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리뷰] 어디서 본 듯한 SHOW

TV 이야기 2007. 9. 8. 12:43 Posted by cinemAgora
광고 영상은 대중에게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어딜가나 시선을 사로 잡는 CF는 쏟아 붓는 물량의 크기만큼 인구에 회자되며,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위력을 넘어 하나의 강력한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나간다.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배우자가 말려도 데이트하고 싶은 연예인'을 조사했더니, 그 순위가 대체로 해당 연예인의 CF 활동의 양과 비례했다는 점은 그같은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영화나 TV드라마에 들이댔던 평가의 잣대를 이제는 CF에도 적용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의 문화적 공기에 지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상품 광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 크레이티브적 품질을 따지고 재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해서 나는 블로그에 틈나는대로 CF 리뷰도 올릴까 계획중이다.)

이동통신이 광고의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요즘엔 SKT의 'T'와 KTF의 "SHOW'가 WCDMA 방식의 영상 통화 서비스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신선하고도 자극적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까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게 광고에서부터 느껴진다. 극장 매표소 앞에서 '생쑈'를 하고 있는 서단비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줄만큼, 특히 SHOW의 광고는 새로운 버전이 선보일 때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최근 방영되고 있는 SHOW CF의 새 버전 (아래 동영상)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이것 역시 '생쑈' 시리즈의 하나다. 쇼를 하면 표를 공짜로 준다 하니 사람들이 매표소라면 가리지 않고 너도 나도 생쑈를 하는 것이다(요즘 특히 이동통신 광고에 등장하는 반미치광이 인물 묘사에 대해선 추후에 따로 다뤄보겠다). 목욕탕 앞에서 치어리딩 춤을 추는 아이로부터 시작해, 수영장에서 아크로바틱한 더블 묘기를 선보이는 수영복 청년들, 봉을 타고 올라가는 남자, 덤블링 묘기를 하는 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시리즈 CF의 스타 서단비가 출연, "죄송합니다. 아직 SHOW는 영화관에서만 공짜입니다"라는 멘트가 따라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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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일까? 이 CF는 지난 2003년 일본 광고 대상을 탔던 산토리의 한 음료 광고 시리즈와 묘하게 비슷하다. 이 광고에도 각종 묘기를 선보이는 기인들이 등장한다. 편마다 설정은 다르지만 교복을 입은 채 제자리 덤블링을 하고 있는 여학생, 국기 봉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는 샐러리맨, 서로 몸을 밀착시킨 채 더블 덤블링으로 등교하고 있는 두 학생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광고는 특별한 유명인을 캐스팅하지 않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에서 당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비슷하다고 해서 SHOW 광고가 이들 광고를 노골적으로 표절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CF가 반드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장르가 아닌 이상, 어느 면에선 창작자가 어디선가 우연히 본 것이 자신의 영감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사실 일본 컨텐츠의 영향력은 특히 한국의 대중 문화에선 거의 보편화된 현상이니 정색하고 표절 어쩌구 하는 것도 이제 우스울 지경이 됐다.)

허나,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문화 트렌드를 좌우하는 CF영상, 그것도 엄청난 물량으로 브라운관을 잠식하고 있는 대규모 이통사 서비스의 CF가 (물론 맥락은 전혀 다르되) 몇년전 일본에서 방영된 CF의 장면 설정들을 짜깁기한 듯한 인상을 준다면, 그 과정이야 어떻든 수용자의 입장에선 바보가 된 기분이 드는 것이다. CF를 보며 느낀 기시감의 근거를 찾아낸 덕에 결과적으로 나만 바보처럼 느껴지는건지, 아예 그딴거 모르고 '헤~재밌다' 하며 보는 게 바보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CF는 이제 당당히 영상 문화의 주류 매체다. 시청자는 이 짧은 영상을 동시대의 감수성을 파고드는 언어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 CF 역시 최대한 창의적일 필요가 있는 것은 그래서이다. 광고 효과의 극대화에 복무하는 창의력이지만 그것이 때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적지 않은 CF에서 확인하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거 말고, 전혀 새로운 기가 막힌 아이디어는 단순히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때론 감동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래 세 개의 일본 산토리 음료 광고를 링크해 놓았으니 직접 보고 판단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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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소녀 편(WMV)

더블 등교 편(RAM)

상승 샐러리맨 편(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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