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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가 개봉할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관객들의 의지가 박스오피스에도 나타나고 있다. 여름 극장가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긴 하지만, 초특급 흥행 대어의 싹쓸이 국면이 지난 주말 살짝 잦아들었다. 이런걸 두고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고 하는걸까? 전국적으로 전주 대비 20% 이상의 관객 감소율이 그같은 정황을 방증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새로 개봉한 <오션스 13>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배급 규모에서부터 대어급은 못됐으니, 249개의 중급 스크린수로 전국 누계 51만 명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올 여름 유난스럽게도 많이 나오는 '3자' 돌림 블록버스터의 한 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슈렉 3>도 2주차에 접어들며 소강 상태다. 주말 사흘동안 전국적으로 40만 명을 더 추가해, 220만 명까지 전국 누계를 늘렸다.

송혜교의 한복 패션쇼 <황진이>는 예상대로 50% 이상의 드롭율을 보이며 급락했다. 손익분기점 300만 명 달성은 언감생심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제작진들은 안그래도 어려운 한국영화를 사랑해 달라며 관객들에게 여러 차례 읍소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사랑할만한 영화를 좀 만들어 주십사. 한국영화, 관객들도 사랑하고 싶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역시 한풀 꺾인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5백만 명에서 28만 명 모자란 상황이니 아쉬움은 눈꼽만큼도 없을 것이다. 브리트니 머피를 주연으로 게이 남성과의 동거라는, 미국 미혼 여성들의 새로운 로망을 코미디로 버무린 <러브 & 트러블>이 5위로 첫 선을 보였다. 11만 5천 명이면 썩 부진한 출발은 아니지만, 한 주 장사가 다인 요즘 극장가를 감안하면, 출발이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 이누도 잇신의 일본영화 <황색 눈물>이 지난 주말 전국 14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1만 6천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렇게 영화의 품질 하나만 믿고 소규모 개봉하는 영화들의 경우엔 출발이 다는 아닐 때도 적지 않다. 단, 많지는 않지만 관객들의 발길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는 조건. 국내에도 이누도 잇신의 고정 팬들이 적지 않은만큼 두고 볼 필요가 있겠다.
 
주말 박스오피스(2007.6.15~17)

순위          작품명     스크린수      서울주말       전국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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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오션스 13    249          166,800        510,000
2위           슈렉 3      450          134,000      2,198,000
3위    캐리비안의 해적3    350          47,100       4,717,800
4위          황진이       424           46,400      1,044,700
5위       러브 & 트러블   177           38,500        115,400    

#이 박스오피스 수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기자의 취재를 통해 확인된 스코어임을 밝힙니다.
#도표에 명기되지 않은 다른 영화의 흥행 성적이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문의하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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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독한 이를 위한 롱테이크: G단조 라르고
촬영지: 부산에서 대구 사이 KTX 3호차 4A석
촬영기종: SONY DSC T50
연출: cinemAgora
음악: Azure Ray-Sleep(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OST)

관람 팁:

이 단편영화는 영상과 사운드 트랙이 분리돼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순서대로 감상하시기를 권합니다.

먼저 동영상을 플레이 하시고, 10초 정도 지난 뒤 영상의 볼륨을 최저치로 줄입니다.
그 다음 아래 음악을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영상의 러닝타임이 3분 30초를 넘어갈 즈음,
음악을 끄고, 다시 영상의 볼륨을 천천히 올립니다.(싫으면 할 수 없고)
사운드는 스피커가 아닌 이어폰을 통해 들으시기를 권합니다.(이건 꼭 지켜주기 바랍니다.)

영상과 사운드를 분리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째, 관람자의 능동적인 손가락 움직임을 고취하기.
둘째, 연출자의 촬영 당시 느낌을 그대로 느끼도록 유도하기.
세째, 저작권 문제가 생겼을 때 음악만 신속히 삭제 가능하도록.^^

즐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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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 유연성에 뒷통수 맞다

별별 이야기 2007. 6. 15. 15:06 Posted by cinemAgora

살다 살다 이런 경운 처음이다. 신입 사원으로 뽑은 친구가 출근 첫날 2시간만에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무 말 없이. 전화도 안받는다. 안다니겠다는 의사를 참 쿨하게도 표현하시네, 황당함을 넘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짓밟힌 기분이 들어 무참하다.

보름 전에도 다섯 명의 젊고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입사 면접을 보러 왔다. 모두들 호기롭게 답했다. "뽑아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며칠 뒤 그 가운데 한 분에게 전화로 합격 통보를 했더니 망설이는 분위기다. 그리곤 덧붙이는 한마디, "저...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겠어요?" "그러세요, 하고는 기다렸다. 2시간만에 문자가 왔다. "죄송하지만 저와 안맞는 거 같습니다."

