시 후, 끙끙거리던 친구가 불려 나갔다. 조사실로 가는 군. 어라? 조사실로 향했던 친구는 채 2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나    : 왜 이렇게 빨리 오냐?
친구 : 최루탄 냄새 난다고, 저녁 근무자한테 조사 받으래.
나    : 뭐? 저녁 근무자?

순간, 번쩍~ 하며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Good cop, Bad cop'. 르와르 영화 속에서 숱하게 봐왔던 취조실 장면과 함께 떠오른 그 단어가 모든 의문을 푸는 열쇠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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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 오피스(2007.05.18~2007.05.20)
순위  영화명 개봉일 스크린수
서울/전국
서울주말 전국누계
1  스파이더맨3 05.01 145/627 122,600 4,577,000
2  못말리는 결혼 05.10 69/315 86,700 1,008,500
3  넥스트 05.17 41/140 85,000 259,000
4  눈물이 주룩주룩 05.17 42/136 26,600 89,300
5  극락도 살인사건 04.12 39/196 13,800 2,244,100
6  아들 05.01 43/235 11,400 478,300
7  더블타겟 04.26 17/82 11,000 501,000
8  저 하늘에도 슬픔이... 05.17 15/83 10,000 29,200
9  리핑: 10개의 재앙 04.19 22/75 7,800 697,700
10  내일의 기억 05.10 28/95 7,100 83,000

별로 할 말이 없는 박스오피스다. <스파이더맨 3> 500만 바라보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김수미와 임채무가 의기투합한 '못말리는' 코미디 <못말리는 결혼> 100만 돌파했다.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잘 될줄은 솔직히 몰랐는데, 이런 유치무쌍 애드립 코미디가 시장에서 먹힌다는 건 약간 놀라운 발견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이 영화의 감독에게 '관객론' 강의라도 들어야 할 것 같다. 주제는 아마, '대중 코미디의 유치함, 그 시장적 성공 사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새 영화 가운데 니콜라스 주연의 액션 스릴러 <넥스트>가 그나마 선전했다. <눈물이 주룩주룩>은 사토시 오빠 인기 덕에 '조금' 모았다. 일본 영화 <내일의 기억>이 서울에선 형편 없었지만 지방에서 선전한 게 눈에 띈다. 가족 영화의 범주 안에 들기도 하지만 '중년 멜로'적인 컨셉을 들이댄 이 영화에 서울보다 오히려 지방에서 반응이 온다는 건 또 한번 약간 놀라운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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