두번째 사람도 똑같은 대답이었다. "다른 데 오라는 데가 있어서요." 오기가 발동해 세번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똑같은 대답. 그들 모두에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괜히 화가 돋는다. 애꿎은 세번째 합격자에게 쏘아붙였다. "그럼 왜 면접을 보신거죠? 입사 의사가 있으니 보신 거 아니었나요?" "....저...그게요....모두들 여러 군데 알아 보고 그중에 처우가 가장 좋은데로 결정하거든요..."
 
아뿔싸, 내가 잊었다. IMF 극복을 명분으로 강력하게 밀어 붙인 노동 시장의 유연성 정책으로 말미암아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이지 않은가. 이른바 프리터들이 양산되고, 젊은이들은 더 이상 나를 혹사할 것 같은 직장에 젊음을 바치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느니, 적게 벌고 적게 쓰겠다는 인식이 팽배해 졌다.

여기저기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어렵게 뽑은 친구들은, 쓸만해지면 다른 길을 택한다.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기업에 해고의 편의를 보장해주기 위해 마련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정책이 부메랑이 돼 고용주들의 뒷통수를 후려 갈기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자들을 뜨내기 만든 대가다.

기업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직장을 더 이상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자연의 이치다. 열 받는 건 그 이치에 침 마르고 피 마르는 게 나같은 중간 관리자들이라는 것이다. 별 수 없다. 이젠 나도 쿨하게 받아들이련다. 자본의 의지대로 유연하게, 유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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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전화사기범 골탕먹이기

3M 푸로덕숀 2007. 6. 14. 22:0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연출 : PD the ripper
제작 : Hoores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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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를 남기지 않을 권리

별별 이야기 2007. 6. 12. 11:22 Posted by cinemAgora
어딜 가도 듣는 질문이 있다. "아기가 몇살이에요?" "애가 없는데요" 하면 후속 질문 역시 늘 똑같다. "왜 안가지세요?". 비교적 나이가 젊은 분들은 "그냥"이라는 대답에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는 게 일반화됐다. "아이는 가지세요. 얼마나 좋은데요." 정도의 멘트를 듣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엔, "네, 허허" 하고 말끝을 흐려 버림으로써 더 이상 그와 관련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표현이 그럭저럭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허나 나이를 조금 잡수신 분들이라면 어김 없이 훈시가 이어진다. "애는 가져야 해." "사람이 태어났으면 모름지기 2세를 가져야 해." "뭐가 부족해, 집 있겠다, 차 있겠다, 아이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지" 요즘엔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들까지 겹쳤다. "인구가 줄어든대, 우리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아이는 낳아야 해." 바야흐로 사적 인생의 행로에 끼어든 이데올로기의 압박이다. 애 안 낳고 계속 살다간 매국노 취급 받는게 아닐까, 슬쩍 걱정이 앞선다.

처음엔 출산 파업이었다. 나는 호기롭게 말하고 다녔다. "국가가 무상 탁아시설과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대학 등록금 무료 시책을 발표하지 않는 이상, 아이는 없다"고. "나는 내 아이가 남을 밟고 일어서기 위해 새벽 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꼴은 절대 못본다"고. 국가 경쟁력 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 집 출산 파업의 주창자인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늘어나는 건 인간밖에 없어. 전 지구가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 식량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 나라만 잘 살자고 인구를 늘리자고? 그런 반세계적인 발상이 어디 있어?"

인구가 줄어들면 인구 많은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그렇다 한다면, 혈통주의와 단일민족주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인종을 초월한 새로운 국가 공동체의 개념을 만드는 게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얘기들은 핑계다. 나는 그냥 나의 DNA를 세상에 남긴 채 죽고 싶지 않다. 나 죽은 뒤 어느 행성이 지구와 박치기를 한다거나, 강대국에 또라이 리더가 정권을 잡아 핵전쟁이 일어나면 어떡하겠는가. 타워 팰리슨지 타워 패니스인지 하는 부의 상징탑들이 우뚝 우뚝 솟은 한편에 거지가 득실대는 거리의 풍경을 보게 된다면, 내 아이가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 속하게 된다면 어떡하겠는가. 이쪽이냐 저쪽이냐가 본인의 노력으로 다 되는 게 아닌 세상이 돼 버렸는데.

지금의 세상이 충분히 살만하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으나, 내가 사는 세상은 미래를 낙관하게 만들지 않는다. 고로 나의 DNA를 내 수준에서 중단하고 싶다. 그래서 가끔 술이 좀 들어가면 약간 험한 단어들을 섞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이 엿같아서 아이를 안 낳아. 내 소중한 2세에게 당당히 보여주고 한번 살아봐라, 그렇게 자신할 수 없다면, 신도 아닌 내가 어찌 감히 새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겠어. 그건 죄악이야."  내겐 DNA를 남기지 않고 죽을 권리가 있다. 신도 양심이 있다면, 인간에게 그 정도 권리는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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